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아이

진실을 알기 전에 상상하지 말아라.

by 해피러브

주일이다.

오늘은 예배드리고 새 학기, 새봄 맞이 쇼핑하러 아웃렛에 가기로 했다.

남편은 아직 예배를 드리지 않고 있어서, 딸과 아들 그리고 나만 예배에 참석한다.

교회에선 예배 후 점심으로 국수를 주지만 남편과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보통 먹지 않고 집으로 온다.

어른 예배는 11시에 끝나는데 아이들은 11시 40분쯤 끝난다.

예배 끝나면 집까지 데려다주는 셔틀버스가 운영되어 편하게 집에 올 수 있는데 딸이 같이 걸어가자며 기다려 달라고 했다. 나는 국수 먹기엔 배가 불러서 일정 정리하며 기다리려고 근처 커피숍에 갔다.

혼자 사색에 잠겨 편안한 티타임을 즐기는 도중, 지인이 어디냐며 연락이 왔다.

혼자 커피숍에 앉아 있다고 하니 나에게 찾아왔다.

주문한 커피가 나오자마자 딸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딸에게 내가 있는 커피숍으로 와서 좀 앉아 있다 가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엄마 나 선생님께서 밥 사주신다고 해서 밥 먹고 집에 갈게요. 엄마 먼저 가세요"라고 말했다.

지인과 대화가 막 시작하려던 찰나여서 "그럼 엄마가 기다릴 테니 아빠하텐 늦는다고 말씀드리고 다 먹으면 전화해"라고 말했다.

딸도 반미팅으로 친구와 선생님과 좋은 시간 보내고, 나도 힐링 수다로 좋은 시간 보내니 오히려 잘되었다 생각했다.

한참 대화 후, 이제는 집에 가서 옷 사러 출발해야 될 거 같아서 딸에게 전화했다.

"다 먹었어?"

"아니 좀 더 먹어야 돼서 엄마 먼저 가요~"

"선생님이랑 몇 명 있는 거야?"

"나 친구랑 둘이 먹었는데?"

"선생님이 사주셨다면서~"

"마라탕이 먹고 싶어서 서주희랑 둘이 먹었어~"

"선생님이랑 먹은 거 아니야?"

뭐가 뭔지 모르겠다. 왈가왈부 말하기 귀찮아서 일단 알겠다고 하고 집에서 얘기하자며 끊었다.

집에 왔더니 남편과 아들이 라면을 먹고 있었다.

"나도 배고픈데~"라고 말하니까

"딸이랑 둘이 밥 먹고 오는 거 아니야?"라고 말한다.

"딸은 선생님이 밥 사주신다더니 다시 통화하니까 친구랑 둘이 먹었다던데?"

"당신은?"

"나는 기다리다 너무 늦어서 그냥 집에 왔지~"

"나한테는 엄마랑 둘이 먹는다고 했는데?"

무슨 소린지 도무지 알 수가 없고, 별거 아닌 일에 거짓말하는 딸에게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남편이 얘기해 봐~"라고 말했다.


잠시 후 딸이 도착했다.

"선생님이랑 밥 먹는다더니 왜 친구랑 먹고 있던 거야? 그리고 아빠한텐 왜 엄마랑 먹는다고 했어?"

나는 상황이 궁금해서 오자 마자 다급하게 물어봤다.

"오늘 친구랑 나랑 둘만 와서 선생님이 밥 사주신다고 했는데 시간이 안 되셔서 밥만 사주시고 바로 가셨고, 아빠한테 설명했는데 아빠가 엄마랑 밥 먹고 오는 거냐고 물으시기에 친구가 기다려서 그냥 그렇다고 말하고 끊었어~"

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나는 딸을 믿지 못하고 의심하려고만 들었던 거 같다.

'상황이 있겠지~'라고 믿어 주지 못하고, '자꾸 거짓말만 늘어가네~'라고 의심했다.

어쩜 아이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키우는데 믿음과 격려가 중요하다고 하던데.. 부모로서 아직도 갈길이 멀다~

더 믿어주고, 더 아껴주고, 더 사랑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딸에게 미안한 마음과 민망함에 많은 생각이 몰려왔다.

내 딸은 거짓말하는 아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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