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3. 6.
나는 밥 먹는 속도가 느리다.
팀원들끼리 점심을 먹거나 부서 사람들과 점심을 먹으면
항상 끝까지 남게 된다.
기껏 팀원들끼리 같이 밥을 먹는 건데 얘기도 하면서 여유롭게 먹을 순 없는 건가.
다들 전투적으로 빨리 드신다.
나는 얘기도 나누면서 천천히 먹고 싶지만
그랬다간 또 나만 남게 되고, 먼저 일어나셔도 된다고 백번은 얘기했지만
가지 않고 기다리시는 분들 때문에 나도 전투적으로 먹어야 한다.
혼자 먹고 싶다.
나는 혼밥도 잘하는데...
나는 고기를 먹지 않는다.
완전 채식은 못하더라도 4발 동물은 먹지 않고 있다.
대다수의 동물이 어떻게 길러지고 어떻게 도축이 되는지 알게 된 이후로
먹기가 힘들어졌다.
보수적인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 내 식이 특성이 고려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서 점심을 먹을 때 안/못 먹는 음식을 물어봐 주는 걸 기대하기가 참 힘들다.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하면 '세상에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 존재하나?'라는 반응이다.
그나마 한강 작가님의 '채식주의자'라는 책이 유명해지면서
사람들이 '채식주의'라는 단어에는 익숙해진 것 같아서 다행이다.
오늘 점심도 부서 회식이었다.
갈 장소가 어딘 지 알고는 좀 걱정했는데
웬걸 이미 메뉴까지 다 주문해 놨다.
아무리 얻어먹는 점심이지만... 내가 먹지 못하는 것만 가득한 곳에서
나는 그냥 도망가고 싶었다.
구내식당에서 혼자 조용히 먹고 싶었다.
그곳에서 그나마 덩어리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메뉴는 냉면뿐이었다.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냉면을 먹었다.
요즘 들어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어야 하는 자리가 많아지며
나는 점심시간이 힘들어지고 있다.
남들의 속도에 맞춰 빨리 먹어야 하고,
혹시라도 나에게 식당의 선택권이 있거나 의견이라도 낼 수 있으면
부지런히 나의 상황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그냥 다 귀찮으니 그냥 혼자 먹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