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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짱 Jan 05. 2016

[하루 한 편 구비구비 옛이야기]

내다 팔려고 시부모 살찌운 며느리

한 홀아버지가 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있었다. 아들은 아버지를 정성으로 모셨지만, 며느리는 못되게 굴었다. 시아버지가 집안일도 도와주지 않는다면서 심통을 부리며 밥도 잘 챙겨주지 않았다. 아들은 아버지와 부인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이 늘 마음에 걸렸다.

아들은 어느 날 장에 갔다 와서 부인에게 신이 난 듯이 말했다. “오늘 장에 갔더니 이상하게 노인네들이 많이 나와 있더이다. 알고 보니 내다 팔려고 모시고 온 분들이었소. 우리도 아버지를 팔아보면 어떻겠소?” 부인은 당연히 좋다고 하면서 그럼 다음 장날에 한번 팔아 보라고 하였다. 아들은 그럼 그때 좀 잘 보여야 할 테니 옷이나 깨끗하게 빨아두고 준비하고 있으라고 하였다.

다음 장날에 아들은 아버지를 장에 모시고 나가 고기와 술을 마음껏 드시게 하였고, 장터 여기저기 구경시키며 해가 지도록 실컷 놀다 집에 들어갔다. 부인은 남편이 시아버지와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고 왜 팔지 않았느냐고 하였다. 아들은 “가만 보니 살찐 늙은이들이 잘 팔리더라고요. 우리 아버지는 너무 비쩍 말라서 아무도 안 사 가는 것 같소.”

며느리는 다음날부터 매일매일 고기반찬을 하고, 몸에 좋다는 음식을 장만하여 시아버지를 봉양하였다. 그전엔 밥도 잘 먹지 못해 마르고 쇠약했던 시아버지는 그렇게 대접을 잘 받다 보니 점점 살도 찌고 얼굴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몸에 힘이 좀 생기자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시키지 않아도 장작을 쌓아두기도 하고, 아들 내외가 일 나간 사이에 손자도 보고, 빨래도 해두었다.

그렇게 일 년쯤 지나고 나서 아들이, “여보, 이제는 우리 아버지가 내다 팔아도 될 만큼 충분히 살이 찌고 힘도 생긴 것 같아요. 다음 장날엔 가서 팝시다.” 그러자 며느리가 펄쩍 뛰며 말렸다. “시아버지 없이 어찌 살라고요. 안 돼요.” 그 뒤로 아들 내외는 아버지를 모시면서 행복하게 잘살았다. [한국구비문학대계] 2-9, 879-881면, 서면 설화1, 아내 버릇 고쳐 효부 만든 남편, 신승호(남,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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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관계든 돌고, 돌고, 도는 것 같아요. 시아버지는 연로하고 쇠약하여 집안일까지 돌볼 여력이 애당초 없었어요. 며느리는 거기에 심통 부리면서 밥도 안 챙겨드렸고, 그게 반복되니 시아버지는 점점 더 기력이 떨어지고. 아기라도 좀 봐주면 좋을 텐데 하면서 심통만 부리니 시아버지는 그게 또 보기 싫어서 더 일을 안 하려고 하고. 그게 어느 한 곳에서부터 뚫리기 시작하니까 순환해도 방향이 달라지는 거죠. 밥에 고기반찬 좀 챙겨드리기 시작하니 배도 부르고 기분 좋아지고, 그러면 며느리가 예뻐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여유가 생기다 보니 시키지 않아도 필요한 일은 알아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놓게 되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며느리는 시아버지 없이는 못 살게 되었고요. 일단 좀 뚫어주는 거, 그래서 흐르고 통하게 하는 거. 아주 단순한 건데, 그게 참,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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