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은 신뢰자본이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신뢰자본의 차이다. 신뢰 기반이 없는 나라는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저서 『트러스트(Trust)』에서 국가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원천으로 '신뢰'를 지목했습니다. 한 국가의 미래와 경쟁력은 그 사회가 가진 신뢰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하고, 이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요즘 유튜브에서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한 소감을 올린 동영상을 우연히 본 적이 있습니다.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우리나라 카페에서 휴대폰이나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자리를 비워도 아무도 훔쳐가지 않는다고 감탄합니다. 심지어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기 전에 그런 영상들을 보고 믿을 수 없다며 실제로 한국인의 양심을 시험해 보는 영상마저 올리며 환호성을 지릅니다.


외국인들이 놀라는 사례가 또 있습니다. 코로나의 여파로 모든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무인 판매시대를 앞당겼다는 사실입니다. 코로나가 터진 후에 무인 아이스크림가게, 무인 과자판매점, 무인 커피점 등 무인 점포가 우후죽순 생겨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 길가의 편의점이나 가게 앞에 물건들을 진열해 놓은 것을 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왜냐하면 자기 나라에서는 가게 밖에 내놓은 제품들을 다 훔쳐간다고 얘기하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젓습니다.


우리는 일상처럼 당연한 듯 지나치지만 낯선 이방인에게는 신기한 일인가 봅니다. 물건을 훔치는 절도 사건들이 심심찮게 벌어져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서로 믿고 함께 살아가는 성숙한 공동체 의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몇 년 전에 아주 흥미로운 취업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과거에 저와 함께 일했던 직원이 어느 중소기업에 대표이사의 최종 면접도 없이 부사장 면접에서 합격하여 이직했다는 뜻밖의 소식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표이사가 그 직원의 평판 조회를 했는데 너무 좋은 평가와 함께 적극적으로 채용을 권유하는 바람에 굳이 면접을 볼 필요가 없었다고 합니다. 면접자의 얼굴도 직접 보지 않고 채용하기로 마음먹은 대표이사의 용기와 결단도 대단합니다. 아무리 평판 조회 결과가 좋아도 부사장의 면접 만으로 최종 합격을 통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공교롭게도 평판 조회에 응답한 분도 제가 잘 아는 지인이었습니다. 만약 저에게 똑같이 평판 조회를 부탁했다면 역량과 능력, 경험과 스킬, 자질과 태도 등 모든 면에서 훌륭한 인재이니 무조건 뽑으라고 강력히 추천했을 것입니다.


국가에 대한 신뢰자본의 차이를 강조한 후쿠야마 교수의 주장처럼 개인에 대한 신뢰자본도 무척 중요합니다. 개인의 신뢰자본은 다른 사람이 말하는 평판을 의미하며 그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일 하나는 똑 소리 나게 잘하는 일꾼이야.”

“그 사람이라면 무조건 믿고 맡길 수 있어.”

“밀어붙이는 추진력 하나는 끝내주는 사람이야.”


직장인, 특히 리더급이라면 평판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따라 ‘나’라는 브랜드의 가치가 달라집니다. 퍼스널 브랜딩은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스타 등 유명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평범한 직장인에게도 평판이라는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AI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직장인의 평판은 AI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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