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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짱 Jan 28. 2016

[하루 한 편 구비구비 옛이야기]

노처녀들의 원님놀이

한 고을 원의 매를 돌보던 역부가 매를 잃어버려 찾아다니다 처녀 다섯이 모여 원님놀이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하나는 원님 노릇을 하고 하나는 좌수 노릇을 하고, 나머지는 통인도 되었다가 구경꾼도 되었다가 하였다. 원이 고을 좌수를 잡아 올리라고 명하더니 좌수에게 물었다. “너는 그래, 딸을 몇이나 뒀노?” “다섯입니다.” “딸들을 왜 시집을 안 보내고 있는고?” “예, 적당한 곳이 없어서 그랬습니다. 이쪽이 좋다 하면 저쪽이 싫다 하고, 저쪽이 좋다 하면 이쪽이 싫고 그러다 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아하, 적당한 곳이 없다니? 내 들으니 아무 고을 좌수한테도 아들이 있고, 옆 고을 어느 양반집에도 인물 좋고 능력 좋은 아들이 있다 하더라.” 원 노릇을 하는 아이가 좋은 혼처라며 신랑 후보 다섯을 죽 이야기해주니, 좌수 노릇 하는 아이가 “아이고, 예, 예. 명령 받들겠습니다.” 하였다. 그러자 원이 “말 안 들으면 천벌을 내리겠노라.” 하고는 처녀 다섯이 까르르 까르르 웃으며 노는 것이었다. 역부는 원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다. 원이 좌수를 불러 자식이 몇인지 물었더니 딸만 다섯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딸들 시집은 보냈느냐 물으니 적당한 혼처가 없어 못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은 좌수에게 다섯 신랑 후보를 모두 말해준 뒤 혼례를 올리도록 했다. 좌수의 다섯 딸은 모두 원하던 혼처를 얻어 시집가서 잘살았다. [한국구비문학대계] 7-12, 43-47면, 소보면 설화11, 해곡 이광정


이번에는 노처녀 시집보내 준 이야기에요. 가만 보니 좌수가 좀 욕심이 있었던 것 같지요? 적당한 혼처를 고르고 고르느라 딸들 애만 태웠네요. 딸들은 나름대로 마음에 두는 참한 총각들이 있었는데 말이에요. 대놓고 말은 못하고 원님놀이나 하면서 설레어했지요. 그런데 그 놀이가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통로가 되었어요. 소원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드러내는 것이 결국 소원을 이루는 길이 되는 것이겠지요. 처녀들이, 비록 저희들끼리지만, 이야기판을 벌렸던 것이 소원을 드러나게 하는 방편이 되었어요.

좀 다른 이야기지만, 아주 오래된 영화 중에 <7인의 신부>라는 게 있어요. 뮤지컬인데요, 산속에 살던 일곱 형제의 장남이 집안 살림을 해줄 신붓감을 찾았지요. 읍내에서 아름다운 처녀와 만난 장남은 결혼을 했고, 일곱 형제의 맏형수가 된 여인은 야생마 같은 여섯 시동생들을 사람 꼴 갖추게 하느라 노심초사했어요. 그런데 여섯 동생은 모두 마을 소풍 때 만났던 처녀들을 마음속에 두고 있었고, 그것을 알게 된 장남이 여섯 처녀를 납치해 와요. 마침 눈사태로 길이 막혀 고립된 여섯 총각과 여섯 처녀는 결국 그 안에서 서로서로 짝을 잘 맺어 결혼을 하게 되지요. 서양판 보쌈이라고나 할까요. 엊그제 얘기했던 노총각 결혼시켜준 명관 이야기와도 비슷하고요. 요새는 이런 일을 이렇게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누가 그냥 탁 잡아채어 따라오라고 하면 그저 질질 끌려가 줄 수도 있는데, 이런 생각도 가끔 한답니다. 아직까지, 끌려갈 만큼 날 잡아준 사람이 없다는 게, 그게 문제지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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