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공간, 새로운 마음
어제 오후, 집안이 부산해졌다. 5년 만에 대대적인 가구 배치 변경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남편의 취미방으로 쓰던 방의 컴퓨터와 책상을 내가 자주 앉는 작은 책상 자리와 바꾸기로 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물건들의 위치를 바꿔 집 안의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기도 했고, 남편이 자주 있는 공간에는 에어컨이 없어 에어컨이 있는 방으로 옮겨주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사실 내 작은 책상은 자주 쓰지도 않고 컴퓨터만 올려져 있었다. 노트북 사용이 잦아지면서 더욱 앉지 않게 되었으니까. 이 참에 이 책상을 책을 읽고 일기나 다이어리를 쓰는 공간으로 바꿔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시작하기가 귀찮았지만, 컴퓨터의 전선을 뽑고 나니 대공사가 시작되었다. 어릴 때 엄마가 한 번씩 내 방의 위치를 바꿔주곤 했었는데, 새로운 방의 산뜻함과 기분을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새로운 느낌의 방이란 설레고 좋았다. 그 두근거림을 안고 책들을 하나씩 꺼내고 거대한 책장과 책상을 합을 맞춰 조심스레 옮겼다.
정리하다 보니 서로의 보물상자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는 나의 일기장, 사진들, 편지들이 빼곡했다. 남편도 우리가 함께 갔던 곳의 입장권, 지도, 사진, 여행할 때 모은 팸플릿 같은 것들이 가득했다.
한 곳에 먼지 쌓인 채로 넣어뒀던 추억들을 꺼내보았다. 지난번 용인 할머니댁에 갔을 때 구경할 사진이 많이 없어 아쉬웠었는데, 추억할 수 있는 물건도 잘 정리해 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과 기록들을 보면서 좋았던 그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으니까.
생각해 보면 글을 쓰고 SNS를 시작한 것도 나의 삶의 경험과 생각을 기록할 수 있어서였다. SNS를 무작정 좋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각자의 하루를 예쁘게 기록하고 남길 수 있다는 점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장점이다. 그리고 다수와 긍정적인 피드백을 하며 소통하고 응원하는 문화도 큰 힘이 된다.
잠깐의 추억여행 후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리만 차지하던 쓰지 않는 물건들은 과감히 쓰레기통으로 보냈다. 한 번씩 정리를 할 때마다 물건을 얼마나 가볍게 샀는지 느끼게 된다.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할 물건들과 인사하면서 사기 전에 몇 번을 더 곰곰이 생각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장정 5시간가량이 지나고 어느 정도 집이 정리되었다. 남편도 나도 모두가 만족하는 대작업이었다.
한 번씩 물건들의 구조를 바꿔주면서 정리 정돈하는 것도 리프레시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같은 공간이지만 배치만 바꿔도 이렇게 새로운 기분이 든다는 게 신기하다.
새로운 기운이 담긴 내 작은 책상에서 책을 읽고, 글을 써야지. 이제 이 책상은 진짜 내가 앉아서 무언가를 기록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컴퓨터만 올려져 있던 책상이 아니라, 내 생각과 일상을 담는 소중한 공간으로 말이다.
때로는 물건의 위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잊고 있던 추억들을 발견하고, 앞으로의 기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도 얻을 수 있다.
5년 만의 대공사, 생각보다 의미 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