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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며니 Jan 19. 2019

위로받기 좋은 나만의 공간

언제 어디서든 찾아가도 부담 없는 거리를 유지하는 사람들

유튜브에 <슬픈 음악>을 검색했다. 끝없이 많은 플레이리스트가 검색 결과로 나왔다. '일 할 때 듣기 좋은 음악'을 3시간 이상 들었더니 오히려 집중이 더 안 되는 기분이라 차분한 음악을 듣고 싶었다. 노래 모음들 중 중간 광고가 없고 조회수가 100만이 넘는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주제곡 모음을 선택했다. 귀에 익숙하지만 예민한 감정을 거스르지 않는 음악들이 연속해서 나왔다. 노래를 틀고 하던 일에 집중하는데 귀를 잡는 선율이 흘렀다. 작업하던 화면을 아래로 내리고 잠시 멍하니 듣기만하다 음악이 나오는 유튜브 창으로 갔다. 스크롤을 내려 노래 제목을 확인하고 작업 중인 화면으로 돌아가려 단축키 알트+탭 위에 엄지와 중지를 얹었는데. 댓글이 눈을 잡았다.


- 어린시절로 돌아가서 엄마무릎에 누워 푸른하늘보며  이 음악듣고싶다,,,엄마는 내머리카락 쓸어넘겨주고  산들바람 내코에 스치고~~~울엄니 벌써 팔순이네,,겉으론 제가 퉁명스러도 속은 많이 사랑해요,,,,,❣

- 내동생 널 하늘나라에보낸지벌써1년이란시간이 흘러가는구나.
꿈속에서라도나와주면....보고싶다.

- 이 영화를 알지도 못하고 내용도 모르지만 노래를 듣다보니 눈물이 나더군요 그냥 감정에 복 바쳐서 어깨를 들썩이며 계속 울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영화를 보러가야겠군요. 제 추억에 아니 추억도 없지만 마음에 자리잡은 소중한 노래입니다. 하하..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 왜 듣자마자 심장이 뛰면서 목이 메일까요?  정말 어릴적이 너무 그립습니다.  언제나 어릴줄 알았는데 어느덧 성인이된 내 모습이 몹시 낯설고 마냥 젊으실줄 알았던 부모님 머리에 흰머리와 주름살이 생기셨습니다.  이제서야 철이들고 부모님 생각만하면 눈물이 납니다.  어릴적 놀이터에서 놀던 친구들,  학교 선생님, 문구점 아저씨 모두 보고싶습니다.  그때로 제발 한번만이라도 돌아가고 싶어요. 나는 아직도 그때 그당시 그대론데 정신차리고 나니 주변 모든게 다 낯섭니다.


댓글로 날것의 슬픔을 털어놓고 있었다. 음악이 마음을 어루만져 저마다의 아픔을 풀어내도록 만든 것이다. 누가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이라 가장 솔직한 말들로 감정을 털어놨다. 누군가가 그 댓글이 쓰인 지 1년 후, 3년 후 그 아래로 다시 댓글을 쓴다.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각자의 방식과 기간으로 치유하는 중이었다. 음악이 포스팅된 곳은 저마다의 시간으로 마음껏 감정을 쏟아내는 비밀의 숲이 됐다. 본인이 쓴 댓글을 1년마다 다시 찾는 이도 있었다. 위로받기 딱 좋을 만큼의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공간이었다.


한집에 살지 않는 누군가를 만나려면 차비, 시간, 에너지가 든다. 그렇게 서로의 에너지를 소모해 만나서 나의 슬픔만을 일방적으로 털어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의 어깨애 기대어 펑펑 운다는 게 얼마나 서로의 진을 빼는 일인지 겪고 나서는 조심스러워진다. 아파하는 타인의 말을 들으며 진심으로 위로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다. 시도 때도 없이 차오르는 슬픔을 표현하는 일은 나도 듣는 이도 부담이 된다.


슬픔은 잊어도 또 떠오르고 말 해도 다시 아프다. 그래서 어느 순간 상실을 겪은 사람은 징징거리는 사람이 된다. 피하고 싶은 사람. 유쾌하지 않은 사람.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상실의 깊이가 깊을수록 다른 사람들에게서 멀어져만 간다. 아픔을 말하는 사람도 마음이 편한 건 아니다. 미안하게도 눈 앞에 앉은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나의 슬픔이 차올라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걸 어쩌란 말인가.


이쯤 되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야 하나 싶지만 병원 문을 두드린다는 게 말처럼 쉽지않다. '가서 어디부터 이야기를 해야 하나. 하늘로 떠나보낸 그 사람과의 만남부터 시작해야 하나.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수도 없이 고민하고 검색하다 병원은 글로 다녀온다. '가서 문진표를 작성하고 매일 슬픔 일기를 써오라고 하겠지.' 아마도 아픈 이들이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지 않는 이유는 이 슬픔을  이겨내고 싶지 않아서일 테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이가 떠오를 때 드는 감정을 잊거나 극복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매일 그리워하고 물기가 많은 밥을 봐도 '그이는 꼬들한 밥보다는 진밥을 좋아했지.' 하며 눈물이 왈칵 쏟아지니 말이다.


오늘도 많은 이들이 온라인에 있어 보이지 않는 슬픔의 공간을 찾아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픔을 털어내고 있다. 나만의 일기장에 그리움을 털어내는 방법도 있지만 듣는 순간 떠난 이를 불러오는 노래를 굳이 찾아 누가 볼지도 모르는 장소에 아픔을 털어놓는 일. 그리고 나도 같은 감정을 느꼈음을 부담 없이 털어놓는 공간. 앞으로도 그리운 이가 생각날 때는 그 유튜브 영상의 음악소리와 댓글창을 찾아갈 것 같다. 홀로 또 같이 위안을 받기 좋은 곳을 찾았다.






표지 이미지: 순수 작가님  <안개비가 내리는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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