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거시기 되찾고 좋아한 부인
옛날에 한 내외가 곤궁하게 살았다. 부인이 길쌈을 부지런히 해서 겨우 먹고살았는데, 남편은 워낙 술을 좋아해서 부인이 베 짜 놓은 것을 가지고 나가 팔아 술을 마시곤 했다. 하루는 남편이 나갔다 오더니 끙끙 앓았다. 부인이 왜 그러느냐고 묻자 남편은 술값이 모자라서 거시기를 잡히고 왔다고 했다. 부인은 거시기를 뺏겼다고 하니 큰일 났다 싶어, 밤잠 안 자고 베 한 필을 더 해서 주었다. 남편은 그것으로 술값을 갚고 왔다. 부인이 거시기는 찾았느냐고 하였다. “찾긴 찾았네만 그 무식한 놈들이 고약하게 해놨네.” “찾았으면 다행이오. 내놓으소, 봅시다, 어여.” 부인이 다급히 굴어 남편이 거시기를 꺼내 보여주는데 숯검댕을 칠해서 시커매져 있었다. 남편은 무척 난감한 듯이, “이놈들이, 이걸 갖다 한참 동안 불에 그슬려서 이렇게 됐다우.” 하며 엄살을 떨자 부인은 “이 소중한 걸...” 하면서 행주로 그을음을 닦아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거시기가 끄덕끄덕했는데, 부인은 그걸 보고, “헤헤이~ 요것이 날 알아보고 끄덕끄덕 절을 하네.” 하였다. [한국구비문학대계] 7-16, 332-334면, 옥성면 설화27, 돈 없으면 낭심 빼인다
서방이 뭔지. 비슷한 이야기로, 밤낮 노름하고 부인 두드려 패던 남편이 있었는데, 또 한참 부부싸움을 하는 중에 개가 달려들어서 남편 거시기를 물려고 하자 그건 물면 안 된다면서 부인이 열심히 개를 쫓아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페미니스트들이 보면 기겁을 할 이야기 아닌가 싶네요. 아무리 돈 없고 능력 없는 남편이라도 거시기는 보존해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런 경우에 생명력 존중 의식, 이런 식으로 가면 진짜 너무 과한 해석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아무래도 가부장적인 시선이 개입된 이야기겠죠. 부인은 남편 거시기만 있으면 되는 존재인 것으로 종속시키는 태도 말이어요. 남편이 술 먹고 노름하면서 다니더라도 부인은 부지런히 길쌈해서 집안 살림 유지하는 데 일조를 해야 하고요. 이념적으로는 ‘가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제도이지만 실제로 가정을 유지하는 의무와 책임은 부인에게 거의 넘어가 있던 것이지요. 집안엔 여자가 잘 들어와야 한다는 말조차도. 이젠 그런 틀에 반발하여 여권이 심하게 초월된 현상을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긴 하는데요, 그것이 결국 가족제도 안에서의 권리를 내세우는 것 정도에 그친다면 결국 가부장적인 헤게모니에 머무는 것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