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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 프레드릭 Feb 13. 2023

굿바이 평양(Good bye Pyeongyang)

자유와 억압 그 경계를 살아가는 삶

양영희 감독님의 전작인 디어 평양의 다음 편은 굿바이 평양입니다.

이번 영화는 평양에서 태어난 감독님의 조카 선화가 주인공이에요.

세 오빠 중 둘째 오빠의 딸 선화, 남자조카들 사이에서 유일한 여자조카여서 감독님은 선화에게 애정을 느낍니다.

마치 과거의 자신을 보는 듯하다고 했어요.


일본과 북한이라는 경계에서 살아가면서 혼란스러웠던 성장을 거쳤던 감독님처럼 선화 또한 북한에서 일본과 북한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화에게는 자유가 없습니다. 

맘에 안 들면 뛰쳐나갈 수 있는 자유가. 


영화의 초반부에서 선화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였지만 엄마의 죽음을 겪고 조금씩 성장해 가며 영화의 후반부에는 어느덧 어엿한 한 사람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연극과 영어에 관심이 많던 선화는 카메라를 끄고 고모인 감독에게 어떤 연극을 봤는지 묻습니다. 

어떤 연극을 봤는지까지 카메라를 끄고 물어야 하는 사회라니... 잠시 암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모가 말한 연극들은 선화는 처음 들어봅니다. 놀라운 동시에 좌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참 호기심이 많을 나이에 뻗어가는 호기심과 생각을 싹둑 잘라버리는 사회는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요.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 생각해 보지만 선뜻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니 아마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게 더 큰 것 같습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 등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데... 열망들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삶은 어떨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또 인상 적였던 부분은, 오사카 가족들의 평양방문입니다.

오사카에 계신 감독님의 부모님은 평양을 한 번씩 방문하고 그럴 때마다 평양의 가족들은 진수성찬을 준비합니다.

모든 것이 제한되고 통제된 북한 사회에서 선화와 선화의 가족들은 그래도 다른 북한 주민들에 비해 나은 삶을 산다는 생각이 듭니다.

깔끔한 세간살이와 음식들을 보면요...

살림살이들을 오사카의 가족들이 보내주고 돈도 보내줘서 그런 것도 가능하겠죠.

가족들이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손주들의 장기를 보는 장면을 보면 그들도 여느 가족과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빠진 것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할 자유가 없는 것이죠.

감독님의 큰 오빠는 클래식과 커피를 좋아하던 청년이었습니다. 

큰 오빠는 김일성의 인간 생일 선물로 북한에 가게 되었습니다.

한참 귀국사업이 진행 중일 때도 형제가 북한에 가있거나 장남인 경우는 귀국사업에서 예외였지만

체제의 견고함을 뽐내기 위해 '인간 선물'이 되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발상으로 사람의 인생은 무너져 버렸습니다.

서양음악이 금지되었던 북한사회에서 감수성이 풍부한 소년이 기댈 곳은 없었습니다. 

겨우 서양 클래식 음악만은 허용이 되었다지만 음악감상은 단지 듣는 것만 하는 것은 아니죠.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을 말할 수 없는 사회에서 큰오빠는 조울증으로 고통받다가 북한에서 사망합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큰 오빠의 조울증은 꽤나 심각했다고 해요.

어느 날 호텔에서 맥주를 마신 큰 오빠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더니 지휘자처럼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 같은 행동을 보였다고 합니다.

놀란 감독님이 울자, 나머지 오빠들은 오히려 그런 감독님을 달래며 울고 싶은 것은 자신들이라고 했다고 하네요.

큰 오빠에게 북한이라는 사회는 미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었던 곳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감독님이 출국하기 전 선화와 만난 그 만남 이후로 감독님은 더 이상 선화를, 북한의 가족들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감독님의 전작인 디어 평양 때문에 북한으로부터 입국금지를 당한 것입니다. 

선화와 그 가족들에게는 불이익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감독님도 이 부분이 제일 고민되었던 부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지금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생각했다고 해요.


그렇게 완성된 영화는 감독님 자신에게, 그리고 저 같은 관객에게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한국근현대사가 이 가족을 관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은 자신의 가족에게 닥친 큰 비극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족의 이 비극을 제삼자의 눈으로 보고 싶어 영화를 찍었다고 했어요. 그 속에서는 답이 안 나오는 문제니깐요. 

하지만 감독님의 카메라는 가족들을 한탄과 분노가 아닌 공감을 위한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감독님은 가족에게서 한발 물러났지만, 물러난 곳에는 이 영화를 보고 공감한 관객들과 함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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