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후회하냐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by 두나씨

의원면직 이후, 어느덧 4개월이 흘렀다.

일할 땐 하루하루가 그렇게 길더니

막상 그만두고 나니 시간이 어찌나 빠르게 흐르는지

모르겠다.


추운 겨울날, 카트에 짐을 한가득 실으며

차 문을 닫던 그날이 엊그제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장마가 시작되고 있다.


이런 내 모습을 작년 이맘때의 나는 상상이나 했을까?

사람 일은 정말 알 수가 없다.

불과 몇 달이 지났을 뿐인데

예전의 기억들이 마치 다른 세상의 일처럼 느껴진다.


사실, 일을 그만두고 난 뒤로

줄곧 조급한 마음이 있었다.

빨리 무언가를 시작해서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만 같았다.

괜히 위축되어 작아졌고

친했던 지인들과의 연락도 망설여졌다.

“요즘 뭐 해?” “잘 돼가?” 하는 말들이

그저 안부인 줄 알면서도 왠지 모르게 부담스러웠다.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위해

그만둔 일이었는데

왜 이렇게까지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걸까?

아무도 나를 재촉하지 않았는데

혼자서 스스로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조급해했던 것이다.


그래서 마음을 조금 내려놓기로 했다.

내가 나를 옥죄던 생각들을 잠시 멈춰보기로 했다.


그즈음 브런치 작가에 지원하게 되었고

세 번의 도전 끝에 작가로 선정되어

이 연재를 시작했다.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지만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글을 쓰는 순간마다 불쑥불쑥 다시 불안감이 올라왔고

'당장 돈이 되는 일도 아닌데, 이게 맞는 걸까?'

스스로를 의심하는 순간도 자주 찾아왔다.


이 글을 마칠 때쯤엔 에필로그에 뭔가 성공했다거나

퇴사 후 멋지게 답을 찾아내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아직 그런 결론은 내릴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누군가 내게 그만둔 걸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매달 안정적으로 들어오던 월급은 그립지만,

공무원이었던 시절은 전혀 그립지 않다고.

그게 지금의 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며 '이 길이 맞는 걸까?'

계속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그 자리에 머무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전하고 싶다.


덧붙여 요즘 나는 자주 웃는다.

그동안 몰랐던 일상의 작은 부분들 속에서

문득문득 행복을 느끼는 날이 많아졌다.

그게 최근의 나의 가장 큰 변화다.


앞으로도 여전히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날들이 펼쳐지겠지만

또 다가올 날들을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그동안 부족한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합니다.

첫 브런치북이라 많이 부족하고,

또 급하게 쓰다 보니

충분히 퇴고를 거치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그럼에도 공감과 댓글로 응원해 주신 덕분에

무사히 이 글을 끝맺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