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2014년 직장인의 진한 공감과 반향을 불려 일으켰던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명대사입니다. 먼저 퇴직한 선배가 아직 회사에 남아 있는 후배에게 이렇게 가슴 저미는 말을 내뱉습니다. 선배는 퇴사한 뒤 식당을 차렸다가 몇 달 만에 문을 닫으며 퇴직금을 날리고 대출금까지 떠안은 신세였습니다. 누군가에게 회사는 전쟁터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돌아가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회사원들은 누구나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 산다고 하죠. 설마 ‘산 입에 거미줄 치겠냐’하는 마음으로 각오를 다지지만 쉽사리 꺼낼 수 없는 것 또한 사표입니다.
“지난달에 그만두셨네요? 네. 일이 너무 많아 힘들어서 일단 회사에서 나왔어요.”
“퇴직한 지 6개월이 넘었는데 특별한 사유가 있나요? 금방 입사할 줄 알았어요.”
“작년에 퇴사했는데 현재는 취업하셨어요? 아니요. 아직 구직 중입니다.”
이직을 원하는 후보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회사를 나오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공장 화재 때문에 갑자기 회사를 떠난 사례도 있어 퇴사 사유는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본인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준비 없이 퇴직하면 공백기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한 달 만에 재취업하는 경우도 있지만, 몇 개월 만에 겨우 다른 직장을 얻기도 하고, 최악의 경우에는 1년 이상 백수로 지내기도 합니다.
바로 재취업이 될 줄 알고 자신만만하다가 서류 전형에서 연거푸 탈락하고 면접에서 자꾸 낙방하면 의기소침해지고 초조한 마음이 생깁니다. 그러다가 생활비는 떨어지고 불안한 마음에 전혀 관련 없는 업종과 직무를 선택하거나, 연봉을 낮춰 이직하면 손해가 이만저만 큰 게 아닙니다. 경력관리에 실패하고 근무만족도가 떨어지는 상황을 스스로 초래하여 악순환의 연속이 시작됩니다.
내 몸값을 떨어뜨리는 실수 7가지 중 첫째는 ‘욱하는 마음에 사표 내면 후회한다’는 것입니다. 승진을 못하거나, 상사와 심하게 다투거나, 업무상 큰 실수를 저질렀을 때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홧김에 사직서를 내는 일은 일단 참는 게 좋습니다. 설사 자존심이 상하고 입장이 난처하더라도 냉정을 되찾고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왜 승진을 못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다음 기회를 노려볼 수 있습니다. 술자리 회식에서 상사와 싸워도 다음날 공손히 사과하면 그냥 넘어가기도 합니다. 업무상 실수를 저질러 회사에 큰 손실을 끼쳤어도 문제점을 잘 해결하여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어 만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일 도저히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면 적어도 이직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벌어야 합니다. 남들에게 내색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면서 이직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최후에는 상사와 잘 협의하여 최대한 양해를 구해야 합니다. 대책 없이 회사를 급히 나오면 후회하기 십상입니다.
특히 좋지 않은 사유로 회사를 먼저 그만두면 전 직장의 퇴직사유를 쓸 때 난처해지고, 평판 조회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재직 중에 다른 회사로 이직이 확정된 후 사표를 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운이 없으면 자신의 직무에 적합한 채용분야 모집이 없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최종 면접까지 갔던 회사에서 불합격하는 바람에 다른 회사에 지원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구직기간이 길어져 공백기만 늘어납니다.
최근 어느 대기업의 재무회계 출신 후보자에게 퇴직사유를 물어봤습니다. 팀원의 퇴사로 업무량이 너무 많아져 평일 야근에 주말 특근까지 하는 바람에 건강이 나빠져 대리 승진을 앞둔 채 무작정 사표를 썼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건강을 해칠 정도로 번 아웃 된 후보자에게 ‘왜 먼저 퇴사했어요?’라고 되물을 수는 없었습니다.
반면 중견기업에서 영업을 했던 후보자에게 퇴직사유를 물었더니 선뜻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렸습니다. ‘혹시 상사와 관계가 안 좋았어요?’라고 넘겨짚었더니 그렇다고 솔직히 대답했습니다.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하는 눈치였습니다.
직장인은 욱하는 마음에 사표를 제출하는 것을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의 순간을 참지 못하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됩니다. 꿋꿋하게 버티는 것도 능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우면 조직 개편 시 다른 부서로 사내 이동을 하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이직할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직장인의 경력관리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직은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