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이 알려준 지혜

하루를 망치지 않는 선택

by 뽀시락 쿠크

주말 동안 가구 배치를 바꾸다가 회사 다닐 때부터 써온 일기장을 발견했다. 펼쳐보니 그때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일하면서 화가 났던 이야기, 콘서트에 갔던 기억, 영어공부와 독서 체크리스트까지.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 것은 감사 일기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상의 감사함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구나 싶었다. 정말로 행복해서 감사할 것이 넘치는 하루도 있었고, 축 처지는 기분을 이겨내기 위해 억지로라도 감사할 것을 찾아 적은 하루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하루를 기분 좋게 마무리하려고 애썼나 보다.


일기장을 보다 보면 그날의 일들이 기억나면서도, 화나거나 짜증이 났던 순간들은 지나고 보니 별일 아닌 것들이 많았다. 그때는 뭐가 그렇게 화가 났던지. 어렸었나 보다. 물론 지금도 화가 나고 짜증이 나는 순간들이 있긴 하지만, 그러기엔 내 에너지가 아깝다. 순간의 기분으로 하루를 망치기엔 너무 아까운 날들이다.

어제 아침에도 돌리면 안 되는 옷을 건조기에 넣은 사실을 알고 순간 성질이 났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옷이 너무 아까우면서도 '이걸 건조기에 돌리면 어떡하냐'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주말의 일기장이 생각나 혹시나 하루를 망쳐버릴까 봐 삼켰다. 그냥 퇴근 후에 가볍게 웃으며 이야기해도 되니까.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빨래를 개면서 자연스럽게 "이 옷은 건조기에 넣으면 안 되는 옷이야"라고 이야기하니, "앗, 몰랐어. OK~" 하며 끝났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아침에 뭐가 그렇게 화가 났나 싶다. 옷을 못 입을 수준도 아니고, 다음번에 주의해 달라고 이야기만 하면 될 일인데.




감정을 컨트롤하는 연습을 하다 보니 오늘 아침의 순간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 순간의 짜증을 그대로 표현했을 텐데, 이제는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이 감정이 정말 표현할 가치가 있을까? 하루를 망칠 만큼 중요한 일일까?'

지나온 시간 속에서 가끔 후회되는 일이 생각날 때가 있다. 너무 인색하게 굴었거나, 친절하지 못했다거나, 화나는 걸 참지 못하고 말을 뱉었다거나. 기분을 관리 못하고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찝찝함만 남긴 순간들이 있다.

나이를 먹는 만큼 성숙해지고, 친절하면서도 이성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순간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하루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으로 말이다.


일기장을 다시 덮으며 생각해 본다. 그 안에 기록된 수많은 감사 일기들이 나에게 알려준 것은 단순히 감사할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었다. 화가 나는 순간에도 '이 하루를 망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나를 한 발짝 뒤로 물러서게 했다.

어제의 건조기 사건처럼 작은 일들이 하루를 좌우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내가 일기를 쓰며 배운 가장 큰 교훈이다. 순간의 감정보다는 하루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 그리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더 소중히 여기는 마음.

오늘도 또 어떤 순간들이 나를 시험할지 모르겠지만, 일기장 속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사이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하루를 망치지 않는 선택, 찝찝함 대신 따뜻함을 남기는 선택을 계속해나가고 싶다.


당신도 과거의 일기나 기록을 들여다본 적이 있나요? 그 속에서 어떤 변화를 발견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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