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안 되는 날에는 이유가 있다
"기분이 밥 먹여주냐?"
아이가 공부할 기분이 아니라고 말할 때 부모들은 그 말을 공부하기 싫어서 대는 핑계라고 생각한다.
“네가 언제 공부할 기분이 들 때가 있냐?”, “너만 힘드냐?”, “그렇게 다 따져가며 공부는 언제 하냐?”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 자체를 곧 공부하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오래 책상에 앉아 있으면 공부한다고 기특해하고, 본인 역시 ‘공부하는 시간에 비해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왜 남들보다 열심히 하는데 성적은 나오지 않을까. 무작정 앉아 있다고 해서 공부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잠을 줄이고, 삼각김밥 하나로 끼니를 때우며 동영상 강의를 이어 듣고, 기분은 핑계라며 참고 버티라고 말하고, 결국 모든 문제를 자세와 정신력의 부족으로 설명하려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버틴 시간만큼 집중력이나 효율이 따라오지 않는다. 공부는 단순히 오래 앉아 있는 시간으로 쌓이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몸이 조금 회복되고 기분이 안정되면 같은 시간, 같은 문제를 풀어도 속도와 이해도는 눈에 띄게 달라진다. 머리가 좋아져서라기보다 공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비로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기분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한다. 집중력을 유지하게 하고, 지속할 힘을 만들며, ‘해볼까’ 하는 마음을 일으킨다. 잠조차 조금 더 편안하게 잘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기분이 무너지면 사람은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감정을 아직 충분히 다루지 못하는 아이들은 그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그래서 무작정 공부하라고 하기 전에 먼저 살펴봐야 할 것들이 있다. 오늘 잠은 어땠는지, 밥은 제대로 먹었는지, 몸이 불편한 곳은 없는지, 무엇보다 마음이 조금은 편안한 상태인지 묻는 일이다. 이것은 공부를 미루기 위한 핑계가 아니라 공부가 실제로 가능해지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 조건이다.
공부란 지식을 머릿속에 넣는 행위이기 이전에, 무언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은 겉으로는 노력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많은 비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공부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공부가 되는 몸과 마음의 조건부터 함께 만들자는 이야기다.
아이의 기분을 살피는 일은 아이를 나약하게 만드는 것도, 버릇을 잘못 들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적은 시간으로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오래 남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학습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