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카페에서의 작은 행복

나만의 키보드 연주

by 뽀시락 쿠크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맑은 하늘색과 태양이 떠오는 시간을 알려주는 듯한 연보랏빛의 팔레트가 창밖으로 보인다. 그 중간에 하얀 보름달이 떠있다. 둥글둥글 애기 얼굴 같은 예쁜 보름달.

얼마나 지났을까. 가만히 자연스레 아무 생각이 없이 그저 예쁘다만 만발했다.

적당히 시원한 새벽공기가 얼굴에 닿는다. 맑은 토요일 아침이다.


내가 좋아하는 봉고색 책가방에 노트, 책, 노트북, 대학생 때부터 들고 다니던 봉숭아색 필통을 차곡차곡 넣고 카페에 시간을 보낼 것을 챙각하며 에어컨 바람을 막아줄 얇은 겉옷까지 챙겼다. 꽉 찬 하루를 채울 생각에 설렌다. 가방에 물건을 채워 넣으면서 오늘은 어떤 글을 쓰게 될까. 어떤 생각들이 떠오를까.

봉숭아색 필통을 보면서 문득 대학생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열심히 공부해 보겠다고 다짐하며 샀던 필통을 챙겨 도서관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었는데, 지금은 온전히 나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꼭 함께 동행하는 친구이다.


쾌적한 카페에 어울리는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오늘도 내가 첫 손님인가 보다. 가장 구석의 하늘과 나무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밖을 멍하니 바라보다 키보드를 사부작 두드려나가 본다.

오케스트라의 피아노 연주자처럼. 나는 이 공간에서 키보드 연주자가 되었다. 음악에 맞춰 키보드 위에 손가락이 연주를 하다 멈췄다. 물 흘러가듯이 써지면 좋을 텐데 하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보는 시간의 여유가 있는 것에 감사한다. 글이 막힐 때면 창밖을 바라본다. 악보의 쉼표처럼. 하늘색이 조금씩 변해가는 새벽의 풍경, 아직 잠들어 있는 거리,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이 모든 것들이 내 글의 재료가 된다.


첫 손님이라는 특권으로 온전히 이 카페의 고요함을 누린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내는 소리, 고소한 빵내음, 리듬을 타게 되는 카페의 배경음악에 도도도독 올려지는 키보드 소리. 모든 것들이 조화롭고, 내 글쓰기를 위한 완벽한 사운드트랙이 된다.

주말 아침 늦잠 자거나 침대 위에 핸드폰만 보며 아침을 후루룩 보내버리곤 했었는데, 이제 일찍 일어나 카페에 오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지금의 아침이 더 맑다.


카페 문이 열릴 때마다 들리는 종소리가 잦아지고, 창밖 하늘색이 깊어진다. 모두에게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잔잔한 수다를 나누며 웃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키보드 소리가 이 완벽한 사운드트랙의 일부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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