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숙제는 교육에 중심을 잡아라!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하는 해설이 있는 발레공연을 신청했다.
이 공연은 무료공연인데 발레에 대한 친절한 해설, 대표 장면 시연, 발레시연과 해설 병행 구성, 무용수와의 토크로 구성되어 있었다.
발레에 대한 친절한 해설을 들으며 발레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되어 바로 신청했다.
7월 17일 저녁 7시 공연이었다.
아이들에게 공연 예매했다고 말하니, 딸은 좋아했으나 아들은 7시 공연이면 끝나고 집에 와서 숙제할 시간이 없을 거 같다며 안 가고 싶다고 했다.
엄마랑 누나는 가서 공연 보고 올 테니 아빠 퇴근하고 오시면 집에서 숙제해도 된다고 말하며 편하게 결정하라고 말했다. 아들은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알았다고 했다.
오늘은 7월 17일.
아이들은 6시쯤 집에 왔고, 저녁이 아직 준비 전이라 나는 마무리 중이었다. 그때 6시 30분쯤 남편이 퇴근해서 집에 왔다. "7시 공연이면 지금 가야 되는데 밥도 안 먹고 어떡하려고 그래?"라고 물었다.
바로 그 순간, 선정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출발했어? 나는 가고 있어~"
7시 공연 시작이면 지금 출발해야 늦지 않을 거라 생각되어 남편에게 데려다 달라고 말했다.
남편은 "아이들 저녁은 어떻게 하려고 그래?"라고 물었다.
"할 수 없이 공연 끝나고 먹어야 해요~"라고 말하자 대책 없다는 듯 바라보면서도 우리를 데려다줬다.
나는 해설이 있는 발레 공연이라 생각하고 신청했는데...
공연은 영상으로 보는 거였고, 기본자세를 시연해 주고 토크형식으로 이뤄진 만담이었다.
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전 광주시립발레단 예술감독, 현 대한민국 무용협회 고문 최태지 님과 전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현 경희대학교 무용과 교수 김지영 님은 사제지간이고, 발레시연해 주는 발레리나는 김지영 님과 사제지간이었다.
미리 작성된 질문에 답변해 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궁금하지 않은 내용의 질문과 답변에 앉아 있기 조차 힘들고 지루하긴 했지만, 발레 시연 보면서 감탄도 하고 발레 역사도 알게 되어 유악한 시간이었다.
비가 많이 왔다.
공연이 끝나자 남편이 데리러 와서 너무 고마웠다. 정차된 곳으로 가는 길에 아이들이 배고프다며 편의점으로 들어가서 라면과 김밥, 그리고 떡볶이를 골랐지만 저녁을 못 챙겨준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 결제해 줬다.
저녁에 라면과 떡볶이... 밀가루 음식을 잘 먹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서 마음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미안한 마음에 대한 지불 값이었다.
집에 도착하니 9시였다.
이미 들깨국을 끓여 놨지만 아이들은 건강식보단 인스턴트를 선택했다.
밥을 먹고 나니 10시가 거의 다 되어갔다.
딸은 이빨 닦고 바로 잠들었지만, 둘째 아들은 숙제하고 자야 된다며 책을 펼쳤다.
나는 "숙제하고 10시 30분엔 자자~"라고 말했다.
10시 20분쯤 되자, 아들이 울면서 숙제를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어.. 시간이 없어.. 시간이 없어.. " 같은 말을 계속 반복하면서 짜증 내며 지우개로 노트를 지웠다.
"아들아 오늘은 그냥 자고 내일 아침에 숙제하자 이빨 닦아~"라고 나는 말했지만,
"아침에 숙제하고 있으면 아빠가 하지 말라고 할 거야!"라며 울기 시작했다. 울면서 문제는 안 풀고 계속 짜증 내면서 같은 문제만 계속 보고 있길래.
"엄마가 아빠한테 말씀드릴 테니까 오늘은 그냥 자자"라고 말했다.
그러자, "하고 잘 거라는데 왜 그래!"라면서 울기 시작했고, 계속 시끄럽게 주저리주저리 투정 부렸다.
"나는 안 간다고 말했는데 왜 가자고 해서 공부할 시간도 다 뺏기고, 공연도 아니고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걸 내가 왜 봐야 하는 건데 그걸 신청해서 가자고 하는 거냐고 다 엄마 때문에 이렇게 다 망쳤어~~"라고 말했다.
공부하라고 하면 계속 불평하며 문제 한 개만 계속 바라보고, 그냥 자라고 하면 울면서 싫다고 말하는 아들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일찍 잠들었던 아빠도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아들과 1층 내려가자고 말했다.
"이 밤에 왜 1층을 가자는 건데~"라며 싫다고 말했다.
"1층에서 얘기하고 올라오자 아빠가 피곤하신데 일어나시면 혼날 수도 있어~"라고 말해서 데리고 내려갔다.
1층에 내려오자마자 나에게 폭사포 랩을 하듯 불만을 토로했다.
"발레 공연도 아닌데 그걸 왜 가자고 하는 건데~ 뭔지 정확히 알지도 못하면서 숙제할 시간도 다 뺐어가고~
나는 내일 숙제 못해가면 또 땡땡 누나가 바보라고 놀릴 텐데 내일 나는 바보가 되는 거야! 멍청하게 왜 엄마말을 들어서 이게 뭐야 다 망쳤어~"라고 말했다. 화가 나도 말이 너무 심해서 마음이 속상했다.
"땡땡 누나가 너한테 바보라고 하면 너는 바보가 되는 거야? 아들은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데?"라고 묻자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게 뭐가 중요해. 다른 사람이 나한테 바보라고 말하면 나는 바보인거지!"라고 말했다. 나는 너무 충격받았다. 다른 사람을 심하게 의식하면서 다른 사람이 정의하는 말에 나를 그렇게 단정 지어 생각하는 낮은 자존감이 충격이었다.
"아들~ 공부 못해도 괜찮아! 다른 사람 생각이 뭐가 중요해 그렇게 스트레스받으면 선행반은 안 해도 괜찮아!"라고 말했다.
"나를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선행반을 하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해? 놀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놀라고 선행반 관두면 바보 천치 멍청이가 될 텐데 그럼 나는 어떡하라고 관두라는 거야?"하고 말했다.
나는 버릇없이 반말로 나를 원망하는 아들의 말에 충격과 소름이 돋았다.
"엄만 내가 잠시라도 쉬고 있으면 책 읽으라고 말하고, 게임도 안 하는데 유튜브도 못 보게 하고, 계속 공부, 공부, 공부! 숙제 다 했다고 해도 책 읽으라고 하고, 나는 쉬는 시간도 없이 자거나, 먹거나, 학교 가거나, 공부하거나, 책 읽거나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어 놓고 갑자기 선행반도 하지 말라고 하면 나한테 어쩌라는 거야!"라고 말하며 울었다.
그러고 보니 학교 끝나자마자 학원 뺑뺑이 돌고 집에 오면 6시다.
씻고, 밥 먹고, 조금 쉬면 8시다.
숙제 끝내면 9시 30분이다.
이제 씻고 자라고 말했다.
아이는 친구랑 놀 시간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 친구들은 학원에 가기 바쁘다.
또래 친구들은 논다고 해도 온라인으로 게임하지 뛰어놀거나 실컷 운동하며 노는 친구는 없다.
그러나 초등학교 4학년인데 자유롭게 노는 시간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주말에 놀게 해 준다고 말해도 부모님이 정한 일정 속에서 함께 동행하는 거지 스스로 놀이를 정해서 규칙을 만들며 놀 기회도 없다.
일단 수학 선행반을 하는 게 맞을까? 고민스럽다.
이렇게 공부해도 따라가기 힘든 현실 속에 나는 아이를 위해 노력했던 행동들이 원망으로 돌아오니 다 부질없게 느껴졌다.
대화 중 아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돈 많이 버는 직장을 구해야지~ 몸으로 일하지 않고 머리로 일하고 편하게 돈 벌어야지~ 좋은 대학 가고, 그게 엄마가 계속 나한테 말했던 거니까 그렇게 해야지 나는 그래야 된다고 엄마가 말했잖아!"
말도 아주 버릇없이 반말로 눈 똑바로 뜨고 나한테 원망하듯 말했다.
"나는 공부도 잘하고 지금 공부밖에 할 줄 모르게 만들어서 공부하는 게 재밌어졌고, 하고 싶은 게 있어도 할 시간도 없는데 생각해 봤자 뭐 해!"라고 울면서 말했다.
나는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었나? 무엇을 말하고 있었나? 지금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엄마로서 부족하지 않게 잘 해내고, 교육하고, 키우고,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기본부터 엉망이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 나는 진정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내일 수학선행부터 멈추고, 다양한 각도로 생각을 깊이 해봐야겠다.
일단 재부팅과 포맷을 해야 할까? 그러기엔 이미 초4, 초6 아이들에게 시간이 너무 없다!!
많이 놀게 해 줄걸...
그렇다고 지금 놀게 할 순 없고...
어렵다... 다시 무엇이 중요한지..
아이에게 없는 것을 집어 넣는게 아니라,
아이안에 있는것을 끄집어 내줘야 한다.
오늘의 숙제는 교육에 중심을 잡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