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커피 한 잔 앞에서 배우는 소비의 감정들
운동을 끝내고 오랜만에, 달달한 커피가 당겼다.
예전 같았으면 아무렇지 않게 카페로 향했을 텐데
지금은 회사를 그만두고 별다른 수입이 없다 보니
이런 작은 소비조차 망설이게 된다.
‘먹을까? 지금 딱 한 잔 마시면 너무 좋을 것 같은데.’
‘아니야, 그냥 집에 가서 내려 마시자.’
마음속에서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나는 ‘먹을까’ 쪽에 손을 들어주었다.
시원하고 달콤한 커피 한 모금에 기분은 좋아졌지만
막상 마시고 나니
괜히 쓸데없는 소비를 한 건 아닐까 싶어
자책감이 슬며시 따라붙었다.
배달을 시킬 때도 마찬가지였다.
먹고 싶은 걸 못 먹으면 괜히 서러운 마음이 들어
‘먹는 것만큼은 아끼지 말자’고 생각해 왔지만
요즘은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도
주문 버튼을 누르기까지 한참이 걸린다.
회사에 다닐 땐 몰랐다.
이런 사소한 선택들조차
‘월급’이라는 안정 속에 있었다는 걸.
한 달에 한 번 통장에 찍히던 그 숫자가
일상에 준 여유는 생각보다 컸다는 사실을
일을 그만두고 나서야 비로소 실감했다.
작아서 늘 투덜거렸던 월급조차
지금 생각하면 참 고마운 존재였다.
그 돈으로 커피 한 잔을 편히 살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괜찮아, 이제 곧 월급 나오니까’라는 안도감까지
함께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안도감이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와닿는 말이 있었다.
통장 잔고와 마음의 여유는 비례한다.
예전엔 그냥 흘려들었던 말이었는데,
요즘은 누군가의 결혼 소식을 들으면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보다
‘또 돈 나갈 일이 생기겠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런 내가 스스로 야박하게 느껴졌지만,
당장의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그런 마음은
사소한 소비 앞에서도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예전 같았으면
‘오늘만 반값’, ‘지금 사면 무료배송’ 같은 문구에 혹해
별다른 이유 없이 카드를 꺼내고,
당장에 필요는 없더라도 할인 중인 1+1 제품을 보면
미리 쟁여두었을 테지만
이제는 지갑을 꺼내기 전에
‘지금 정말 필요한가?’를 먼저 되묻게 되었다.
이전과는 다른 내 모습이 아직은 낯설지만
이렇게 들여다보며 멈추는 삶도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물론 한 달, 두 달...
통장 잔고는 점점 줄고
뚜렷한 수입도 아직 없기에
마음이 마냥 편한 것은 아니다.
그럴 때면 문득
‘내가 너무 섣부른 결정을 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젓는다.
그때의 내 마음을 알기에,
그 결정을 내린 나 자신을 믿어주고 싶다.
불안도, 망설임도 여전히 많지만
이제는 그 감정들마저도
내가 선택한 삶의 일부이기에
오늘도
아주 작은 선택 앞에서
나만의 기준을 세워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