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놓으라는 말에 망신당한 신랑
한 형제가 있었는데 형이 틈만 나면 동생을 때리며 괴롭혔다. 동생은 ‘장가갈 때 두고 보자.’ 하고 있다가 형의 혼처가 정해지자 사돈 될 집을 찾아갔다. 그러고는 잔치 준비로 바쁜 집안사람들에게 짐짓 “아, 이 댁에 무슨 일이 있소?” 하고 말을 걸었다. 사돈집에서는 낼모레 곧 딸을 시집보내게 되어 그렇다고 말해 주었다. 동생은, 딸을 어느 집으로 시집보내느냐고 묻고는 그 집을 잘 아는 것처럼 말하였다. 그러면서 그 마을 풍속은 대례청에서 신랑 신부가 절하기 전에 신부 쪽에서 ‘내놓으시오.’ 하면 신랑 쪽에서 논문서를 내놓는다고 하였다. 그런 뒤에 예식을 지내는 것이 그 동네 풍속이니 준비 잘하고 혼례 잘 치르시라 인사하고 가버렸다. 동생은 집으로 돌아와서는 형에게, “내가 방금 그 동네 가서 알아보고 왔는데, 그 동네에는 참 이상한 풍속이 있습디다.” 하였다. 형이 무엇이냐 하니, 대례청에 들어서면 신부 쪽에서 ‘내놓으시오.’라고 하는데, 그때 신랑이 거시기를 내밀어야 한다며 참 요망한 풍속이 다 있더라고 하였다. 형이 “에이, 미친 자식 같으니.” 하고 욕을 하자 동생은, “아니, ‘내놓으시오.’ 할 때 안 내놓으면 도로 가라고 한대요. 병신이라고.” 하였다. 다음날 혼례를 하면서 신랑 신부가 대례청에 들어서자 주례 보는 사람이 진짜로 ‘내놓으시오.’라고 하는 것이었다. 형은 ‘아뿔싸, 과연 참말이로구나.’ 싶어 부시럭 부시럭 바지춤을 내렸다. 그러자 하객들이 전부 다 놀라 도망을 가버렸다. 신부 쪽에서는 “아, 이 자식아, 이것이 논문서냐?” 하며 신랑 궁둥이를 두드렸다. 어쨌든 혼례는 겨우 마치고서, 형이 동생을 불렀다. 동생은 삐죽 웃으면서 방으로 들어왔다. 형이 동생에게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하냐고 호통 치니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하도 당해서 그랬다며 속은 사람이 멍청한 것 아니냐고 하였다. 형이 ”네 이놈. 너 장가 갈 때 보자.” 하니 동생은 형한테 속을 자기가 아니라고 하였다. 형제의 아버지도 망신당한 것에 화가 나 동생을 불러 혼을 냈다. 동생은 아버지만 안 계시면 형이 자신을 때렸다면서 장가갈 때 갚았으니 이제는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한국구비문학대계] 6-4, 398-401면, 주암면 설화11, 대례청(大禮廳)에서의 망신, 조동윤(남,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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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마무리는 좀 흐지부지하지만, 기왕 골탕 먹이려면 이 정도 사고는 쳐줘야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겠습니까? 원한에 사무치면 사람 죽이는 일도 다반사로 벌어지지만, 형제간 갈등 정도야 죽일 일까지는 아니니 이런 재밌는 방식으로 풀 수도 있는 것 아니냐 할 수도 있겠지만, 형제간 재산다툼이 피를 부르는 결말도 많은 세상이고 보니 이런 이야기도 그저 보이지는 않아요. 동생이 얼마나 치밀한지 보세요. 아버지가 안 계실 때마다 폭행하는 형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형이 장가갈 날만 기다려요. 형이 이제 공식적으로 집을 떠나는 날이지요. 그때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줌으로써 화끈하게 복수하고 떠나보내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 혼인 날 전에 미리 사돈집에 가서 작업을 해두고요, 목적 달성 후에는 쿨하게 형과 아버지에게 사정 설명을 하면서 이제는 안 그러겠다고 딱 물러서지요. 이 정도 여유도 상당한 경지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합니다. 요새는 ‘저 사람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골탕 먹일까’ 고민할 시간에 자기 기분 나쁘고 화나는 것에만 집중하여 즉각적으로 분노를 표출해 버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요. 그렇다고 무조건 ‘여유를 가져라.’만 외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그저 틈 날 때, 이런 이야기 한 번씩 들여다보면서 이런 저런 방향으로 나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해요. 그러면서 마음의 근육을 키워가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