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 나답게, 아름답게

- 드로잉의 선처럼

by 해피마망

화실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마음이 예전과 많이 달랐다. 여전히 설렘 반, 두려움 반의 마음이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한층 가벼움이 생겼달까.

'그래, 비교하지 말고 나답게 잘 배우는 거야'

배움은 똑같지만, 비교하면서 배우는 거랑 나답게 배우는 것은 마음가짐에서부터 확실한 차이를 가져왔다.

비교는 늘 나를 부끄럽게 했다.

불안하고 화가 나게 했다.

처음에는 그런 마음이 잘하고 싶은, 열심을 향한 간절함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들이 전문가들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안도하는 마음이 드는 걸 보고, 나는 이미 그들과 비교하고 있었구나를 깨달았다.


물론 비교에는 순기능도 있다.

더욱 분발하는 마음을 주기도 하고 자신을 되짚어 보는 성찰을 갖게도 한다.

더 나은 방향으로의 발전의 동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처럼 이렇게 비교 대상에 대한 정확함이 없을 때는 상대와 나를 동일 선상에 두는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

공연히 주눅 들고 열등감을 느끼게 해서 의욕조차 꺾이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나답게 배우기로 했다.

지금은 생초보에 불과하지만, 그리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내게도 나만의 선이 생길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배우는 것은 부끄러움이 아니다.

나에 대한 믿음이 약한 것이 문제이다.

나는 화실에서의 시간을 나답게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화실을 향해 걸어가는 발걸음이 한층 가벼웠다.


화실의 문은 여전히 경쾌한 종소리를 울리며 열렸다.

"안녕하세요 ~"

나는 목소리를 높여, 여기저기 흩어져서 그림을 그리던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 " 안녕하세요..."

앉아있던 사람들이 화답하며 인사했다.

빈 의자를 찾아 앉고는 지난 시간에 그리다 만 그림을 펼쳤다.

긴장감은 살짝 있었으나 불안감이나 창피함,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림을 펼친 채 한참을 들여다보며 그림의 음영을 살폈다.

선생님의 가르침은,

"너무 국소적인 면에 세밀하지 말고 전체적인 면을 선으로 표현하라"였다.

어두운 면을 그릴 때는 볼펜의 선을 힘주어 진하게 그리는 게 아니라, 계속 선을 합쳐줌으로써 어둡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여전히 내 선에는 힘이 들어갔다.

한번 긋는 선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왜 그렇게 삑사리가 나는지...

그러나 창피해하진 않기로 했다.

삑사리가 난 진하고 두터운 선을 더욱 짙은 명암으로 보이도록 선을 겹쳐서 덧대주면 된다. 이럴 때 중요한 건 자신을 질책하지 않고 안정을 유지하는 마음이다.


그동안 우리는 남들과 비교하면서 얼마나 심한 질책들을 들어왔던가. 타인들로부터만이 아니라 나 자신을 꾸중하고 비하하며 스스로에게도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면서 살아왔던가. 그 상처들은 마치 켈로이드처럼 두터워져서 남에게 내 보이기 싫은 흉터가 되어있지 않은가.


그림을 그리면서 생각했다.

그림도 결국은 선들의 관계가 아닐까?

점. 선. 면처럼 선을 그음으로써 형태를 만들어 가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었다.

이 선과 저 선을 서로 연결하고 관계를 맺어 줌으로써 면이 생기고, 형태가 나타나고 그것들이 종국에는 하나의 형상으로서 우리 앞에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그림이 아닐까...

그러고 보면 모든 인간관계나 삶이라는 것도 이렇게 서로의 연결을 통해 맺어지고 형태를 만들며 형상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 아닐까. 결국 인간은 완성된 형태의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형태를 다듬으면서 완성된 형상을 이루어가는 존재라면, 모두의 삶은 그 과정만으로도 퍽이나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일일 것이다.


오늘, 흑인 소년의 그림을 완성하며 나는 다시 다짐했다. 내 그림에도 삑사리가 나고 때론 흉터 같은 흔적이 보일지라도, 그것이 이어지고 겹쳐져 결국 하나의 형상을 빚어내리라는 것을. 내가 나를 상처 내지 않는 한

오늘은 조금 부족해도 내일은 보다 더 한걸음 나아갈 테니까.


선생님께서 그림을 보시고 오늘 날짜를 써넣으라고 하셨다.

지난번 보다 한결 선이 섬세해졌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날짜를 써넣는 손끝이 여전히 떨렸지만 마음속에서는 다부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답게, 그리고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그림도 삶도 결국은 아름다워질 테니까...



완성된 흑인소년





"서툴러도 괜찮아요, 인생도 드로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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