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66 우울은 수용성

2026. 3. 5.

by 미스 프레드릭

일 마치고 운동 가려고 옷까지 챙겨 왔는데

지하철에서 내리니 비가 많이 오고 있다.

아차... 어제 일기예보 보고 퇴근할 때 우산을 챙겨 온다는 게

깜박했다.

일단 집에 가자.

가방을 머리에 이고 집까지 뛰어갔다.

가는 길에 비가 꽤 내려 가방도 젖고 겉옷도 젖었다.

다시 나가고 싶지 않았다.


거실 리클라이너 의자에 앉아서 동영상 강의도 보고

음악도 좀 듣다가 책도 좀 읽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집도 썰렁했다.

혼자 있는데 보일러 온도를 올리자니 낭비 같아서 대신 쿠션을 끌어안고 있었다.


운동이라도 갔으면 나았을까.

집에 그렇게 웅크리고 있어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몸이 처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씻어야 하는데 씻기도 싫고 싱크대에는 아침 설거지가 그대로 남아 있다.

왜 이렇게 귀찮고 싫지... 기분은 또 왜 이렇게 가라앉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샤워를 했다.

우울은 수용성이라고 누가 얘기했던가... 정말 샤워를 하고 나니 기분이 나아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힘차고 즐겁고 한 느낌은 아니다.

오늘은 일단 마무리를 하고 싶다. 더 이상 뭔가를 하고 싶지 않다.

봄이 오면 초록색 새싹들이 땅을 비집고 나오듯이 내 마음도 땅을 비집는 중인가.

요 며칠 다시 쌀쌀해진 날씨와 여전히 긴긴밤 때문에 나는 조금 움츠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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