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서툴음과 답답함 견디기
1년 전 친구의 추천으로 샀던 뜨개용품을 다시 꺼냈다. 동영상만 보고 혼자 하기엔 너무 어렵고 귀찮았던 터라, 뜨개질을 하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실과 도안을 가방에 챙겨 넣었다.
간단한 저녁을 먹고 근처 카페로 자리를 옮겨 실과 도안을 꺼냈다. 함께 취미를 찾아 방황했던 친구는 이제 자신에게 딱 맞는 취미를 찾았다고 했다. 바로 뜨개질이었다. 지금은 고수가 되어 강사와 지도자 자격증 과정까지 밟고 있다는 친구. 임신 중인 그녀는 태어날 아기를 위해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옷들을 뜨고 있었다. 꽃과 벌이 날아다니는 가디건, 작은 양말까지. "뜨개질만 해도 행복해"라고 말하는 친구의 표정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친구가 만든 옷들을 보니 나도 뜨개질에 재미를 붙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친구는 내가 가져온 도안을 보더니 사슬 뜨기와 한길긴뜨기부터 알려주었다. 코바늘을 잡는 법부터 실의 텐션을 유지하면서 잡는 법까지 차근차근 가르쳐주었다.
처음이라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뜨개질은 자연스럽게 반복이 많아서인지 몇 번 하다 보니 손에 조금씩 익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속도가 나지 않으니 답답했다. 내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친구가 조금 손을 거들어주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새삼 나는 참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는 과정의 잠깐의 답답함도 못 견디다니.
진득하게 차분하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친구의 도움을 받으며 어느 순간 집중해서 뜨개질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모든 것은 조금 익숙해지기 전에 뻐근함과 답답함을 인내해야 한다. 그 구간을 넘으면 비로소 한 계단을 오르는 것이다.
문득 나는 자주 그 계단을 오르지 못하고 손을 놓은 것들이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인내와 끈기는 하나씩 성취하면서 생기는 것이겠지?
친구의 도움을 받은 만큼 첫 작품만큼은 완성해보고 싶었다. 집에 도착해서도 한 줄 더 떠보았다. 뜨개질이 손으로 하는 명상이라더니, 정말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오늘도 한 줄, 내일도 한 줄. 한 줄씩 떠가며 다음 계단을 오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