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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가 다시하고 싶어질때면.....

by 기피터

그라운드의 푹신함

옷을 스치는 바람,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
방망이에 공이 맞는 순간의 짜릿한 타격음,
선수들과 관중들의 환성.


타석에 들어섰을 때의 설렘,
훈련이 끝난 뒤에도 새벽까지 남아 혼자 운동하던 나,
손바닥이 다 까져 붕대로 감싸져 있던 손,
꿈속에서도 야구하다 깨어 다시 스윙을 돌리던 밤들.


호수비와 허슬플레이 뒤에 몰려오던 도파민,
‘해냈다’는 희열,
몰입 끝에 찾아온 승리와, 그 승리를 만들어낸 내 플레이.


그때의 감정들은 지금도 불쑥불쑥 단전에서 솟아오릅니다.
그럴 때면 오히려 그 힘들고 아등바등했던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집니다.
그 모든 순간이 그립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깨닫습니다.
아, 나는 야구를 정말 좋아했구나.
나를 힘들게도 하고 행복하게도 했던, 흔히 말하는 첫사랑.
내게 첫사랑은 야구였습니다.


13년 동안 매일 붙어 지낸 애증의 관계.
지금은 TV 속에서, 친구들이나 선후배들이 뛰는 모습을 보며 더 생각납니다.
돌아보면 후회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움이 있으니 자꾸 떠오르는 거겠지요.


강제로 야구와 떨어져 지내면서, 그때의 기억이 미화된 걸까요?
아니면 제가 변한 걸까요?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냥 이 말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요즘 들어 인생에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1년 후, 이때쯤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다시 그라운드에 서 있을까요, 아니면 또 다른 길을 걷고 있을까요?


어느 쪽이든 괜찮습니다.
나는 잘 해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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