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96 계절감

2026. 4. 5.

by 미스 프레드릭

오늘 읽기 시작한 책 '건축가의 공간일기(조성익 저)'를 읽다 보니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있다.


계절감을 느끼는 일은 선으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점을 찍어 마음에 저장하는 일이다. (55쪽)


나는 계절감에 목말라 있었다.

하루 중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라 정신 차리지 않고 살다 보면

계절이 바뀐 줄도 모르게 된다.


언젠가 사무실에 있기가 너무 답답한데 밖으로 나갈 수는 없어서

화장실에 난 창문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한참 밖을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아 이게 창살 없는 감옥이란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책에서 나오는 '플레이 후키(몰래 사무실에서 빠져나와 한숨 돌리기)'를 하기에 나는 너무 소심했다.


다들 그렇게도 잘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나는 아니었다.

봄이 되면 꽃을 보고, 여름이면 뜨거운 태양아래서 땀을 흘리고,

가을이 되면 떨어지는 낙엽에 쓸쓸해지고, 겨울이 되면 사무치 듯한 슬픔에 잠기기도 해야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의 드림하우스는 '집안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집'이었다.

특히 나무가 가까이 있는 집이길 바랐다.

지금 사는 집은 거기에 아주 충실하다.

산 바로 옆에 있는 곳이라 거실에서 밖을 바라보면 큰 나무들이 보인다.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연두색 새싹이 조금씩 올라와 나무가 포동포동해지고 있다.

이제 봄이구나... 를 거실에서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변화가 이렇게도 뚜렷하구나라는 것을 우리집 거실 커다란 액자를 통해 느끼고 있다.


계절감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가치여야 한다.

도시에도 한 두 그루의 나무들이 있지만 이왕이면 좀 더 풍성하게 자연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나무들이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자 이제 봄이야, 여름이야 하듯 보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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