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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짱 Feb 04. 2016

[하루 한 편 구비구비 옛이야기]

내 복에 산다

어느 부잣집에 딸이 셋 있었다. 하루는 아버지가 세 딸을 불러 누구 덕으로 잘 먹고 사는지 물었다. 첫째 딸과 둘째 딸은 아버지 덕으로 잘 산다고 했다. 그러나 셋째 딸은 자신의 덕으로 잘 산다고 대답했다. 화가 난 아버지는 셋째 딸을 지나가는 숯장수에게 줘버렸다. 셋째 딸은 자기 복은 자신이 가지고 간다면서 곳간에서 쌀 서 되 서 홉을 퍼서 집을 나섰다. 셋째 딸은 숯장수를 따라 산골로 들어가서 함께 살게 되었다. 셋째 딸은 가지고 간 쌀로 밥을 지어 시어머니에게 차려 드린 뒤 숯장수에게도 밥을 주려고 숯 굽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숯가마의 돌이 금덩이였다. 셋째 딸은 숯장수에게 내일부터는 숯을 굽지 말고 거기에 있는 돌을 팔아오라고 했다. 그리고 돌을 팔 때 사람들이 아무리 놀려도 꾹 참고 그저 제값대로만 달라고 하라고 하였다. 다음 날 숯장수가 장에 갔더니 사람들이 돌 팔러 나온 놈이 있다며 툭툭 치고 놀렸다. 숯장수는 꾹 참고 견뎠다. 그러다가 저녁이 되자 어떤 노인이 나타나더니 숯장수의 돌을 사겠다며 값을 물었다. 숯장수는 셋째 딸이 시킨 대로 그저 제값대로 달라고만 하였다. 노인은 엄청난 돈을 주고 돌을 전부 사갔다. 숯장수와 셋째 딸은 큰 부자가 되었는데, 얼마 동안 잘 지내다 보니 셋째 딸은 거지가 된 부모 생각에 그만 병이 들고 말았다. 숯장수가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물으니, 셋째 딸은 거지 잔치를 열흘만 하자고 하였다. 그리고 셋째 딸은 하인을 시켜 대문을 여닫을 때마다 “옥점아” 하는 소리가 나도록 만들어 달라고 했다. 옥점이는 셋째 딸의 이름이었다. 거지 잔치를 한 지 열흘째가 되던 날, 한 거지 내외가 대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옥점아” 하는 소리를 듣고는 주저앉아서 울기만 하였다. 하인이 그 일을 셋째 딸에게 고하자, 셋째 딸은 부모임을 알아차리고 달려 나가 맞이하였다. 그리고 그 후로 부모를 모시고 잘 살았다. [한국구비문학대계] 2-1, 309-312면, 강릉시 설화100, 숯 장수 이야기


우리나라 전역에 널리 퍼져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 이야기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지요. 리어왕이 세 딸을 불러다 놓고, 부모를 사랑하고 효심이 깊은 딸에게 가장 큰 은혜를 내리겠다고 했어요. 위의 두 언니는 리어 왕에게 자신의 효심을 증명해 보이려고 열심히 아양을 떨어 큰 재산을 받았지만, 막내딸 코딜리어만은 자식으로서의 의무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뿐이라고 하여 리어 왕의 노여움을 사지요. 결국 코딜리어는 재산을 한 푼도 물려받지 못한 채 억지로 프랑스 왕과 결혼해야 했어요. 그런데 두 이야기는 결말이 달라요. 코딜리어는 결국 모함으로 사형에 처해지고, 거듭되는 불운 때문에 미치광이가 된 리어 왕은 딸의 뒤를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어요. 그래서 비극이지요.

코딜리어는 자식으로서 의무감에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일 뿐이라고 대답했는데, 이처럼 세상에서 요구된다고 믿어지는 원칙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만 할 뿐 부모 존재나 부모와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나 이해를 보여주지 못했던 코딜리어는 비극적 결말을 맞이해요. 셋째 딸은 다 자기 복으로 먹고사는 것이라고 하지만 부모를 완전히 배제하진 않아요. 어머니 복도 좋고 아버지 복도 좋지만, 결국 먹고사는 문제는 내 복에 달린 거라는 인식을 보여주지요. 그것은 숯가마에서 금덩이를 발견하는 것으로 증명이 되고, 셋째 딸은 그 이후에 반드시 부모를 다시 찾아요. 자기 복에 대한 믿음을 갖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사실 부모와의 관계회복도 가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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