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에 대하여
며칠 동안 제 마음은 깜깜한 도화지 같았습니다.
꼭 집어 말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마음을
뒤덮어, 무얼 해도 집중이 안 되던 시간. 갑자기 모든 것이 귀찮고,
누가 말을 걸면 괜히 퉁명스러워지고, 마음 한편은 이유를 모른 채 짓눌려 있는 그런 날들 말입니다.
그 마음을 털어내려고 집안을 닦고, 빨래를 하고, 묵은 일들을 처리하며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오늘 싹 치우자. 내일은 괜찮아져 있겠지.” 스스로를 달래며 하루를 보냈지만 다음 날 아침, 여전히 마음은 어둡고 무거웠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나는 지쳐 있었고, 무엇보다 ‘안식’이 필요했다는 것을요.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왜 이렇게 불안하지?”
“왜 이렇게 초조할까?”
내 안에 뭔가 모자란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데 나만 뒤처져 있는 기분.
결국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상황 자체가 아니라 ‘결핍감’이라는 감정입니다.
결핍감이 생기면 인간은 아주 다른 사람이 됩니다.
* 지나치게 민감해지고
* 사람들의 말에 과하게 반응하고
* 사소한 일에도 흔들리고
* 스스로 책망하거나
* 때로는 남을 탓하며 그 감정을 덮어보려고 합니다.
이 과정은 우리를 더 지치게 하고, 결국 마음의 평화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습니다
하지만 결핍감은 부끄러운 감정이 아닙니다.
우리가 나약해서도 아니고, 못나서 느끼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한계 있는 존재이고,
살다 보면 누구나 빈 곳을 경험합니다.
단지 문제는,
그 빈 곳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애쓰는 순간 생겨납니다.
마음의 조각들을 억지로 맞추려고 애쓰면
조각은 더 깨지고, 숨은 더 가빠지고, 상처는 더 깊어집니다.
쉼은 ‘내가 나에게서 멀어질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정신이 흐트러지고 마음이 어두워진 상태에서는
내가 나를 붙잡아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그 순간 필요한 것은 거창한 해결책이 아니라
잠시 한걸음 물러나는 것, 마음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 집안을 천천히 정리해도 좋고
* 창밖을 멍하니 바라봐도 좋고
*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해도 좋습니다
그저 “지금의 나를 억지로 바꾸지 않기.”
여기서부터 쉼이 시작됩니다.
며칠 동안 마음이 어둡던 그 시간,
나는 어쩔 수 없이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결핍감 아래에는 나의 진짜 소원이 숨어 있었습니다.
결핍은 나를 괴롭히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그동안 바빠서 듣지 못했던 내면의 목소리를 듣게 하는 신호였습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마음은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숨이 쉬어지고, 감정이 가라앉고, 평온이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모두 쉼을 원합니다.
하지만 이 쉼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 나를 괴롭히는 감정과 거리를 두고
* 결핍감에 매달리지 않으며
* 내 안에 숨겨진 진짜 마음을 발견하는 시간
그때 비로소 우리는 안식이라는 이름의 깊은 평화를 얻게 됩니다.
결핍은 나쁜 것이 아닙니다.
결핍은 “지금의 나를 보라”는 신호이고,
“너의 깊은 소원을 들여다보라”는 초대입니다.
그리고 그 초대에 응할 때,
우리는 다시 숨이 쉬어지는 삶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나를 억지로 고치려는 ‘힘’에서 벗어나
그 시간을 여러분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 조금 더 온전히 쉬어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