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라는 칭찬 뒤에 숨은 것들
최근 인스타에서
자녀에게 남기는 포스트잇 메모를
사진 찍어 피드로 올리는 엄마가
자주 알고리즘에 올라왔다.
표현은 늘 다정하고,
말투는 친절하고,
아이의 상태를 아주 꼼꼼하게 해석한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디테일하게 정리되어 있다.
처음엔
“이런 엄마도 있구나”
싶었다.
다른 엄마들에게도 그 계정이 자주 뜨는지
직장 동료가 그 피드를 디엠으로 보내왔다.
“이 엄마는 어쩌면 이렇게 말을 예쁘게 할까?”
“아이들이 얼마나 잘 자랄까?”
띄엄띄엄 몇 개의 피드만 봤던 계정이라
괜히 반가운 마음에
전체적으로 차분히 들여다 보았다.
그런데
계정을 전체로 보다 보니
이상하게 숨이 막혔다.
말은 부드러운데
아이에게 남아 있는 선택지가
거의 없어 보였다.
아빠 생신날 했던 아이의 농담은
‘존중이 부족한 표현’이 되었고,
사랑은
‘이렇게 표현해야 하는 것’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아이의 말과 행동은
매번 해석되고,
정리되고,
다시 방향을 부여받았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맞는 말들뿐이었다.
그래서
더 답답했다.
나는 아이 방을
잘 치워주지 않는다.
그 방은 아이의 공간이고,
불편하면 본인이 알아서 청소하거나
정말 힘들면
도와달라고 말할 거라 생각한다.
이유는
그냥 그거면 충분하다.
그 계정에서는
아이의 방을 치워주지 않는 이유가
정말 많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하나하나 너무 디테일했다.
옷 정리를 안 해주는 이유,
쓰레기를 버려주지 않는 이유,
책상 정리를 도와주지 않는 이유.
각 항목마다
따로 피드가 있었고,
방 곳곳에는
포스트잇 메모가 붙어 있었다.
사실
여기서도
나는 꽉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좋게 말하면
이건 잔소리가 아닌 걸까.
웃으면서 말하면
화내는 게 아니고,
통제도 아니게 되는 걸까.
문득 5년 전 상담했던 중2 아이의 말이 생각났다.
“차라리 다른 엄마들처럼 화를 냈으면 좋겠어요.
그럼 저도 같이 화를 내고
싸우기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으면서 맞는 말만 하는 거,
진짜 미칠 것 같아요.”
그 아이의 엄마는
아주 우아하고
나이스한 사람이었다.
늘 차분하게 설명했고,
아이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런데
아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감정도,
표현도,
심지어 양말을 신는 방식까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좋게 다정하게 말하면 참견과 간섭이 아닌가?
설명이 많을수록
대상의 자율은 점점 좁아지는 게 아닐까?
아이의 삶을
어디까지
부모의 메시지로 조율하는 게 맞는 건지
나는 가끔
그 경계가 궁금해진다.
사람마다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르고
이건 그냥 내 생각일 뿐이다.
저 모습이 정말
그렇게까지 칭찬받을 양육 현장인지,
문득
생각해보게 된다.
아이에게 가장 숨 막히는 건
혼나는 것도, 화내는 것도 아니라
늘 이해당하고,
늘 설명당하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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