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거지 아저씨와 300원

by 조성민 바리스타

2-4 거지 아저씨와 300원


카페의 근무 시간은 매장마다 다르지만 근무의 형태는 비슷비슷하게 운영된다. 크게 ‘오픈, 미들, 마감’이라는 3가지 근무형태이다.


오픈 근무는 말 그대로 카페를 여는 것을 말한다. 오픈 근무자는 바 세팅과 커피머신 세팅, 그러고 재료 세팅을 한다. 그날 필요한 물품들을 체크 하고 주문을 하기도 한다. 오픈 시간 때는 8시~10시 사이가 바쁘다. 출근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역에는 외국인들이 출근을 하면서 에스프레소를 많이 마셨다. 그들은 에스프레소를 시킨 후 거기에 스틱설탕 2개를 넣어서 섞은 후 한 입에 소주 마시듯 마시고 가곤 했다. 지혁이 처음 일했던 카페에서는 오븐에 빵도 구었다. 그날그날 필요한 빵을 구었는데 오전 10시가 넘은 뒤 매장이 조금 한가해지면 생지 형태의 빵을 냉동실에서 꺼내서 자연 해동 후 오븐에 굽는 형식이었다. 아침에는 식빵으로 샌드위치도 만들었다.


샌드위치는 보통 한 판씩 만들었다. 여기서 한 판이란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식빵 2봉을 모두 쓴 것을 말한다. 샌드위치는 만들어두면 하루 만에 판매를 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안에 있는 야채에서 물이 나와서 판매를 할 수 없었다. 역 안에 있는 카페였기 때문에 기차에서 아침으로 먹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미들 근무는 보통 12시부터 저녁 전까지의 시간을 말한다. 중간 타임의 근무인데 카페가 가장 바쁜 시간은 12시부터 14시까지이기 때문에 이때 근무하는 바리스타들은 커피와 음료를 중점적으로 만든다.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정신이 없어진다. 한 명은 포스기에서 주문을 받고, 다른 한 명은 주문받은 음료를 만든다. 보통 선임 바리스타가 커피머신에서 커피가 들어가는 음료를 만들고, 후임 바리스타가 주문을 받고 나머지 음료를 만들었다. 바리스타가 3명이 바에 있을 경우에는 가장 선임 바리스타가 주문을 받으면서 동시에 오더를 2명의 바리스타에게 내리기도 했다. 막내 바리스타는 서브를 봐주는데, 서브란 주문이 들어온 음료에 맞춰서 컵을 세팅한다거나, 시럽이나 파우더를 미리 넣어서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막내 바리스타라도 레시피는 필수적으로 외워야 했다. 레시피를 모르면 일의 전체를 못 보기 때문에 바에서는 오히려 도움이 되기보다 일의 흐름을 끊기 때문이다.


마감 근무는 오후에 출근해서 카페가 영업을 종료할 때까지 근무하는 것을 말한다. 마감 근무는 저녁 시간 때를 책임진다. 카페는 저녁 시간이 되면 점심 시간에 비해 조금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고객들이 오기 때문에 바리스타들도 조금은 여유롭게 일을 한다. 마감 근무자는 바와 주방을 청소한다. 재료들을 재고를 체크 하는 것도 마감 근무자의 할 일이다.


오후 2시. 밖은 여전히 장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지혁이 일하는 카페 앞에는 오뎅 가게가 있었다. 오뎅 가게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노숙하는 분이 오뎅을 그냥 먹으려고 하니 돈을 내고 먹으라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이었다. 지혁은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역무원한테 신고를 해야 되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데 오뎅 가게에 있던 노숙자는 어느덧 지혁 앞에 서 있었다. 노숙자 아저씨는 수염이 덥수룩했다. 정체 모를 소리를 입에서 뱉기 시작했다. 지혁은 처음에 못 들은척 했다.


“야~ 이새끼야~! 너 내 말 안들니냐~?”


‘술이 잔뜩 취한걸까? 아니면 살짝 정신이 이상하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고객님이 부르시면 대답을 해야 되는 것이었다. 장사에 임하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부자든 빈자든 상관없이 공평하게 응대하는 것이 마땅한 법이니 말이다.


“네^^ 고객님. 주문하시겠어요?”


지혁이 주문을 받으려 하자 알 수 없는 말을 또 내뱉는다. 중간중간 욕만 들린다. 그래도 지혁은 웃으면서 들었다. 대체 이 아저씨가 뭐가 필요해서 여기서 이러시는 걸까? 계속 듣다 보니 그 아저씨가 하는 말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요약하자면 샌드위치 1개를 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지혁은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규정상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전에 서비스 교육을 받을 때 노숙하시는 분들에게 그냥 상품을 드리면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계속 찾아온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얼마라도 받고 나머지는 내 돈으로 채워 넣자.’

“사장님^^ 얼마 있으세요?”

“야~ 내가 돈이 없는 줄 알어? 내가 거지처럼 보이냐고~!!”


사실 거지처럼 보이기는 했다. 그래도 그 말을 입으로 뱉지는 않았다. 지혁은 계속 웃으면서 그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그 아저씨는 자기 호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호주머니에서는 100원짜리 3개가 나왔다. 300원. 샌드위치 가격이 3,000원이니 300원만 받고 나머지 2,700원은 지혁이 자신의 돈으로 채워야지라고 마음을 먹었다.


“300만원 있다. 이시끼야~”


그런데 그 순간 아저씨가 300원을 카운터에 던졌다. 바닥에 굴러 떨어진 300원을 보던 지혁은 샌드위치는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같이 화낼 상황도 아니었다. 아침부터 시작된 코미디는 점심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분명 빈정 상할만한 일인데도 지혁은 웃음이 나왔다.


‘아침에는 똥을 보더니 오후에는 300만원..을 받는구나.’


바닥에 떨어진 300원을 주우면서 지혁은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방금 300만원을 주셨는데, 샌드위치는 3,000만원입니다. 앞으로 2,700만원만 더 주시면 샌드위치를 드리겠습니다.”


지혁과 눈이 마주친 아저씨는 순간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300원이 바닥에 떨어진 것에 대한 당황일까? 화를 낼줄 알았던 점원의 생각지 못한 응대에 대한 당황이었을까? 아저씨는 잠시 말이 없어졌다. 그러더니 곧 지혁을 보며 입을 열었다.


“오~ 그래. 장사는 이렇게 해야지! 기본이 되었어! 기본이. 그래~ 앞으로 계속 장사 해”


거지 아저씨의 급작스런 칭찬에 지혁도 당황을 했다. 거지 아저씨는 계속 감탄하면서 제갈길을 갔다. 지혁의 손 위에는 300원이 놓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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