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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며니 Mar 05. 2019

보이진 않지만 온전히 있는 것

스포 없음, 영화 <사바하> (장재현 감독, 2019)

두 번 봤다. 처음 볼 때 두 시간이 사라지게 만든 영화는 끈질기게 머릿속에 남아 몇 가지 장면과 대사의 뜻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고민하다 이해하는 즐거움을 함께하며 나와는 다른 시각을 공유하고 싶어서 가족들과 함께 다시 봤다. 첫 번째 봤을 때는 음산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 나올 것 같다 싶으면 눈을 감아버려서 놓친 장면들이 많았다. 그래서 두 번째는 양 옆에 가족들의 손을 잡고 두 눈 뜨고 다 보고 싶기도 했다. 종교 관련 지식이 없어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화면과 해안 스님(<극한직업>에서 등장만 해도 웃겼던 진선규 배우. "이것은 갈비인가, 치킨인가."가 영화 초반 잠시 머릿속을 스쳐갔다)의 다큐멘터리 해설 같은 대사 덕분에 무리 없이 영화를 따라가며 반전의 소름을 만끽했다. 두 번째 보기 전에 여러 가지를 찾아보고 공부했다. 확실히 <사바하>는 사전 지식이 있으면 볼 수 없는 것이 보이는 영화였다.


공포영화도, 특정 종교를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영화도 아니었다. 감독은 "종교보다는 오컬트. 즉 장르에 집중해 영화를 봐 달라."고 부탁을 했다. 오컬트(occult)는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 초자연적인 현상 또는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을 뜻한다. <사바하>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는 영화다. 장재현 감독의 전작 <검은 사제들>이 주는 메시지에서도 한동안 헤어 나오질 못한 기억 때문에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 기다려졌다. 어릴 때 <링>을 보고 집에 혼자 있을 때 전화벨이 울리면 경기를 일으켰던 경험 이후 공포영화는 절대 보지 않았다. 하지만 <사바하>는 끔찍한 잔상이 남는 귀신의 형상으로 만든 공포에 집중한 영화가 아닐 것이라는 믿음으로 용기를 내서 봤다.

해안스님입니다. 이무배 잡으려고 잠복근무 하시는 거 아니란 말입니다.

내 종교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정해져 있었다. 어쩌면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결정된 일인지도 모른다. 종교가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히 가족의 전통처럼 이어지는 믿음과 신념을 물려받았을 것이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수를 차지하는 종교도 제각각이다. 평생을 살면서 내가 들어보지도 못하는 교리와 신들이 지구 상에는 넘쳐난다. 하지만 모든 종교는 논리와 과학을 넘어선 '진리'의 영역이다. 초자연적인 현상과 죽음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는데 그 누가 이를 증명할 수 있을까. 인류의 시작부터 다루는 종교들이지만 답이 없는 질문들을 계속해도 명쾌한 답을 얻기란 쉽지 않다. 종교는 순수한 믿음의 영역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국가와 종교가 동일한 시대와 지역이 많았고 현재도 그렇다. 신의 이름 아래 십자군 전쟁을 벌이고, 마녀사냥을 했으며 지금까지도 이슬람 과격단체 등이 잔인한 살생의 통계를 늘리고 있다. 다행히도 한국은 종교를 선택할 수 없는 지역이 아니다. 그래서 다행히도 믿음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다른 이의 믿음을 꺾으려 무기를 드는 곳은 아니다. 땅을 맞댄 북한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종교의 자유가 허락된 여기 우리 시대 믿음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 없다고 믿는 사람.


유신론자를 비롯해 평생을 신에게 바치기로 서약한 성직자들도 때로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의구심을 갖는다. 죄 없는 어린아이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뉴스를 볼 때, 무고한 삼백 여명의 중학생이 뱃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바닷속에 가라앉는 사고를 볼 때. 인간이라면 자연히 '과연 신은 어디 있는가?'라는 커다란 물음표를 품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답은 누구도 모른다.


"어디 계시나이까? 우리를 잊으셨나이까? 어찌하여 당신의 얼굴을 가리시고 그렇게 울고만 계시나이까?  저희의 울음과 탄식을 들어주소서. 일어나소서. 당신의 인자함으로 우리를 악으로부터 구하시고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 영화 <사바하>의 대사


유신론자 심지어 성직자일지라도 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표가 생길 때가 있으니, 대부분의 종교인은 평생을 바쳐도 답을 구하기 어렵다. 믿음의 대상과 형상, 모시는 신이 좋아하는 모습 그리고 죽음 이후까지 각 종교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보통 동일한 신념을 공유하는 '우리 편'끼리 모인다. 같은 종교를 가진 이들은 수천 년 간 이어진 경전을 읽으며 끈끈하게 하나로 뭉친다. 죽어서도 영원히 함께할 이들 아닌가. 하지만 다른 종교들 사이에는, 특히 다른 신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엔 타협점이 없다. 인류 역사에서 종교를 앞세워 서로의 목숨을 뺏는 일도 신성하다 여기며 전쟁을 벌이지 않았는가. 때문에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서로를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 터부시 하는 경우가 많다. 삶과 죽음을 초월해 인간의 안녕을 추구하면서도 다른 종교를 배척하며 다투는 모순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원래 교리와는 무관하게 잘못된 문화를 형성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수 천년의 역사를 가진 종교들은 생물처럼 인류사와 함께 호흡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회가 종교의 다원성과 자유를 인정해 전 세계인은 셀 수 없이 많은 모습의 신을 모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초자연적인 무언가를 받들며 보통의 사람들을 조종하고 착취한다면 그것은 종교가 아니다. 범죄와 사기다. 영화는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 삶에 깊숙하게 영향을 미치는 종교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문제들을 다룬다. 우리의 일주일이 하필 5일도 6일도 아닌 7일이고 일요일이 쉬는 날이며, 지금이 (A.D.) 2019년인 이유도 사실은 종교 때문이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 때부터 불교가 전해지기 시작해 국교의 역할을 했다. 개화기와 일제시대를 거치는 소용돌이 아래서 급격한 서구 문물의 유입으로 사회변화가 일며 기독교인과 천주교인의 숫자가 급증했다. 현재 기독교와 천주교는 불교와 함께 국내에서 신도 수의 비중이 가장 큰 종교가 됐다. 시공간을 초월한 존재와 궁극의 선을 추구하는 종교지만, 현실에서는 각 종교에 속한 사람들이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더 많다. 영화 속에서 손을 맞잡고 진실을 파헤치는 목사님과 스님의 모습에 비춘 감독의 소망을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 여러 종교가 자연스레 섞이는 것보다는 교리의 차이로 갈등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다. 명절에 제사를 지내는 것만 해도 각 종교에 따라 확연히 다른 입장 때문에 집안 내에서 분쟁이 일어나지 않았나. 이성과 논리가 통하지 않는 믿음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부모 자식의 연을 끊기도 했다. 아주 내밀한 일상까지 종교를 이유로 불편한 상황과 단절이 생긴 것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신념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 나누기를 피하게 됐다. 하지만 <사바하>는 용기 있게 상업영화의 영역 즉, 불특정 다수에게 전면으로 여러 종교에 대한 고민을 녹여 질문을 던졌다.


장재현 감독은 씨네 21 인터뷰에서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려 하지 말고,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자. (내 영화가) 예고편을 보고 개봉날 극장에 가서 보고 싶은 영화인가"라고 말했다. 나의 믿음과 신을 위해서 목숨까지도 내놓을 준비가 된 수많은 신도들이 불을 켜고 노려보고 있는 가운데, 영화에서만이라도 머리 아픈 이야기는 보기 싫다는 관객들의 입맛에 맞춘 영화가 쏟아지는 가운데 <사바하>가 개봉했다. 가장 민감하고 답 없는 영역인 종교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아낸 감독이 우리 사회에 작은 공을 쏘아 올렸다. 나를 비롯한 다수의 관람객들이 존재조차 몰랐던 다른 종교를 검색하고 공부하며 알고 싶게 만들고, 함께 영화를 본 가족들과 며칠 동안 장면의 의미에 대해 그리고 우리의 종교에 대해 토론하게 만든 영화가 탄생했다. 모든 종교를 아우르는 힘 있는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고민하고 잠을 못 이뤘을까. 첫 공식 시사회를 마치고 그간의 마음고생과 밀려오는 감정을 담아 펑펑 울었다는 장 감독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 [오마이포토] '사바하' 장재현 감독, 감회와 감격의 교차ⓒ 이정민 / 장 감독님 3년동안 고생하신 덕분에 좋은 영화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울지마세요ㅠ_ㅠ

미스터리 추리물 <사바하>는 강렬한 첫 장면부터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든다. '과연 그것의 정체는 무엇일까?'에만 집중해도 나의 편견에 뒤통수를 맞는 짜릿함이 있지만, 아는 만큼 더 깊이 보이는 영화다. 오컬트 장르를 내세운 만큼 안개가 자욱한 시골집의 뒷마당 저 멀리의 문가에서 들리는 소리만으로 등골에 소름이 돋고 갑자기 번쩍이는 괴기스러운 형상의 무언가 때문에 깜짝 놀라는 순간이 몇 번 있긴 하다. 재미와 몰입감을 위한 장면인듯 싶으나 물리적 놀래킴이 굳이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열다섯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주연배우 이재인, 사연 많아 보이는 배운 양아치를 그대로 담아낸 이정재, 매 작품마다 완전히 다른 가면을 쓰며 글도 잘 쓰는 배우 박정민, 진짜 티베트 고승을 모셔온 것 같은 타나카 민, 무거운 이야기 속 비타민 같은 황정민, 신비로운 문숙, 어려운 종교 지식을 소화해 편안히 전달하는 진선규 등 모든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역시 이야기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연기와 연출 모두에서 과하거나 부족해 괜스레 몰입을 깨는 부분이 없었다.



<사바하>는 반전의 영화다. 영화에 푹 빠져서 생각하고,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 같은 반전에서 느끼는 통쾌함을 모든 관객으로부터 뺏고 싶지 않다. 결말과 많은 장면에서 받은 영감들을 모두 글로 풀어쓰고 싶으나, 스포일러를 배제하고 내가 공부한 과정만 공유하겠다. <사바하>라는 제목부터 처음 듣는 단어라 찾아보기 시작했다. 구 박사님의 도움으로 공부 많이 했다.


위대한 구 박사님 Dr. Google


먼저, 가장 중요한 <사바하>의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공식 블로그의 프리퀄 웹툰이다. 영화를 보기 전/후 상관없이 보고 가면 이해도가 높아진다. 웹툰을 안 보고 이정재의 연기만으로 추측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웹툰으로 확실히 박웅재 목사의 슬픈 과거와 그의 현재 모습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속 박 목사의 후배 이야기?!" <사바하> X 장작 작가 #충격적과거 프리퀄 웹툰!


- 사바하: 부처의 말을 결론짓는 종결의 의미
'원만하게 성취한다'라는 뜻으로 부처의 말에 함께 붙여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소서'라는 뜻이다.


- 부처: '깨달은 자', '눈을 뜬 자'라는 뜻

깨달은 자는 누구든 부처라고 할 수 있지만, 보통 석가모니불을 의미. 석가모니불 이외에도 과거불(佛)이 있다. 소승불교에서는 현재까지 출현하신 부처가 총 28명이라고 한다. 미래에는 미륵불이 출현한다.


- 미륵: 미륵보살의 줄임말로 다음 세상에서 부처로 태어날 미래의 부처


- 티베트 불교: 티베트, 몽골, 네팔의 대승불교 종파 중 하나

7세기 티베트의 손센 감포왕이 인도에 충신을 보내 불교를 수입하고 경전을 만들기 위해 티베트 문자를 새로 만들었다.


- 밀교: 내적인, 숨겨진 견해와 믿음 또는 가르침

'밀교적'이라는 것은 비밀한 교의를 가진 것, 지식을 소수로 이루어진 그룹에게만 제한하는 것, 또는 특별하고 흔치 않은 특성을 가진 사항들에 대한 관심을 의미

연표: 불교 전통의 성립과 발전 (기원전 450년경부터 기원후 1300년경까지), 출처: 위키피디아


- 윤회설: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은 그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이 세상으로 재탄생한다는 교의
이 세상에서 겪는 삶의 경험이 자신의 발전에 더 이상 필요치 않는 상태에 도달할 때 비로소 이 세상으로의 윤회가 끝난다.


- 환생: 죽은 사람이 모습을 바꾸어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


- 열반: 부처의 지위. 번뇌의 불을 꺼서 깨우침의 지혜를 완성하고 완전한 정신의 평안함에 놓인 상태


- (불교에서) '사슴'의 의미: 사슴은 불교에서 아주 중요한 동물이다. 석존(석가모니)께서 깨달음을 얻은 뒤에 처음 설법한 곳이 사슴이 많이 사는 사슴 동산이었다. (월간 해인, 157호)


- 코끼리: 자비와 덕을 상징

부처님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은 흰 코끼리가 품 안으로 들어오는 태몽을 꾸고 부처님을 잉태함


- 지네: 한국 전통 설화에서 지네는 거대 괴수의 형상을 하고 제물로 바쳐진 처녀를 먹음



- 뱀: 그리스 신화에서 뱀은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며 재생과 불멸의 상징
불교에서 뱀은 관자재보살로서 무지한 인간들을 일깨워 지혜의 등불을 밝혀주고 가르쳐서 올바로 살게 하도록 교육하는 보살 (법보신문)

기독교의 구약성경에서는 사탄이 뱀의 입을 빌려 인간의 타락을 조장함


<사바하>의 영문 제목은 <SVAHA : THE SIXTH FINGER(사바하: 여섯 번째 손가락)>이다.

- 육손: 여섯은 불교에선 완결을 뜻한다. 신이거나 악이거나 (스타뉴스 장재현 감독 인터뷰)


- 영혼불멸설: 육신과 영혼은 별개며, 육신은 죽어도 영혼은 죽지 않아 천당 지옥이나 인간 동물 등으로 환생한다는 사상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등 세상의 많은 종교는 영혼불멸설을 따른다


- 기독교: 예수를 그리스도(메시아, 구세주)라고 고백하는 종교


- 예수: 인류를 구원하려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난 창조주

기원전(BC) 1세기 탄생 기원후(AD) 30~33 사망 후 부활


- 서력기원(서기): 서기는 예수 탄생을 1년으로 삼아 서양 기독교 문화권에서 사용해 온 책력인데 현재 전 세계 공통으로 사용 중. 현재는 A.D 2019년이다.

A.D.(라틴어: Anno Domini 아노 도미니 '주의 해(年)에')로, 기원전은 B.C.(영어: Before Christ 비포 크라이스트 '예수 이전에')


- 선악과: 먹으면 선악을 알게 된다는 `선악과나무'의 열매로 금단의 열매라고 불림
맨 첫 인간인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따먹음으로써 에덴동산에서 쫓겨남


- 자유의지: 창조주는 먹으면 안 되는 선악과를 놓고, 먹을지 말지 개인이 선택할 수 있게 허락함
즉, 인간 스스로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행동을 선택할 수 있게 창조


- 원죄: 인간이 선악과를 먹음으로 지은 인간 최초의 죄

때문에 아담의 자손, 즉 모든 인류는 태어나기 전부터 죄가 있음


- 선: 도덕 행동의 최고 이상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창조주)을 기준으로 옳은 것


- 악: 옳지 못한 행동, 도덕적 규범에서 벗어나는 행동, 죄


- 악마: 기독교나 이슬람 또는 불교에서 종교적인 수행을 방해하는 악한 영


- 귀신: 영혼과는 다른 의미로 다음 생에서 태어날 힘을 지니지 못해 현실세계를 떠돌거나 부활하지 못하는 존재



<사바하> 제작진도 아래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열심히 찾지 않았을까 싶다.

신은 악을 없애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는 전능한 것이 아니다.
악을 없앨 능력은 있지만 하지 않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는 악의를 갖고 있는 것이다.
악을 없앨 능력도 있고 없애려 하기도 하는가? 그렇다면 왜 악이 존재하는가?
악을 없앨 능력도 없고 없애려 하지도 않는가? 그렇다면 왜 그를 신이라 불러야 하는가?

에피쿠로스 (그리스 철학자, 쾌락주의의 시조)


- 유일신: 오직 하나의 신만이 존재한다는 믿음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이 대표적


<사바하>의 박웅재 목사(이정재)는 故탁명환 목사의 아들 탁지원 국제종교문제연구소장(가장 왼쪽 사진)을 모티브로했다.

- 故 탁명환 목사(1937~1994): 대한민국의 신흥종교, 이단 사이비 종교 연구 전문가

기독교 계열의 이단 연구라는 이름으로 여러 종파를 지속으로 비판해 소송, 테러, 살해 협박을 받음. 자신의 아파트 근처에서 대성교회 광신자에게 살해당함.


- 이단: 정통 이론에서 많이 벗어난 교리, 주의, 주장 등을 총칭


- 사이비 종교: 신흥종교 중에서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종교


(왼쪽)각종 종교의 상징. 출처: 위키피디아

- 종교: 규정된 믿음을 공유하는 이들로 이루어진 신앙 공동체와 그들이 가진 신앙 체계 또는 문화적 체계


-종교의 3요소: 교조, 교리, 교단

- 교조: 종교를 만든 사람

- 교리(경전): 종교의 가르침, 행동규범

- 교단(신도): 종교를 믿는 사람


- 신앙: 절대자를 믿고 따르며 교리를 받들어 지키는 일. 믿음


단순 종교 지식이라도 영화의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단어와 경전은 제외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었고, 볼 필요도 없었던 여러 종교와 철학을 <사바하>를 더 잘 이해하려고 찾아봤다. 프리퀄 웹툰과 영화 속에 소년들이 테러를 하고 '신의 뜻'이라고 하는 장면이 있다. 영화 속 사슴 동산의 사천왕도 스쳐간다. 테러와 살상을 하는 일부 이슬람교 신자들의 이야기도 담고 싶었으나, 그들의 방대한 경전과 행동양식을 요약하기엔 내 지식이 부족하다. 대신 칼럼으로 갈음한다.([유해석 칼럼] 왜 이슬람은 테러하는가) 모든 무슬림이 테러리스트는 아니지만, 칼럼을 읽고 왜 테러리스트는 무슬림인지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됐다. 불교, 기독교, 옴진리교, 토속신앙에 이슬람교까지 역사 깊은 종교 지식을 찾아 읽으며 사람들을 읽고 이해하는 눈이 조금은 넓어진 것 같다.

예전에 '윤리와 사상'과목 공부를 하며 대체 무슨 말인가 하며 그냥 외웠던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겨 저것이 생긴다'는 말이 있다. 위 포스터는 이 불교사상을 영화 스토리와 캐릭터에 녹여 정말 잘 설명했다. 의심하며 돕지 않는 정진영과 믿고 돕는 진선규, 신은 어디 있느냐는 이정재와 신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박정민. 그렇다면 주연 여자배우 이재인과 대칭을 이루고 뒷모습으로 서 있을 그는 누구일까? 영화를 보고 나면 이 포스터를 보며 무릎을 탁 칠 것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있다는 말의 의미도 영화를 곱씹으며 어렴풋이나마 학습했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내 머릿속의 질문이다.

- 할머니, 할아버지 개 팔러 가신 거죠?

- 화산에서도 살아남았는데 그걸로 죽는 이유는? 그저 예언 때문인가?



내가 평생 믿는 한 가지의 종교 관련 성찰을 소재로 보통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작업은 혼자 글로 적어도 불가능에 가깝도록 힘든 일이다. 그런데 몇 가지 종교와 우리 사회 단면을 이야기로 엮어 수 천명의 투자자와 제작진이 함께 만드는 영화로 만들고 관객과 소통하는 일을 해냈다. <사바하>는 꼭 필요한 곳에 딱 맞는 훌륭한 배우들을 배치하고 영상, 음악, 구성 모두 군더더기 없이 만든 영화였다. 뚝심 있는 장재현 감독님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장재현 감독은 '건국 이래 최초로 이쪽 장르를 제대로 이해하는 한국 감독이 나왔다'는 호평을 받는다고 한다. 앞으로도 또 부모님, 자녀들과 모두 보고 생각하며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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