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1.
새해의 첫날은 괜히 설렌다.
지지부진했던 지난해를 마무리하고 뭔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날.
나의 과거들이 모르는 나의 미래를, 현재의 내가 하루하루 만나가는 느낌이 든다.
오늘 만큼은 설레고 뭐든 잘해보고 싶다.
나의 새해 하루를 의식의 흐름대로 남겨본다.
6:30
결혼 후 처음 맞는 새해라 남편과 동네 뒷산에 해돋이를 보러 갔다.
6시 30분에 집을 나서서 드문 드문 보이는 사람들을 따라 올라가니 이미 목적지에 다다르기도 전에 사람들이 꽉 찼다.
역시 해돋이도 K해돋이는 다르구나. 목적지인 무악 봉수대 근처는 가보지도 못했다.
대충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친구와 쉴세 없이 얘기하는 사람, 그 옆에서 나지막하게 '되게 시끄럽네'라고 하는 사람 등등과 뒤 섞여 해 뜨는 모습을 보고 내려왔다. 사실 해가 뜨는 게 아니라 지구가 자전을 하는 건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매일 뜨는 해를 뭘 그리 유난스레 보러 가느냐고 하겠지만(평소의 내 모습이다.),
그래도 확실히 잠과 싸우면서, 추위에 떨면서 해를 본 날은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다.
8:30
집에 내려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군고구마를 하나 사고,
집에서 떡만둣국을 끓여 먹었다.
밖은 춥고 안은 따뜻하고, 뜨끈한 떡만둣국의 국물이 목구멍을 지나 온몸에 퍼지니 언 몸이 사르륵 녹는 듯했다.
겨울이 좋은 건 시리도록 차가운 바깥과 그에 비해 따뜻하게 느껴지는 안이 있어서 이다.
차가움 뒤의 따뜻함 그리고 이어지는 노곤노곤함이 기분 좋다.
9:30
밥을 먹고 바닥을 싹 ~ 닦았다.
커피를 내려 군고구마와 후식으로 먹고,
나는 책을 읽고, 남편은 흑백요리사를 보며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차분하고 조용하게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문득 참 평화롭고 행복했다.
요란스럽지 않고 별거 없는 새해의 첫날이 나는 참 맘에 들었다.
12:30
책을 읽고, 낮잠을 조금 잤다.
잠에 든 듯 깨어 있는 듯, 몸이 물에 떠있는 것처럼 몸이 편안했다.
13:00
자고 일어나 기부할 물건들을 정리했다.
작년에 이사를 하면서 물건들을 한참을 정리했는데도 여전히 정리할 것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물건들이 새끼를 치나...
15:30
안 보는 책들은 중고서점에 팔고, 필요 없는 물건들은 굿윌스토어에 기부하려고 포장도 해놨다.
중고서점에 책을 팔고 돌아오는 길에 호떡도 하나 사 먹었다. 번화가의 거리는 썰렁했지만 호떡집에만 사람이 가득했다.
17:30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소화를 시킬 겸 산책을 하고 왔다. 추워서 그런지 거리에 사람들이 없다.
집에 돌아와 깨끗이 샤워를 했다. 오늘 하루 종일 씻지도 않고 꼬질꼬질하게 있었는데 샤워를 하니 개운했다.
19:00
이렇게 까지 하니, 하루가 거의 다 지나갔다.
누군가는 하루가 왜 이렇게 빡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늘 매우 만족스럽다.
하려고 했던 일들을 미루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새해를 맞아 한 나와의 약속을 오늘도 지켰다.
앞으로의 시간은 알 수 없고, 때로는 내 하루가 엉망으로 흘러갈지라도 내가 보낸 오늘 하루는 꽤 뿌듯하게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