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죽인 사람과 혼인하여 복수한 열녀
문경 새잣골 밑 마을에서 앞뒷집으로 붙어 있는 두 집 총각이 서로 친하게 지냈다. 앞집 총각이 장가를 먼저 갔는데 뒷집 총각은 앞집 총각을 시샘하였다. 하루는 뒷집 총각이 같이 나무하러 가자고 앞집 총각을 불러내서 둘이 함께 산으로 갔다. 앞집 색시는 저녁을 지어 놓고 남편 오기를 기다리다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깜짝 놀라 깨어 일어나니 이미 다음날 아침이었다. 색시는 얼른 뒷집부터 담 넘어로 살폈는데 뒷집 총각은 집에 와 있었다. 색시가 뒷집 총각에게 남편은 어디 가고 혼자 와 있느냐고 물었다. 뒷집 총각은 자기도 그놈 찾다가 나무도 못하고 그냥 돌아와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 뒤로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고, 뒷집 총각은 앞집을 계속 들락거리며 밭도 갈아주고, 부뚜막도 발라주고 마당도 쓸어주면서 보살펴 주었다. 색시는 아무래도 뒷집 총각이 수상했지만 일해주러 오는 사람을 내치지도 못하고 점심도 해주고, 저녁도 해먹이고 그랬다. 그러다 보니 이미 검은 맘을 먹고 저녁 먹고도 너부죽 누워 있는 것을 어쩌지도 못하고 뒷집 총각과 함께 지내다보니 아들 삼형제를 낳고 살게 되었다. 어느 날은 뒷집 총각이 들에서 일을 하다가 점심 먹으러 들어왔는데 소나기가 와서 다시 나가지도 못하게 되자 색시에게 귀나 후벼 달라면서 마루에 드러누웠다. 색시는 무릎에 뒷집 총각 머리를 받치고 귀를 파주면서 죽은 남편 생각을 했다. ‘빗물이 떨어져도 물방울이 저렇게 서는데, 어째서 사람은 죽어도 흔적을 모르고 이렇게 살까.’ 하며 속으로 한탄하고 있는데, 뒷집 총각이 “비가 참 많이 오네. 사람이 죽어도 피가 저렇게 흐르니까 핏방울이 저 물방울처럼 저렇게 서더라.” 하는 것이었다. 색시는 안 그래도 뒷집 총각을 의심하고 있던 차에 그런 말을 듣고는 뒷집 총각이 남편을 죽인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색시는 뒷집 총각에게 술을 실컷 먹여 잠들게 했다. 그리고 끓는 기름을 귀에 부어 죽였다. 색시는 곧 아들 삼형제도 모두 죽여 버리고는 관아에 가서 이실직고 한 후 그 자리에서 칼을 물고 엎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문경 새잣골에는 지금도 열녀각이 있다. [한국구비문학대계] 7-13, 285-287면, 대구시 설화72, 남편 죽인 사람과 혼인해서 복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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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기름 부어 남편 죽이기’ 2탄입니다.ㅋ 이 이야기의 좀 더 잔인한 버전은, 여자가 뒷집 총각이 범인임을 확신한 후 그 자리에서 남자의 목을 칼로 베고, 남자의 숨이 미처 다 끊어지기 전에 남자가 보는 앞에서 남자와 낳은 아들도 찔러 죽여 버리는 장면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그 경우엔 여자가 더 적극적으로 뒷집 총각과 함께 살겠다고 찾아가지요. 이미 의심을 하고 확실한 증거를 찾을 때까지 아이도 낳고 함께 살면서 때를 노리는 거예요. 정말 놀라운 것은 이 여자들이 열녀로 인정받아 열녀각이 세워진다는 것이지요. 자신이 마음에 드는 남자와 살기 위해서 남편을 죽인 여자로 인해서는 개가금지법이 시행되지만, 남편을 죽인 자와 함께 살다가 복수한 여자로 인해서는 열녀각이 세워집니다. 어느 쪽이 더 잔인한 것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