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신과는 마지막 병원이었다.

5011호의 대나무 숲.

by 신정희 해피제이

아프면 병원에 간다.

당연한 말이다.
감기에 걸리면 내과를 찾고,

배가 아프면 소화기 내과를 찾고,

목이 아프면 이비인후과를 찾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아플 때만 우리는 멈춘다.
바로 가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못 간다.


나 역시 그랬다.
나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마지막 병원’으로

남겨 둔 사람이었다.
마지막까지

가고 싶지 않은 병원.

가능하다면

평생 가지 않고 살고 싶은 병원.


가는 순간,
무언가를 인정해야 할 것 같은 병원.
그곳이

정신건강의학과였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은근히 이런 말을 듣고 자란다.

“멘탈 약한 사람들이 가는 곳 이래.”

“정신과까지 갈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거기 가면 기록 남는다던데?”

누가 정확히 말해 준 적은 없지만,

분명 어딘가에서 들은 말들이다.
이 말들은 아주 조용히,

그러나 깊게 마음에 자리 잡았다.


그래서 우리는 몸이 무너질 때까지

병원을 찾지만

마음이 무너질 때는
버티는 법부터 배운다.
나 역시

그 교육을 아주 충실히 받은

사람이었다.


처음 마음이 무너졌을 때

나는 정신과 대신

다른 병원을 먼저 찾았다.
소아과,

내과,

한의원,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안과.

몸이 아플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먼저 확인했다.

혹시 희귀병 때문일까?

혹시 술을 좋아해서일까?

혹시 수면 문제일까?

혹시 피로 때문일까?
나는 계속해서

‘다른 이유’를 찾고 있었다.
정신과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다.

정신과에 가는 순간,

‘멘탈이 약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았고

‘내가 나를 인정하는 순간’

되는 것 같았다.


그 문 앞에 서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계속 돌아갔다.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다.
몸이 아플 때는

“왜 이제 왔어요?”라는

말을 듣는 것이 부끄러운데,
마음이 아플 때는

“왜 이제 왔어요?”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끝까지 가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시간을 미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정신과는 마지막 병원이 아니었다.
내가

가장 먼저 갔어야 했던 병원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신이 가장 늦게 찾아가는 병원은

어디인가요?

도움을 미루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