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11.
건강문제 때문에 짝꿍이 모처럼 길게 휴식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오랜만에 조조영화를 보러 갔다.
'하나 그리고 둘'을 아주 오랜만에 라이카 시네마에 가서 봤다.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를 처음 봤는데 이야기를 정말 잘 엮는 사람인 것 같다.
한 가족의 구성원들, 그리고 그 구성원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의 조각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영화였다.
내 인생의 일부는 양양의 삶과 닮이 있다. 또 일부는 팅팅, 앞으로의 일부는 NJ와 민민의 삶과 닮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기분 좋게 영화를 보고 예전부터 봐 놓은 해산물 식당에 갔다.
근데 웬걸... 만석이다.
요즘 웬만한 식당들은 예약이 필수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우리가 번화가에 나가서 식사를 한 것도 오랜만이니)
식사를 이제 막 시작한 테이블이 많아서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몰랐다.
우리가 망설이고 있으니 직원분이 테라스 자리에 히터를 틀어줄 테니 괜찮은지 물어봤다.
오브 콜스!! 오히려 좋은 제안이었다.
테라스 좌석에는 우리 둘만 있을 수 있고, 비닐 천막으로 잘 감싸져 있어서 히터를 틀어놓으니 오히려 아늑하고 좋았다.
약 10분 후 우리는 우리만의 이글루 같은 곳에서 즐겁게 식사를 시작했다.
굴요리를 시켜서 낮이었지만 화이트 와인을 한 잔 했더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훈제 굴, 꿀대구, 피시 앤 칩스까지 남김없이 싹 먹었다.
직원의 뜻밖의 제안이 정말 감사했다.
식당에서 괜히 직원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곳의 적절한 친절과 배려는 내 맘에 쏙 들었다.
그냥 들어가기가 아쉬워 근처에 있는 에스프레소 바에 가서 에스프레소를 한 잔씩 했다.
역시 만석이어서 조금 기다렸더니 금방 자리가 났다.
에스프레소 전문점이어서 맛은 따질 것도 없었다.
에스프레소 마시는 법을 빽빽이 프린트해서 준 종이를 보니, 이 분들 여기에 진심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성을 쏟는다는 건 이런 작은 것에서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직원들의 분주하지만 숙련된 움직임을 살포시 넘겨다 보면서 우리는 마냥 행복해졌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 골목골목마다 다양한 음식점, 술집, 카페들이 박혀있었다.
연희동이 핫한 건 옛날부터 알았지만 이렇게 재밌는 가게 많았나?
우리가 너무 오랜만에 왔구나 싶었다.
남편이 야간근무를 시작한 게 작년 가을부터였으니 근처로 이사를 왔지만 '핫하고 힙한' 장소에 대낮에 올 기회는 별로 없었다.
우리 앞으로 자주 나오자.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데가 있네.
모처럼 만에 재밌는 영화와 맛있는 식사와 커피까지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하루였다.
날씨는 너무너무 추웠지만, 잉어빵까지 하나씩 물면서 돌아온 우리의 삶에 생기가 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