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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작가 김수연
Oct 03. 2022
코로나 19시대를 살면서 변화한 제 일상의 모습 중 하나는,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식사를 하는 시간도 많아졌고
가볍게 맥주나 와인을 알코올을 살짝 곁들이며 천천히 조금은 여유있는 식사를 하게 되었어요,
저는 워낙 먹는 것에 진심인 편이라 맛있는 음식과
기분 전환 마시는 와인 한 잔이 하루종일 피곤했던 나를 위로해주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요즘 많이들 좋아하시는 와인의 역사는 문명의 발전과도 관계도 있지요.
와인은 인류가 마신 알코올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음료라고 하는데요
깨끗한 물이 귀했던 중세 유럽에서는 와인이 마치 기초 약품처럼 여겨져 물을 정화할 목적으로 와인을 타서 먹었다고 하네요
이렇게 와인 한잔은 오랫동안 사람들과 함께하며 어떤 날은 즐거움을 기념하기 위해, 또 어떤 날은 슬픔을 달래 주는 위안으로서 사람들과 동고동락을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클래식음악도 마찬가지 입니다. 클래식음악 역시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삶 속에 머무르며 기쁨과 슬픔의 순간에 울려 퍼지고 있지요.
그렇다면 “와인을 마실 때 가장 잘 어울리는 클래식음악은 뭐가 있을까? “ 궁금하시지 않나요?
분위기를 더욱 무르익게 할 음악들 이야기 해볼께요
첫번째 작품은 막스 브르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2악장입니다
막스 브르흐(1838-1920 독일)는 로맨틱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발표합니다.
이 작품으로 그는 명성을 얻게 되는데요
문제는 이 곡이 유명세를 치르고 인기를 얻다 보니 이 곡과 유사한 작품을 작곡해 달라는 제안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브르흐는 이미 바이올린 협주곡 2번, 3번도 발표한 상태였는데 말입니다.
한마디로 다른 작품들은 1번에 가려져 관심을 끌지도 못했습니다. 작곡가 입장에서는 안타깝고 슬픈 일이었을 것입니다.
‘열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없다‘라는 말처럼 작곡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 음표 하나하나 자신의 영혼을 바쳐가며 모든 곡을 완성했을 터인데 사람들은 계속 한 작품만 좋아하고 그것을 기준삼아 나머지 작품을 평가했으니 엄청 속상했을 겁니다.
브르흐 그의 최고의 작품인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화려하면서도 서정적이고, 낭만적이면서 고전미도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특히 이 작품의 2악장은 해가 뉘엿뉘엿 저물며 하늘이 붉은 노을로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선율이 애절하면서도 따뜻하고 고요함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인데요.
마치 레드와인을 따른 와인 잔에 붉은 노을을 담아 놓은 듯 감미로움 가득한 작품입니다.
두번째 소개할 작품은 자코모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
입니다.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는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내용을 담은 오페라 작품을 작곡하여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탈리아 사람인 푸치니는 대표적인 작품 <라 보엠 La Boheme>,<나비부인>은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투란도트>는 줄거리의 배경이 중국입니다.
푸치니는 아시아에 관심이 많았던 걸까요? 나름 생각을 해보았어요
그 중 오페라 <투란도트>는 그가 남긴 마지막 오페라 입니다.
총 3막으로 되어있는데 푸치니는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 채 3막의 일부만 작곡을 하고 세상을 떠나 버립니다.
오페라의 내용에는 얼음처럼 꽁꽁 얼은 차가운 마음을 가진 중국 공주 투란도트를 사랑의 힘을 발휘해 공주의 마음을 얻게 되는데요.
저는 이 오페라를 공연장에서 여러 번 보았어요. 근데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바로 얼음공주 투란도트를 사랑에 빠지게 하는 남자인 주인공 칼리프가 아리아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이 때 부르는 곡이 바로 “Nessun Dorma“ 로 ”아무도 잠들지 말라”라는 아리아에요
“아무도 잠들지 말아라. 당신도 차가운 방에서 사랑과 희망으로 저 별을 보시오. (중략)
흩어져라 , 밤이여. 사라져라, 별들이여!“ 뭐 이런 내용인데요
가사 내용을 전혀 모르고 오케스트라와 노래 선율만 들어도 밤하늘의 수많은 별이 폭풍처럼 내 마음에 쏟아지는 듯합니다.
자신의 감수성이 매우 부족하다 생각하는 사람들도 본인도 미처 몰랐던 감성이 방울방울 피어오르실거에요
와인 한잔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잠자고 있는 우리의 감성을 깨워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