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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Dec 21. 2024

땀으로 채우는 일주일

운동기피녀도 만든 운동루틴

무형유산과 같은 초등학교 체력장.

초등학교 5, 6학년 실시했던 체력장은 하나마나 5급이었다. (5급이 최하, 1급이 최고등급)


철봉 매달리기는 시작! 하는 순간 내려왔고,

멀리뛰기는 1m 남짓,

던져도 던져도 공은 코 앞에 떨어졌고,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반등으로 올라와도 1분에 겨우 3개 해낸 윗몸일으키기,

100m 달리기는 헥헥거리며 20초 중후반,

수십, 아니 수천 바퀴 걷는 건지 달리는 건지 여하튼 오래 달리기까지.

돌이켜보니 참말로 기가 막히게 못했다.


그때부터 당연하다 할 정도로 운동을 기피하게 되었고, 

평생 운동은 해도 안 되는 사람이라고, 

이건 내 영역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버렸다.






3년 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밥을 차려서 먹던 초여름 저녁이었다.

식사 후 아이들과 남편은 저녁 산책을 나갔고 그 사이 나는 조용히 식탁을 정리했다.

설거지를 하는데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신호가 왔다.

허리가 스멀스멀 아파오는 것이다. 

후다닥 정리를 하고 침대에 누었다.

산책 다녀온 남편이 이 무슨 날벼락이냐며

그렇게 누워서 다음 날 아침까지 꼼짝을 못 했다.


아침이 되어 조금이라도 움직여보고자 남편이 부축하여 일어나기를 시도했다.

침대에서 내려와 거실까지 나오는데 결국 실신했다.

그 순간 남편은 내가 죽을까 봐 요리조리 흔들어가며 깨웠다고 몇 분이 흘러서야 겨우 정신이 돌아왔다 했다.


구급차를 부르고 들것에 실려 병원에 갈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마침 타이밍 좋물리치료사였던 오랜 친구가 잠시 병원을 쉬고 있어 연락을 취했다.

고맙게도 친구는 바로 달려와줬고, 1박 2일을 꼬박 우리 집에서 내 몸을 돌봐줬다.

친구의 손놀림은 능숙했고, 시간 간격을 두고 치료를 받다 보니 굳어졌던 몸이 조금씩 조금씩 풀렸다.

그 당시 화장실에 기어갔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로 몸이 회복되어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도 디스크는 아니라 했고, 별 문제없다고 했다.

그러고 곧장 필라테스 센터로 향했다. 인생처음이다. 운동센터에 내 발로 직접.

간절했다. 다시 몸이 굳어지는 것이 무서웠으므로.



살기 위해 시작한 필라테스.

3년 차가 되어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겨우 조금 할 줄 알는 수준이지만,

그날 이후 지금까지 허리가 아파본 적은 없다.

복근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심지어 평생 양쪽 어깨에 이고 다닌 모래가 들다시피 한 주머니를 내려놓게 되었다.

물론 광고처럼 예쁜 몸매로 매끈한 동작을 구현하진 못하지만

나는 호흡을 하고 있고, 매 수업 땀이란 걸 흘려본다.



매주 수요일, 배드민턴 레슨을 받고 있다.

배드민턴 채와 운동화, 물통을 넣은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서 센터로 향할 때 기분이 너무 좋다.

내가 이런 모습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순간이다.

늘 멀리서 운동하러 가는 이들을 보는 것에 대리만족을 느꼈고, 남의 일로만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나의 생활로 다가온 것에 남의 옷을 입은 듯한 어색함이 여전하지만

어느새 나는 배드민턴 또한 만 2년의 경력자가 되었다.





나의 중학교 1학년 영어교과서에서 보았던 속담 

'Sound in body, Sound in mind.'

처음으로 sound가 건강한, 건전한 이라는 뜻을 가졌다 하여 신선했던 기억에 이 속담을 계속 곱씹어 보곤 했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과연 어떠한 느낌일까.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이 속담을 몸소 느껴본다. 하하하






어릴 땐, 매년 봄마다 한약방에 보약을 지으러 갔다.

그게 나의 건강을 위해 챙겼던 루틴이었다.

그랬던 나에게도 이제는 운동 루틴이 생겼고, 매일매일 운동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고, 이것을 인증하는 모임에도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홈트라는 새로운 분야를 알게 되어 집에서 난생처음 매트를 깔아놓고 따라도 해보고,

함께 인증하는 분들을 보며 운동 강도와 노력에 자극을 받고, 

따뜻한 말을 주고받으며 오늘도 해내었다는 자신감에 하루하루 밥먹듯이 운동을 하고 있다.



계기가 어찌 되었든 이제야 체력장 5급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윗몸일으키기 좀 못하면 어때

철봉에서 바로 좀 떨어지면 어때

내 몸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면 됐고, 셔틀콕 맞추는 소리가 즐거우면 됐다!

그걸로 된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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