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안 되었지만 지금은 될 수도 있다
“해봤자 소용없어요.”
부모 상담 때 자주 듣는 말이다. 이미 여러 번 말해봤고, 기다려봤고, 방법도 바꿔봤던 사람의 말이다. 그래서 그 문장에는 체념보다는 했는데 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실망과 피로가 더 많이 묻어 있다.
그런데 정말 소용이 없었던 걸까.
가끔은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타이밍의 문제일 때가 있다. 아이가 아직 어렸을 수도 있고, 관심이 없었을 수도 있고,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상황이 맞지 않았을 수도 있고, 이미 다른 일로 마음이 복잡했을 수도 있다. 환경이 불안정했거나 새로운 적응을 하고 있던 때였을 수도 있다. 아이가 ‘안 한’ 것이 아니라, 그때는 ‘못 한’ 상태였을 가능성이다.
“이번에는 혹시 모르잖아요. 방법을 살짝 바꿔 다시 시도해 보면 어떨까요?”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어요.”
그 말은 대부분 사실이다. 정말 많이 시도해 봤다. 설명도 해보고, 약속도 해보고, 때로는 단호하게 말해보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 달래도 보고 사정도 해봤다고 한다. 그래서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느껴진다.
사람은 안 변한다고들 하지만, 한편으로 사람만큼 쉽게 변하는 존재도 없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의욕이 솟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하려던 마음이 꺾이거나 새로운 동기가 생기기도 한다.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던 일이 시간이 지나 “아, 꼭 필요한 일이었구나”로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때는 안 된 거죠. 그게 평생 안 되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은 또 다를 수 있어요.”
아이는 자라고, 관계도 변하고, 상황도 달라진다. 아직 덜 자라 미숙한 상태이든, 감정의 기복이 큰 시기이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중요도의 기준은 달라진다. 같은 말이라도 다른 시기에 하면 다르게 닿을 수 있다. 같은 방법이라도 권하는 사람의 태도와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반대로, 예전에는 꼭 필요하다고 여겼던 일들이 어느 순간 부질없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면, 몇 번의 실패로 접어둘 일은 아니다. 그 시기가 맞지 않았을 뿐, 모든 시간에 다 해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때는 안 되었던 방법이 어느 날 갑자기 되기도 하고, 예전에는 잘 통하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기도 한다.
‘다 해봤다’는 말이 관계의 마침표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어쩌면 그때는 안 되었을 뿐이고, 지금은 또 다를 수 있다.
다만,
그게 이 아이에게 꼭 필요한 일인지
아니면 내가 바라는 모습인지.
조용히 들여다볼 순간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