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왜 이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가
방법을 이야기하기 전에,
나는 이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 싶었다.
지금 나는
마음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고,
사람들에게 감정과 회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사실 그 시작은 아주 다른 곳에 있다.
나는 한때
병원이라는 공간이
가장 늦게 가야 하는 곳이라고 믿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간다.
하지만 마음이 아프면
버틴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오래 버텼다.
내과도 가 보고,
이비인후과도 가 보고,
정형외과도 가 보고,
한의원도 가 봤다.
마지막까지 가지 않았던 곳이
하나 있었다.
정신건강의학과였다.
그곳은
‘정말 마지막에 가는 병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그 병원을 미루고,
또 미루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조금만 더 버텨 보자.
조금만 더 괜찮아지면 되잖아.
이 정도는 다들 견디고 사는 거잖아.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결국,
버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삶은 점점 더 좁아졌다.
어느 날은 잠이 오지 않았고,
어느 날은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어느 날은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더 이상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무너지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사람은
갑자기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무너진다는 것을.
이 책은
그렇게 무너졌던 한 사람이
어디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병원 이야기이기도 하고,
사람 이야기이기도 하고,
무너진 마음 이야기이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살아가기 시작한 이야기다.
나는 이 책에서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조언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내가 겪은 시간을
조용히 꺼내 놓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방법은 그다음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방법을 말하기 전에
내가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떠올리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이제,
5011호의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