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3. 3.
상담 2회 차.
내가 끔찍이도 당하기 싫어하는 일을
짝꿍에게 해오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나쁜 습관 중 하나는 화가 나면 얼굴 표정이 굳고
상대를 쳐다보지 않으며 상대와의 대화를 피하는 것이다.
중학생 때는 언니에게 기분이 나빠서 한 달 동안 언니를 투명인간 취급한 적이 있다.
그러는 동안 나는 편했냐고? 전혀 아니다.
짝꿍에게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도 비슷했다.
짝꿍과는 아직 한 달 이상 말을 안 해본 적은 없다.
대부분 하루 안에 서로 풀곤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내 얼굴은 굳고 누가 봐도 '나 화났음'티를 낸다.
그냥 기분 나쁜 일을 말하면 될 것을...
나를 좀 알아달라는 표시였다. 내 마음이 기분 나쁘니 알아줘라는 신호.
신호를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는 내가 밉다.
몇 년 전 회사 상사가 그런 사람이었다.
일을 매우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고, 나는 새로 맡은 업무라 버벅거리고 있었다.
뭐 때문에 기분 나쁜지는 얘기하지 않지만
표정, 말투, 행동 모든 면에서 '난 네가 맘에 안 들어'라고 얘기했다.
내가 이렇게 사인을 보내고 있으니 네가 알아서 기어.라는 표시로 받아들였다.
상사뿐만 아니라 같이 일했던 선배도 그랬다.
타인의 감정을 느끼는 더듬이가 발달한 생명체인 나는
이상 신호들을 귀신같이 빨리 받아들였고 힘들어했다.
다행히 선배와는 잘 풀고 다시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상사는 여전히 나에게 너무 두려운 존재로 남아있다.
내가 그렇게 고생했는데... 결국 나도 똑같이 행동하고 있었다.
상사에게 미움을 받기 한참 전인 어린 나에게 벌써 그런 성향이 있었던 걸로 보아
내가 내 기분을 표현했던 방법이 잘못됐다는 건 이미 한참 전에 알았고,
그걸 타인에게 당했을 때 남들보다 더 예민하게 받아들인 게 아닌가 싶다.
상담실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짝꿍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울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