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에 대하여

by 기피터

삶을 살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두 가지 상반된 시선 사이에서 흔들립니다.
하나는 비관주의, 또 하나는 낭만주의입니다.


비관주의는 세상과 인생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하는 철학적 태도입니다.
고통과 실패, 무의미함을 직면하면서 인간 존재의 본질을 성찰하게 합니다.
저 역시 한때 극심한 비관주의에 가까운 생활을 했습니다.
스포츠 선수로서, 경기 결과, 기록에서만 행복을 느꼈고, 실패가 대부분인 스포츠 속에서 삶의 7할 이상을 우울하게 보내야 했습니다.


10일 중 7일, 10년에 7년, 100년으로 치면 70년을 우울하게 산다는 계산이 머릿속을 스치곤 했습니다.
얼마나 불쌍하고 안타까운 삶인가,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험 속에서도 삶의 작은 기쁨을 발견할 수 있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굶지 않고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음, 편의점에서 먹고 싶은 것을 살 수 있음, 돈이 2000원밖에 없어도 아이스크림 하나 더 먹을 수 있음…
그 작은 즐거움에 감사하면서, 삶이 조금씩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것이 바로 낭만주의적 시선이었습니다. 현실에 매이지 않고,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과 의미를 찾는 태도 말입니다.


비관주의와 낭만주의는 얼핏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서로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비관주의가 우리에게 고통과 실패를 직시하게 한다면,
낭만주의는 그 속에서도 감사와 행복을 발견하게 합니다.
고통 속에서 의미를 찾고, 실패 속에서 작은 기쁨을 누리는 힘은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성숙하게 살아가는 능력으로 이어집니다.


선수 시절, 저는 경기와 훈련에서 늘 불안했고, 스스로를 의심했습니다.
감독과 코치, 선배들의 눈치를 보며 훈련했고, 안전하게만 플레이하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장할 기회를 놓치고, 마음은 갇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코치님을 만나 사고의 틀을 깨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에서 훈련하며 점점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배움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결국 실력의 차이보다 중요한 것은 멘탈과 마음가짐이라는 것을요.


이제 저는 후배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도 기죽지 마라. 스포츠는 승자와 패자만 있지만,


그 속에서도 즐거움과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삶의 작은 행복과 사소한 감사가 쌓일 때, 비관주의 속 고통조차 낭만적 감정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결국 삶은 고통과 기쁨이 공존하는 시소와 같습니다.


고통을 피할수록 더 큰 부담이 돌아오고, 작은 기쁨도 충분히 즐길 줄 알 때 균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스포츠 심리상담사로서,
선수들이 실패와 압박 속에서도 낭만적 시선을 유지하고,
비관적 현실 속에서 성찰과 성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삶의 작은 고통과 기쁨 속에서 균형을 찾고,


비관과 낭만의 조화를 통해 성숙한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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