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4 폭풍이 지나간 뒤

2026. 1. 22.

by 미스 프레드릭

감정이 폭풍처럼 나를 뒤덮고 간 어제...

그리고 오늘 아침까지도 내 신경은 곤두서있었다.

특정 상대를 향한 '화'는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대상 없는 '짜증'이 고개를 들고

나를 사방에서 잡아 아래로 아래로 끌어당겼다.


문제는 아침에 발생했다.

나는 아침에 화장실 가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 심각한 변비를 경험했고,

그 후 각고의 노력과 실험(?)으로 매일 아침 화장실을 갈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놓았다.

이 루틴이 흐트러지면 나는 꽤 스트레스를 받는다.


근데 이 루틴이라는 게 꽤 시간이 걸린다.

단계가 있기 때문에 한꺼번에 해치울 수가 없다.

오늘은 오전에 요가에 가려고 예약을 해놓은 상태인데

루틴을 끝낼 충분한 여유가 없이(여유가 중요하다.)

요가에 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니 초조해졌다.

내가 계획해 놓은 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아 짜증이 났다.


내가 혼자였다면 그냥 짜증 난다고 하고 말았을 일일지도 모른다.

근데 마침 옆에 짝꿍이 있었고, 그는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부터 나의 예민함과 지랄 맞음을 온몸과 마음으로 받아내고 있는 그에게

나는 또 미성숙한 마음을 던져버렸다.

가시가 돋아 있고 활활 타오르는 내 마음을 그는 가만히 받아냈다.


일단 요가 수업에 갔다.

그냥 에라 모르겠다. 그냥 하자. 는 심정으로...

다행히 수업이 너무 좋았고, 선생님은 또 너무 따뜻하셨다.

오길 잘했다. 불완전했어도 그냥 오길 잘했다.


요가에서 돌아오는 길은 너무 추웠지만 집에 오니 따뜻했다.

한참 타고 간간이 잔불만 남아 있는 내 마음을 얼마간의 눈물로 끄고,

나는 가만히 주변을 둘러봤다.

집에는 햇살이 가득했고, 거실 탁자에는 얼마 전 빌린 책이 있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지음)

따뜻한 저자의 글을 읽다 보니 내 마음도 사르륵 녹아내렸다.


어제와 오늘을 거치며 나 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내 마음의 태풍 때문에 힘들었다.

가끔 찾아오는 이 슬픔, 미움, 원망, 불안, 분노의 감정들을 다루는데 여전히 나는 서툴다.

많은 상담을 받았고, 많은 책을 읽었지만 아직은 속수무책이다.


내 옆의 소중한 사람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감정들을 잘 다루고 싶다.

불안과 경계로 가득한 내 안의 어린 소녀에게 이제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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