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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짱 Dec 30. 2015

[하루 한 편 구비구비 옛이야기]

허풍쟁이들의 말 겨루기


*

영천 거짓말쟁이와 경주 거짓말쟁이가 우스갯소리 시합을 하려고 말티재에서 만났다.

“하, 이 사람 오늘 어디 가노?”

“나는 영천 자네 보러 간다. 자네는 어디 가노?”

“나도 경주 자네 보러 간다. 하이고, 어제 밤에, 바람이 지독하게 불디마는 우리 다듬잇돌이 마 휙 날라가뿌고 없어, 경주 찾으러 온다.”

“아 그거, 오늘 아침에 우리 거미줄에 달려서 덜렁덜렁하더라.”

영천 거짓말쟁이가 그만 졌다.

[한국구비문학대계] 7-1, 307-307면, 현곡면 설화108, 영천 거짓말쟁이와 경주 거짓말쟁이, 이선재(여, 61)


**

귀머거리, 앉은뱅이, 봉사 세 사람이 모였다. 귀머거리가 “야들아, 어디서 징소리가 웅웅 난다.” 하자 봉사가 “야, 깃발이 펄펄 날리는구나.” 하였다. 그러자 앉은뱅이는 “야들아, 얼른 구경 가자.” 하였다.

[한국구비문학대계] 4-6, 32-33면, 반포면 설화3, 앉은뱅이․귀머거리․소경, 강한병(남, 78)


***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서로 어떻게든 지지 않으려고 안 들리는 것도 들리는 척, 안 보이는 것도 보이는 척, 걷지도 못하면서 걸을 수 있는 척을 하는 거예요. 남들보다 세 보여야 하니까 바람이 불어도 그냥 바람이 아니라 다듬잇돌을 날려 버리는 어마어마한 바람이어야 하는데, 그걸 또 받아쳐서 그 다듬잇돌이 우리 집 거미줄에 덜렁덜렁 매달려 있다고 하고야 마는 거예요. 기어이 이기고야 말겠다고 덤벼드는 이들, 가끔 있지요. 그 수가 뻔히 보이는데도, 어쩜 자기 수를 이미 들킨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본인도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기어이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온갖 얕은 말들을 내뱉으며 공격해요. 실은 저나 나나 대단할 것도 없는, ‘병신노릇 안하려는 병신들’일 뿐인데 말이에요.

(참고. ‘병신노릇 안하려는 병신들’은 세 병신 이야기의 한 각편 제목이고요, 위에서 쓴 귀머거리, 봉사, 병신 등은 사실 장애인 비하 발언이어서 순화 대상이 되는 말들이지요. 귀머거리는 청각장애인으로, 봉사는 시각장애인으로, 앉은뱅이는 하반신 장애인으로 고쳐 써야 해요. 병신(病身)은 말 그대로 신체 어느 부분이 기능을 못하는 것을 뜻해요. 원래는 비하하는 뜻은 없었는데 아무래도 욕할 때 쓰기 좋아 그렇게 쓰다 보니 이상해진 거지요. 2016년이 병신년(丙申年)이다 보니 발음이 같은 이 말이 아무래도 화두가 되는 모양이에요. 여러모로, 온전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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