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강쌤의 작업실 (금광석과 생각의 공통점)

by 조성민 바리스타

3-1 강쌤의 작업실 (금광석과 생각의 공통점)


오랜만에 타보는 버스였다. 강쌤의 작업실은 버스 종점에서 15분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같은 도시였지만 종점의 그곳은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았다. 멀리서 장작 타는 냄새가 바람에 실려 왔다. 종점에서 내린 지혁은 도로를 따라 걸었다. 도시에서 들리던 북적이는 소리 대신 새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가득한 길이었다.


조금 걷다 보니 특이한 모양의 나지막한 담장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수많은 물고기 조각들이 담장에 빼곡히 박혀 있었다. 하나하나 손으로 만든 물고기들이었다. 담장 문에는 ‘갤러리 832’ 라고 적혀 있었다. 이곳이 바로 강쌤의 작업실이었다. 담장 문은 열려 있었다. 초인종이 따로 보이지 않아서 지혁은 갤러리 안으로 들어갔다.


“강쌤~ 저 왔어요. 강쌤~”


강쌤을 불러봤지만 잠잠했다. 담장 안에는 꽤 넓은 공간이 있었다. 마당이 있었고, 작은 연못도 있었다. 갤러리처럼 보이는 단독 건물과 그 뒤로 2채 정도의 집이 더 있었다. 갤러리처럼 보이는 곳에 가니 문에 ‘갤러리 832’라는 글자가 써 있었다.


‘왜 갤러리 832지? 담장에 있는 물고기가 832마리인가?’


나중에 강쌤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지혁은 생각했다.


“강쌤~ 계세요?”


갤러리 문을 두들겨봤지만 역시 조용했다. 문손잡이를 돌려보니 문은 열려 있었다. 갤러리 안에는 흙을 구워서 만든 작품들이 이곳저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입구 정면에는 테이블이 있었고, 그 위에는 검정색 바탕에 금빛 줄기가 섞여 있는 돌 하나가 놓여 있었다. 돌 앞에는 글이 한 구절 써 있었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 같이 나오리라.

-욥 23:10


갤러리에는 모두 흙을 구워서 만든 작품들로 가득했다. 특이한 것은 흙으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포인트가 되는 부분들에는 모두 금빛 조각들이 섞여 있다는 점이었다. 갤러리는 전체적으로는 나무로 되어 있어서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갤러리 한 켠에는 펠릿 난로가 타닥타닥 타고 있었다. 난로 위에 있는 큰 주전자가 놓여져 있었다. 난로 위의 주전자를 보니 정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발소리가 들렸다.


“지혁~! 잘 찾아왔네.”

“네. 강쌤. 여기에 있는 이 작품들 모두 강쌤이 만드신거에요?”

지혁은 놀라움과 궁금함을 담아 강쌤에게 물었다. 강쌤은 씨익 웃더니 지혁에게 자리를 안내했다. 난로 옆자리에 있는 원목 테이블이었다. 지혁이 자리에 앉는 동안 강쌤은 머그잔과 접시를 가져왔다. 접시에는 약과가 담겨 있었다. 강쌤은 난로 위에 있는 주전자를 들어 머그잔에 부었다. 알싸한 생강향이 났다. 강쌤은 지혁에게 잔을 주었다.


“쌤. 모두 쌤이 만드신거에요?”

“그럼. 어때? 괜찮은거 같어?”

“네. 너무 멋진거 같아요.

지혁은 생강차를 한 모금 마셨다. 매콤하면서도 따뜻한 기운이 목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쌤. 지금 여기에 있는 이 흙으로 만드는 작업을 뭐라고 부르죠?”

“테라코다라고 해.”

“테라코다...이태리어 같네요. 테라는 이태리어로 흙이라는 뜻인데.. 맞죠?”

“오~ 지혁 어떻게 알았어?”

“커피 메뉴도 대부분 이태리어거든요. 에스프레소, 카페라떼, 마끼아또도 그렇고요. 테라로사라고 커피가 잘 자라는 붉은 색 흙을 말하는 단어도 있고요. ‘테라’는 알겠는데 ‘코다’는 모르겠어요.”

“코다는 굽다라는 뜻이 있어. 테라코다는 흙을 뜻하는 ‘Terra’와 굽다의 ‘Cotta’로 이루어진 합성어야. 번역하면 ‘구운 흙’ 정도가 되겠지.”

“아하! 그럼 작품들에 있는 금빛 조각들은 뭐에요? 진짜 금이에요?”

“응. 진짜 금이지.”

“우와~ 엄청 비싸겠어요. 그럼 저기 정면에 있는 돌은 뭐에요?”

“욥기 말씀이 있는 돌 말이지?”

“네”

“그건 금이 들어 있는 돌인 금광석이야.”

“금광석... 말로만 듣고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저 돌은 미국에 있을 때 우리 멘토님께 선물을 받은 돌이야. 그분이 저 돌이랑 그 앞에 성경 구절을 같이 선물로 주셨지. 그때 배운 것이 바로 생각도 제련이라는 작업이야.”

“생각의 제련이요?”

“그래. 지난 주에 말한 창조에 대한 이야기 기억해?”

“네. 물론이죠. 우리가 가진 이미지가 우리의 경험을 창조한다!”

“그래. 그 이미지는 우리의 생각이고 말야. 생각은 마치 금광석과 비슷해.”

“어떤 점에서요?”

강쌤은 갤러리 앞에 있는 금광석을 가르키며 말했다.

“저기 저 금광석이 만약 땅에 묻혀 있으면 어땠을까? 그냥 돌멩이에 불과했겠지?”

“그렇겠죠.”

“그럼 그 돌멩이를 꺼내서 제련을 하면 어떻게 될까?”

“금이 되겠죠”

“그래. 그럼 가치는 어떻게 될까?”

“가치는 더 올라가겠죠.”

“무게와 부피는 어떻게 될까?”

“무게와 부피는 줄어들겠죠.”

“그렇지. 그럼 생각과 금광석의 공통점은 뭘까?”

“글쎄요...”

“생각도 처음에 마음에 묻혀 있을 때는 그 가치를 알 수가 없어. 그 생각을 꺼내야 비로소 가치가 생기기 시작하지. 그리고 그 생각을 제련하면 할수록 쓸 때 없는 생각들은 떨어져 나가고 순수한 생각들만 남게 되겠지. 금이 순도가 높을수록 가치가 올라가듯 생각 또한 순도가 높을수록 현실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겠지”

“저번 주에 말씀하신 그 ‘이미지 워프’에 대한 이야기이군요.”

“그래. 비슷한 맥락이지. 존재가 되어 살아가면서 들어오는 여러 가지 불순물들을 없애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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