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공장 이야기

건강한 치아를 위한 아우성

by 해피러브

엄마와 아빠는 두 분 모두 50대에 접어들면서 치아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셨다.

그 당시 치아의 80% 가까이 임플란트로 치료하셨다.

그런데 최근 들어 아빠 잇몸이 더욱 약해진 탓인지, 멀쩡하던 치아 하나가 빠지더니, 마치 옥수수알이 후드득 떨어지듯 남은 치아들마저 연이어 흔들리고 탈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엄마는 남아있던 치아들마저 썩어 통증이 심했으며 당장 치료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바쁜 생업과 녹록지 않은 경제 사정으로 인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옛말처럼 고통을 참으며 지내왔다.


두 분은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신다.

어느 날 지인의 아들 결혼식 참석을 위해 강남에 가게 되었다.

이전에 아침 방송에서 저렴하고 신속하게 임플란트 시술을 해준다는 강남의 한 치과를 눈여겨봤지만, 거리가 멀어 그저 마음에 담아두고 잊고 지냈었는데 마침 결혼식장이 그 치과 근처였고, 결혼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충동적으로 병원에 들러 임플란트 계약금을 걸고 오셨다.


엄마는 나에게 전화하셔 강남 치과 상담 갔는데 계약금을 걸고 왔는데 그 치과가 정말 괜찮은지 다시 한번 알아봐 달라고 하셨다. 임플란트 치료는 자주 내원해야 하니 강남보다는 두 분이 사는 고양시 근처에서 지인 할인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추천해 드리겠다고 했으나 이미 계약금까지 지불한 상태였고, 그 병원이 방송에도 나왔을 정도로 잘한다고 계속 말씀하시니 굳게 믿고 계신 마음의 결정을 돌릴 생각을 접었다.

두 분의 확고한 믿음과 이미 편안해진 마음이 느껴지다 보니, 더 이상 만류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되었다. 혹여 나로 인해 병원을 바꾸셨다가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생기면 모든 원망이 나에게 돌아올 것이 뻔했기 때문에 더이상 말하지 않고 계약금도 지불하셨으니 진료 잘 받으시면 될거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부모님은 강남의 치과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받기로 최종 결정했다.




처음 치과 가시는 날, 남편과 함께 병원 치료에 동행했다.

엘르베이터 문이 열리고 치과에 들어 서자마자 환자들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랬다.

잘하니까 사람은 많은가 싶어서 한편으론 안심도 되었다.


현재 치아 상황과 치료 계획, 그리고 금액에 관해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봐 양해를 구하고 상담 내용은 녹음하며 상담사님의 브리핑을 들었다.

엄마와 아빠는 굉장히 든든해 하셨다.


아빠는 현재 윗니는 틀니로 생활하고 계셨다.

잇몸 건강이 노화되면서 임플란트 식립했던게 지탱하기 힘들었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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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치료를 통해 윗니 9개를 브릿지 하신다

6개는 식립하고 3개는 걸어서 사용하신다고 한다.

아빠는 이전 임플란트 치료시 국가 보조금 2개를 이미 사용하셔서 나라 지원금 없이 결제 하셔 총 300만원 견적이 나왔다.


선금 20만원

식립시 130만원

상학동거상술시 80만원

본뜨기시 70만원




엄마는 현재 임플란트도 잇몸건강 악화로 흔들거려서 다 발치해야하고, 잇몸 이식도 해야 한다고 했다.

앞니가 다 썩어서 치료가 시급하고 올해가 국가 지원금 마지막 해라 치료하러 잘 오신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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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총 10개 발치하시고, 윗니 4개 식립, 아랫니 4개 식립, 7개 브릿지로 진행해서 총 300만원 견적이 나왔다.


선금 30만원

식립시 170만원

상학동거상술시 110만원

본뜨기시 90만원


미용상 틀니는 10개 발치하면 미관상 좋지 않으니 외출시 끼는 용도고 15만원이라고 했다.

현재는 잇몸이 너무 약한 상태라 실제 틀니 사용은 아파서 못하시지만, 외부 활동시 미용으로 구매하신다고 했다. 엄마가 구매여부를 고민하시기에 내가 사드렸다.^^

(식립하고 4개월 후 방문 치료 일정이라 잇몸이 회복된다면 필요할거라 예상되어 결제해 드렸는데 엄마는 틀니 끼면 너무 아파서 사용은 한번도 안하셨다고 한다.)


이번 임플란트 치료 끝나면 약 15년 유지 가능하고 5년은 보증기간이란다

계속적으로 청결과 건강유지시 20년 사용도 가능하다고 하니 치료 잘 받으시고 나면 이빨 걱정을 없으리라 생각되었다.




이렇게 전체 브리핑을 듣고 선금 결제를 하고 오늘 진료 일정에 대해 들었다.

오늘 아빠는 6개 식립하고 엄마는 4개 식립하신다고 한다.

식립은 '인공치아 뿌리(임플란트 나사)를 턱뼈 안에 심는 과정이다.

보통 이를 뽑고 나면 그 자리가 비는데 그 빈자리에 인공치아의 뿌리 역할을 하는 쬐끄만 나사 같은 걸 턱뼈에 딱 박아서 고정하는 수술이 바로 '식립'이란다! 뼈에다가 심는다고 해서 '식립'.

마치 화분에 식물 심듯이 오늘 나사를 심는다고 한다.


엄마와 아빠는 깜짝 놀라셨다.

오늘 지금 당장! 아빠는 6개 이빨 뽑으시고, 엄마는 4개 이빨을 뽑으신다니!!

엄마, 아빠는 전혀 모르셨다고 한다.

상담사는 처음 상담하시고 계약금 내시던 날 미리 다 드렸던 말씀이라고 했다.

다행히 애들 먹이려고 아침에 쌌던 김밥을 엄마, 아빠도 맛보시라고 챙겨 갔던게 있었다.

시술 끝나면 식사가 힘들 수 있다해서 시술 전 드시고 들어갔다.

엄마와 아빠는 오늘 발치하는 것도 모르신채 방문하신 상태였다.

이빨을 저렇게 한번에 많이 뽑으면 4개월 동안 어떻게 생활하지? 너무 걱정이 되었다.

방문 첫날, 오전 11시 도착해서 상담하고 대기하는데 2시간 넘게 기다리고 시술 들어가신 다음

두분 다 진료가 끝나고 나니 4시였는데 처방전 대기표 받고 30분 넘게 기다려서 거의 5시쯤 집으로 출발했다.


4개월 후,

엄마, 아빠가 치과 가시는데 동행했다.

11시 예약이여서 접수하고 기다리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1시간 대기하고 나니 순서가 되어 데스크에서 오늘 치료 일정 확인과 선납을 하고 진료를 위한 무한 대기가 시작되었다.

접수하고 선납할 때는 대기번호에 따라 진행되니 순서를 알 수 있었지만 선납 후 진료 대기는 대기번호도 알 수 없어서 부를 때까지 주구 장창 앉아서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치과 로비는 아우성이 끊이지 않았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냐고 항의하는 사람, 이럴꺼면 예약은 왜 하냐며 화내는 사람, 진료하고 나와서 입안에 거즈 물고 알 수 없는 발음으로 이렇게 이빨 다 뽑아 놓고 어떻게 밥을 먹냐며 하소연하는 사람, 왜 또 돈을 내냐며 짜증내는 사람 등 다양한 이유로 언성 높은 소리가 이어졌다.


나는 잠잠히 여러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조용히 한 남자가 접수 대기표 기계앞으로 걸어가더니 손으로 무언가 내리쳤다.

그 앞에 서 있던 직원분 눈이 갑자기 커지며 멍하니 그분을 바라봤다.

남자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서 쇼파에 앉았다.

직원은 어딘가로 달려갔다.

나는 무언가 부서졌으리라 예상했다. 조용히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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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 기계가 부서져있다.

나는 너무 놀랬다.

그러나 저 접수 기계를 내리친 남자 환자분은 전혀 아무 미동도 없이 가만히 허공을 보며 조용히 앉아있다.

나는 숨죽이며 상황을 지켜봤다.

병원은 평상시처럼 업무가 진행되고, 이 상황을 다른 분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전혀 관심도 없다.

아까 어딘가로 달려갔던 직원은 원장님을 모시고 왔다.

원장님은 기계를 보시더니 조용히 무언가를 지시했다.

남자분은 조용히 원장님 곁으로 다가가 어깨를 만졌다.

원장님은 "제 몸에 손대지 마세요! 경찰 불렀으니 경찰하고 이야기하세요!"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잠시 웅성거렸지만 각자 동행한 분들과 대화를 이어갔다.

경찰이 도착하기까지 15분정도 시간이 걸렸는데 그동안 병원은 일상처럼 전혀 아무 소동도 없었다.

경찰은 남자분에게 신분증을 요구했고, 확인 후, 남자분과 나갔다.


보통 사람이면 크게 소리 지르거나, 물품 훼손후 혼잣말로 불만을 주절거릴텐데 아무일 없는 것처럼 자기가 그렇게 한게 아닌 것처럼 평온한 남자의 행동과 모습이 충격이였다.

병원 관계자들도 누군가 달려와 항의하거나, 왜 이렇게 했냐는 질문 하나 없이 금세 평온으로 돌아가 문제에 대응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몇 가지 생각이 동시에 밀려왔다.

이러한 일들이 이곳에선 자주 있는 일인걸까? 고통, 불안, 공포가 뒤섰인 사람들이 찾는 장소라 직원들은 어느 정도 이상행동에 체념한듯 단단해져 있을 수도 있다. 문제를 크게 만들면 번거로워지니까, 일단 눈앞의 업무를 계속 하고 상황을 경찰에 맡기는 쪽을 택한 거겠지.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막으려는 의도이리라.

이해는 가지만 어딘가 약간 서늘했다.


오늘 병원에서 본 풍경이 아직도 머릿속에 맴돌아요..

기다림과 추가비용에 지친 사람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넘기는 시스템..

매번 반복되는 "앉아서 기다리세요!"

"저럼하다"는 광고 뒤에 숨은 현실은 아무리 예약했어도 함참 기다리고, 진료비용은 상담금액은 기본이고 진료할수록 계속 늘어난다.

계속 환자들을 기다리게 하면서도 받는 예약은 고객의 시간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싸다고 달려가지 말자 비용은 계속 추가되고 환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

건강한 치아를 위한 아우성이 끊이지 않는 이곳을 치과공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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