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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짱 Jan 13. 2016

[하루 한 편 구비구비 옛이야기]

자기 버린 부모에게 낳아준 값만 갚은 자식

옛날에 한 아버지가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살고 있었다. 아이 엄마는 아이를 낳으면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했는데, 워낙 가난한 살림이었던지라 별 수 없이 여기저기 빌어먹으며 다녀야 했다. 갓난쟁이 아기를 안고 마을마다 갓 아기 낳은 부녀자를 찾아다니며 젖동냥을 해야 했고,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밥을 한 바가지는 더 얻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동냥 다니기도 힘들었고, 아이가 일곱 살쯤 되면서 말도 잘 안 듣고 자꾸 여기저기 싸돌아다니자 이 아버지는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매우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어느 날, 이 아버지는 삼거리 한복판에 아이를 떼어놓고 도망가 버렸다. 아이는 사람 많고 복잡한 길 한복판에서 홀로 남아 훌쩍이고 있었다. 그때 한 사람이 지나가다가 아이를 보고는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갔다. 이 사람은 평소에 자식 없는 것이 한이었는데, 아버지가 버리고 도망간 아이라고 하니 마침 잘되었다 싶었다. 이 사람은 아이에게 정성을 다해서 공부도 시키고 잘 키웠다. 그리고 적당한 나이가 되자 장가도 보내주어 함께 잘살았다.

시간이 흘러, 아이의 친아버지가 늙고 병이 들어 오갈 데도 없고 얻어먹을 수도 없게 되자 자기 아들을 찾아갔다. 친아버지는 아들을 버리긴 했지만 어느 집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소식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친아버지는 아들이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갔지만 아들은 아버지를 알아보지 못했다. 친아버지가 절망스러워 정말로 못 알아보는 것이냐고 재우쳐 물었더니, 아들은 자신에게 아버지는 지금 이 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분 한 분뿐이라면서 길러준 게 부모지 낳아 주기만 한 건 부모가 아니라고 하였다. 친아버지는 서러워서 어디 가지도 못하고 그 집 문 앞에서 다리를 뻗고 대성통곡을 하고 있었다. 한 선비가 지나가다가 왜 그러느냐고 묻더니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하였다. 그러고는 아들과, 아들을 길러준 아버지를 불러서 친아버지의 사연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이 아들이 장가갈 때까지 잘 키워준 것도 참 고마운 일이지만 이 아들을 낳을 때에 아이 엄마가 열 달을 뱃속에서 키웠고, 태어나서는 칠 년 동안을 기르고, 먹이고, 입힌 공이 있으니 그것은 잊지 말아야 할 것 아니냐고 하였다. 그러고는 칠 년 동안 먹이고 입힌 비용을 계산해서 친아버지에게 주라고 하였다. 친아버지는 그 돈을 받아가지고 다시 길을 떠났고, 아들은 그 이후로 길러 준 부모에게 더욱 정성껏 효도를 다하였다.


이 이야기와 비슷한 다른 이야기에서는, 어머니가 남편 없이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 되자 부잣집 대문 앞에 아이를 갖다 버린 뒤, 아들이 장성했을 때 부잣집에 찾아와요. 아들은 그때야 자신이 어렸을 때 버려졌었던 것을 알고 이 어머니를 맞아들여 꼭 열 달 동안 자기 집에서 모시면서 먹여 주고 씻겨 주고 하였어요. 그리고 열 달 뒤엔 뱃속에서 길러주신 은혜를 갚았으니 이제 가시라고 하며 내쫓고 나서 길러준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면서 살지요. 이 이야기들은 ‘받은 만큼 갚는다’는 계산적인 행동을 보여요. 그런데 그 받은 만큼이란 뱃속에서 키워주고 낳아준 값이었어요. 그보다 더 이상의 대가를 지불하지는 않아요. ‘낳은 정보다는 기른 정’이라는 속담을 확인하게 해 주는 이야기이지요. 이 이야기에서는 아들이 아니라 길러준 아버지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데 그건 좀 억울할 것 같긴 하지만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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