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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며니 Nov 17. 2019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정되지 않은 성별’인 ‘제3의 성’을 기입할 수 있도록 진정서 양식을 바꿨다.


남성, 여성 그리고 기타. 트랜스젠더와 성 정체성을 정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조치다. 사실 미국과 호주 등 해외에서는 꽤나 오래전부터 초등학교 내 화장실이 세 개였다고 한다. 남성 여성 그리고 기타 성별을 위한 화장실. 성별 선택지에도 Mx. 가 있어 양성 외 성별을 택할 수 있었다.


이십여 년 전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스튜어디스와 스튜어드가 성차별적 단어라서 승무원(Flight Attendant)으로 통일했다는 뉴스를 보며 사상적으로 너무나 우월하고 멋져 보이는 그들을 동경하고 사대주의에 젖었더랬다. 그동안 서구권 국가들은 인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더 활발하게 하며 앞서 나갔다. 인류의 번식과 보존을 위해 정자와 난자를 보유한 성기를 기준으로 인간의 정체성을 강제할 수 없다는 데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일부 국가에서 아이들은 성별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개인의 성적 지향을 존중하는 부모 아래서 자유롭게 본인의 성향에 따라 주체적인 삶을 사는 거다. 세 살 때부터 자신이 남자임을 선언한 앤젤리나 졸리의 자녀 샤일로는 최근 이름도 '존'으로 개명했다. 졸리는 공식적으로 자녀의 선택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내 딸은 소년이길 원합니다."라는 말도 당당히 하며 자녀의 선택을 존중했다.


샤일로는 세 살때부터 본인이 남성임을 선언했다. 머리와 옷 그리고 이름까지 그가 원하는 대로 결정했다. (왼쪽: 샤일로가 2세 때 / 오른쪽: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샤일로다.)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둘 다 가지고 태어나는 이들도 있다. 남성과 여성의 특징을 모두 가진 이들을 인터섹슈얼(intersexual)이라고 한다. 올림픽 여자 800m를 2연패 한 남아공의 사메냐 선수는 남성과 여성의 특징 모두를 가졌다. 평상시 남성 호르몬 수치가 여성 평균의 3배 가까이 되기 때문에, 시합 6개월 전부터 약물 처방을 받거나 남성부에 출전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남녀 성기 모두 갖춘 자녀 3명'(1975년, 중앙일보), '남자였는데... 25살 여성의 성기가 발견됐다'(2013년, 한겨레)등의 기사를 봤을 때 물리적으로 제3의 성을 가진 이들이 음지에서 고통받고 있었다.


제3의 성별을 선택하는 이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에 대한 고정관념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화장을 하고 미용 성형을 하는 남자, 겨드랑이 털과 다리털을 밀지 않는 여자 등 과거에는 금기에 가까웠던 행위들이 자연스러워지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성 소수자'라고 부르는 게이,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등도 모두 개인의 성향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한 거다. 남성과 여성. 둘로 나눠진 성별과 그에 따른 특성을 강요하는 일은 점점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앤젤리나 졸리가 자녀 샤일로의 '성적 결정권'을 3살 때부터 존중한 것. 이를 '형법상 성적 자기 결정권'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성인이 미성년자를 강간했을 때, 법정에서 구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성적 동의 연령 즉, 의제강간 연령이다. 아동이 누군가와의 성관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나이를 의미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은 아동의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성인이 18세 미만과 성행위를 했을 경우 강간으로 처벌한다. 선진국의 성적 동의 연령은 대부분 16세인데, 한국은 13세다. 때문에 국내에서 중학교 1학년, 13세를 대상으로 한 아동 성범죄가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끔찍하게도 아동 성범죄자들이 법률과 판례를 찾아보고 딱 13세, 중학교 1학년 남/여/기타 성별의 아이들을 달콤하게 꼬시고 협박해 성관계를 맺는 거다. 13세 아동이 고개를 끄덕이면, 성범죄자가 협박을 하고 잘못된 방법으로 유혹해 성관계를 맺고 임신까지 해도 처벌받지 않는 거다.


모든 국민이 성별을 강요받거나 차별당하지 않도록 성적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동시에, 아동 성범죄에 노출된 13~18세 미성년자들의 '형법상 성적 자기 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의제강간 연령'은 높여야 한다. 아직 우리의 법과 사상은 개인의 자유를 평등하게 보장하지도, 약자를 제대로 보호하지도 못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을 성범죄로부터 지키려면 | 이수정 범죄심리학자

https://youtu.be/ZciDR1HQ55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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