활자가 그리운 아침

by 뽀시락 쿠크

연차를 냈다.

알람을 끄고 잠들었지만 눈은 자연스럽게 떠진다. 오래간만에 새벽에 글을 쓴다. 이른 아침에 사부작거리는 기분은 언제든 좋다.


요즘 유튜브에 보고 싶은 영상들이 없다.

저녁을 먹거나 쉴 때 영상을 자주 보지만, 요즘처럼 클릭하고 싶은 영상이 없는 건 오랜만이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 유튜버들은 요즘 여행을 가지 않아서인지 볼 영상이 없다.

문득 생각해 본다. 나의 입장에서는 여행이 일상을 벗어난 일탈이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여행이 일상일 테니, 한국에서 보통의 일상을 보내는 날들이 일탈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어쨌든 보고 싶은 영상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쉽지 않다.


너무 많은 영상을 보다 보니 뇌가 지쳐 거부하는 것 같다.

매일 저녁마다, 쉬는 시간마다 습관처럼 유튜브를 켰다. 밥을 먹으면서, 침대에 누워서, 이동하면서. 영상은 늘 곁에 있었다. 빠르고, 자극적이고, 쉽게 소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영상을 보고 나면 개운하지 않았다. 정보를 제공해 주는 영상도 집중이 잘 되지 않고, 단순 재미를 위한 영상도 잠깐의 재미는 있지만 다시 멍하게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내린다.


딱히 보고 싶은 것이 없을 때, 활자를 가까이하기 좋은 기회이다.

당분간 책, 브런치 등의 활자를 자주 접해야겠다. 하루 정도는 영상을 단식해야겠다. 영상이 아닌 문장을, 빠름이 아닌 느림을, 자극이 아닌 사유를 선택해 보는 시간.

활자는 다르다. 천천히 읽어야 하고, 곱씹어야 하고, 멈춰 서서 생각해야 한다. 영상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내 속도로, 내 리듬으로 읽을 수 있다.

그래서 피곤하지 않다. 오히려 뇌가 깨어나는 느낌이다.


출근하기 바빴던 새벽에 모처럼 글을 쓰고, 책을 펼친다.

영상을 멀리하고 활자를 가까이하는 하루. 뇌가 쉬는 시간, 마음이 정리되는 시간. 빠르게 소비하지 않고,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

보고 싶은 영상이 없는 날이 오히려 선물 같다. 활자가 그리운 아침, 느리게 읽는 기쁨을 다시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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