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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며니 Jul 19. 2019

백종원의 30년 후 프랑스 버전

건강한 식재료와 최고급 식사를 눈으로 즐기다 '알랭 뒤카스:위대한 여정'

성공한 사업가이자 세계적인 셰프의 일상에 밀착 동행하는 영화입니다.



프랑스 정부 허가로 베르사유 궁전을 개조해 레스토랑도 만드는군요. 백종원 씨가 경복궁의 일부를 개조해 식당을 여는 것과 비슷하다고 과장된 상상을 하니 조금 현실감 있게 다가오네요.


프랑스판 백종원을 보는 것 같은 영화입니다. 백종원 씨의 30년 후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사실 이번 시사회를 통해 '알랭 뒤카스'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습니다.


세계 최연소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의 셰프이자 총 21개의 미슐랭 별점을 보유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라고 하는데도 말입니다.


한 끼 먹는데 수 십~수백만 원에, 최소 3시간은 걸리는 프랑스 정찬을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어요. 그래서 세계적인 거장인 그의 이름을 제 삶에서 처음 마주쳤나 봅니다.


'성공시대'처럼 그가 성공하게 된 과정을 나열하는 위인전기 같은 영화는 아닙니다. 그의 성취는 몇 문장으로 압축하고, 지난 2년여간의 그의 실제 매일에 동행합니다.


이 영화의 기둥이 되는 중심 흐름은 베르사유 궁전을 개조해서 만드는 그의 최고급 프랑스식 레스토랑의 오픈일을 카운트 다운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베르사유 궁전 레스토랑 오픈 2년 전부터 1년 전, 6개월 전, 1달 전, 1시간 전까지 카메라가 그와 함께합니다.

먼저 이 영화, '푸드 포르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형형 색색의 식재료들과 최상급의 플레이팅을 곁들인 음식들이 끝도 없이 나옵니다.


카카오 원산지 브라질에서는 사진으로만 보던 카카오 열매를 나무에서 따서 가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화면 밖으로 아주 진한 초콜릿 향이 나는 것 같을 정도입니다. 보면서 군침을 꿀꺽 삼키게 만들 만한 아름다운 음식들이 줄줄이 차려집니다.


전 세계에서 수십 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성공한 사업가 알랭 뒤카스. 전 세계 수십 개의 레스토랑과 원재료의 산지들을 갈 때 그는 혼자가 아닙니다. 각 목적지에 맞게 자신의 식당에서 일하는 셰프들과 종업원들을 동행해 그들이 더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셰프가 주방에서 나와 지역특색과 타국의 이국적인 풍미를 함께 재창조해내는 영혼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죠.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있거나 식재료를 공급받는 나라를 방문하는 여행 일정을 카메라가 따라갑니다. 일본, 미국, 브라질, 영국, 필리핀, 몽골, 모로코, 홍콩 그리고 중국까지.


그는 프랑스 대통령, 몽골 대통령, 모로코 국왕 등 전 세계 귀빈과 식사를 함께합니다. 세계 정상들도 그의 요리를 먹는 것이 영광이라고 하죠.



하지만 영화 초반, 농장의 싱그러운 햇살을 받은 흙에서 뽑아 올린 양배추 잎과 뿌리채소들을 흙만 털어낸 채 맛보면서 그는 말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식사라도 불편한 사람과 함께 하느니 좋은 채소를 혼자 즐기는 게 낫다

그는 프랑스 대통령 앞에서도 당당하게, 기후변화를 위한 세계 정상의 모임에서는 친환경 채식 식단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셰프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며 소신 있는 발언을 하는 거예요.


그의 파격 제안에 프랑스 정부는 어떤 반응을 했을까요? 결과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영화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프랑스 항공사 1등석 식사도 그의 레스토랑 팀이 책임을 집니다.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만든 최고급 요리를 시식하느라 한 번에 3끼를 몰아먹으니, 그는 비즈니스 클래스에 타서도 줄곧 잠을 청합니다. 만약 제가 비즈니스 클래스에 탑승한다면 메뉴판에 있는 음식은 모조리 시켜서 먹어볼 텐데요. 프랑스와 일본을 서울에서 부산 오가듯 왕복하는 그는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비행기나 기차에 타서 이동할 때만 잠을 잔다고 합니다.


알랭 뒤카스는 줄곧 본인이 이룩한 세계 최상급의 '파인 다이닝'에 대해 말합니다. 파인 다이닝을 우리말로 하면 최상급 식사 정도겠죠?


그는 "파인 다이닝은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경험이고 선물이다"라고 말합니다.



눈과 코를 흥분시키고, 먹는 순간 혀를 비롯해 온 감각을 사로잡는 맛있는 음식에 대한 그의 경외는 굉장합니다. 세계 각국의 산해진미를 맛보면서도, 아직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음식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파인 다이닝은 과거에는 왕과 귀족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사실 현대도 다르진 않지만 말이에요.

특히 프랑스는 '미식의 나라'라는 자부심이 엄청나지요?


최고의 식재료로 가장 아름다운 음식을 만들어 까탈스러운 이들을 만족시키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알랭 뒤카스는 절대 미각으로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 '셰프들의 셰프'라고 불립니다.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고 발전하는 그에게 수많은 사람이 열광할 만합니다.



이런 파인 다이닝을 요리하는 셰프들이 거리의 부랑자와도 나누는 캠페인도 보여줍니다. 세계적인 셰프들의 모임에서 매주 유명한 셰프를 브라질 등 빈민가로 초대해 가난한 이들에게 대접하는 행사를 하는 것입니다. 유통기한이 조금 지나 폐기 처리됐지만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는 식재료로요.

하얀 접시에 아름답게 플레이팅 된 바나나 반쪽이 어쩐지 보는 저도 배고팠지만요. 화면에는 안 나왔지만 적어도 몇 개의 코스 요리가 나왔... 겠지요?


그는 필리핀의 보육원에 꾸준히 기부를 하고 그곳의 아이 중 10명을 선발해 자신이 필리핀에 세운 프랑스 요리 학교에서 교육을 받도록 후원합니다. 알랭 뒤카스 요리학원 출신 필리핀 아이들은 전원 필리핀의 레스토랑으로 취업이 됐고요.


70이 다 돼가는 노련한 셰프는 특별한 TV 생방송이 아니고는 요리를 하지 않습니다. 수십 년간 주방에서 칼과 팬을 잡았던 그는 이제 마음속으로만 요리를 한다고 합니다.


대신 전 세계에 위치한 그의 레스토랑에서 시식하고 평가하며 끊임없이 개선을 요구하는 역할을 맡고 있죠.


수십 년간 꾸준히 한 분야에서 일해 대단한 성취를 한 사람의 일상은 매우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짧게 지나가는 그의 말 한마디에서도 삶의 교훈을 배울 수 있고요.



"좋은 경험이든 나쁜 경험이든 다 도움이 된다"라고 하는 그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흠... 교과서적인 말을 하는군.'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커다란 비행기 사고에서 유일한 생존자였고, 그 트라우마를 떨쳐내는 데 수십 년의 기간이 필요했다." 고 담담히 말하며 "그 경험도 할 필요가 없는 거였으나 지금은 나의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고 합니다. 짧은 한마디에도 그의 삶이 겪어낸 고난과 역경이 묻어나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옥에 티를 찾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십수 년 간 성실하게 쌓아온 세계적인 셰프의 일상을 보며 경외감이 드는 동시에 나와는 너무 동떨어진 생활을 지켜보는 데 시큰둥해져 버려서 그런가 봅니다.

매서운 그의 지적에 얼음장처럼 차가운 식당의 분위기, 중국산 철갑상어의 배를 갈라 최상급 캐비어라며 냠냠 먹는 '왕의 식사를 준비하는 셰프들'의 모습 등.


대중적인 입맛에 맞는 초콜릿 디저트를 내놓은 자신의 음식점의 한 지점 셰프에게 알랭 뒤카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무 느끼하고 달다. 우리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곳이 아니다. 최고의 경험을 선물하는 곳이다.

극소수 만을 위한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는 레스토랑에서는 최상의 품질을 주문하는 동시에,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에서는 설탕과 밀가루, 우유 없는 디저트를 만들었다며 디저트 요리사를 칭찬합니다.

그는 철저하게 레스토랑의 성격에 따라 다른 캐릭터를 확실히 유지합니다.


농장에서 바로 수확한 감자와 병아리콩이 가장 맛있다는 셰프, 주방 밑바닥부터 시작한 경험이 있어 자신의 깐깐한 평가를 들은 요리사들에게 "내일 출근할지 말지 고민 중이죠?"라고 말하는 셰프도 모두 같은 알랭 뒤카스의 모습입니다.


베르사유 궁전에 레스토랑을 짓는 데 여론의 반대는 없었을까 하는 의구심과, 그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어두운 표정, 대통령 등 각 국의 정상들이 극소수 만을 위한 최고급 레스토랑을 적극 환영하며 지원하는 모습 등에서는 적지 않은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사실 알랭 뒤카스가 세계적인 셰프가 된 이유는 최고급 프랑스식 레스토랑에서 돼지 삼겹살과 감자로 만든 소박한 요리를 아름다운 식감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30년 넘게 미식계의 왕좌를 유지하면서도 겸허한 초심의 조각을 잃지 않고 간직합니다. 여기에 한 술 더해 여전히 중세의 왕과 귀족처럼 먹고 싶은 부자들의 수요를 읽고 기민하게 맞출 줄 아는 노련한 셰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음식과 그 음식을 창조하는 세계적인 셰프의 일상은 한 시간 반 동안 훔쳐볼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알랭 뒤카스는 "나의 자리를 탐하는 사람이 있으면 바로 내어 준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더 배우고 더 채우고 와야 함을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는 자신감 넘치는 그의 모습에서 배울 점이 참 많았습니다.


보는 내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면서도 '과연 내가 살면서 그의 요리를 먹어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이었습니다.


오늘도 맛있는 한 끼 건강하게 챙겨 드세요!




브런치 무비 패스로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시사회에 다녀와서 쓴 글입니다. 영화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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