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임윤찬에 열광하는 이유
무언가 집중해서 일을 할 때 조용한 주변 환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반면 큰 아이는 음악을 틀어 놓는다. 이번 명절에 내려와서도 임윤찬의 CD를 들으며 일을 했다.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후 그 해 10월에 임윤찬은 광주시향과 통영에서 협연을 하였다. 2019년 15세의 나이로 윤이상 국제 음악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한 이후 클래식에 문외한인 나도 영상을 찾아보고 즐길 정도로 이미 유명해져 있었던 터라 연주회 실황 녹음 음반은 품절이라 구할 수 없었다. 딸아이의 친구가 나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챙겨준 귀한 CD이다. 요즘 임윤찬의 매력에 빠져 출퇴근 길에 그의 연주를 듣는다며 어떤 날은 연주를 듣다 밤을 새운 적도 있다고 한다. 그를 알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2년 전 유튜브로 임윤찬의 영상을 보고 있으니 ‘다이나믹하네! 누구예요?’하고 물어보았다. ‘임윤찬, 반 클라이번 최연소 우승, 클래식계의 BTS라고나 할까?’라고 알려주었다.
작년 연말 ‘반 클라이번 콩쿠르’ 과정을 담은 ‘크레센도’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을 했다. 연말에 내려가니까 꼭 자기랑 같이 봐야 한다고 해서 미리 약속을 해 두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임윤찬의 연주를 직접 보고 싶어 연주회 예매를 시도하지만 딸아이는 매번 실패했다. 2월 초에 일본에서 연주회가 있었는데 그것도 예매를 못했다고 한다. 한국은 1분 컷, 일본은 50초 컷이었다고 한다. 200배의 가격으로 암표가 유통된다고 하니 어마어마하다. 더 유명해지면 티켓값도 오를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매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우리가 임윤찬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테크닉, 독특한 곡의 해석 같은 음악적 이유도 물론 있지만 무엇보다 그의 마인드에 있다. 그는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음악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세상의 여러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노력하다 보니 음악이 더 많은 경험으로 채워지는 것 같다.’라고 한다. 18세의 피아니스트가 한 말이라고 믿기 어렵다.
하루 종일 연습하고, 음악 듣고 가끔 ‘그리스 로마 서정시’를 읽는다고 한다. 스승 손민수 교수가 추천하는 독서 리스트를 다 읽고 스스로 윤동주, 릴케, 하이네의 시집을 찾아서 읽고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를 연주하기 위해 ‘단테의 신곡’을 출판사 별로 구해서 읽어내는, 인문학적 소양까지 갖춘 그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인재상이다. 게다가 초등 저학년 때부터 김현식, 유재하, 김현철을 좋아하는 깜찍한 천재이다. 음악에 영감을 준 인물로 신라시대 가야금 연주자‘우륵’을 꼽았으며, 인생을 바꾼 음악을 묻는 말에는 ‘부모님의 음성’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음악만 하며 살고 싶다는 어린 천재는 신에게 빚진 재능을 소외된 분들과 음악을 나누는 게 꿈이라고 하더니 얼마 후 건대 병원 로비에서 첼리스트 한재민(2006년생)과 자선 공연을 했다. 음악가의 위대한 업적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어려운 분들을 모셔 와서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그분들을 찾아가서 음악을 통해 희망을 드려야 한다. 이것이 음악가의 위대한 업적이다.’라고 답했다. 뒤이어 ‘이는 스승 손민수의 가르침이다.’라고 부언했다. 제자는 스승을 위대하다고 하고 스승은 제자를 존경한다고 표현한다. 근래에 보기 드문 사제지간이다. 그에게 스승 손민수는 신과 같은 존재라고 한다. 훌륭한 스승을 둔 임윤찬은 복이 많은 젊은이이다. 2027년까지 스케쥴이 거의 빈틈이 없다고 한다. 스승뿐 아니라 소속사 대표 또한 아티스트를 아끼고 존중하는 사람이다. 주변이 이토록 좋은 사람들로 가득하니 잘 성장하리라 믿는다.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K-pop을 넘어 이제는 K-classic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각 분야 콩쿠르에서 한국의 인재들이 상을 휩쓸고 있다. 김구 선생이 그토록 원하는 문화 강국이 되어 문화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실감하고 있다. 머지않아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유학을 오는 외국인이 넘쳐날 것이라는 예측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한예종을 설립 추진한 이어령 교수가 하늘에서 이를 보며 무척 기뻐할 것 같다. 삶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내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종교도 힘을 주지만 음악도 많은 위안을 준다. 노력하는 천재, 겸손한 천재 임윤찬의 앞날에 늘 행운이 함께 하길 빌며 고마움을 전한다.
*이미지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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