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생각의 찌거기가 생기는 이유 (걱정이 생길 때)

by 조성민 바리스타

3-2 생각의 찌거기가 생기는 이유 (걱정이 생길 때)

강쌤은 머그잔에 있는 생강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약과를 들어서 지혁에게 권했다. 지혁은 강쌤이 준 약과를 한입 베어 물었다. 약과의 달콤함과 생강차의 쌉쌀함이 꽤 멋진 조화를 이루었다. 강쌤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강쌤. 그런데 원하는 생각을 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것과 반대되는 이유들이 더 많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오늘 아침만 해도 제가 원하는 것을 생각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더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 처음에는 그럴 수 있지. 그래서 훈련이 필요해.”

“어떤 훈련이요?”

“바로 생각의 찌거기를 제련하는 훈련!”

“생각에도 찌거기라는 것이 있나요?”

“그럼. 있지. 특히 훈련되지 않은 생각에는 많은 찌거기들이 있어. 그 찌거기들은 우리로 하여금 원하지 않는 상황들을 불러오거나 우리가 원하는 상태에 도달하지 않게 만들기도 하지. 대표적인 찌거기는 불안과 걱정 같은거라고 볼 수 있어.”

“하긴 저도 카페에 가만히 있으면 왜인지는 모르게 불안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불안은 다른 걱정을 불러오는거 같고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거 같아요.”

“그래. 그걸 오만가지 생각이라고 하지. 그런데 그거 알아? 실제로 사람의 뇌에 하루에 드는 생각이 5만~6만가지라야. 그 오만가지 생각을 가만히 두면 오늘 했던 생각을 내일 또 하고, 내일 했던 생각을 모레도 또 하게 되는거지. 이렇게 같은 생각들을 계속하면 어떻게 될까?”

“계속 같은 상황들이 창조되겠죠”

“그래. 잘 이해했네. 어제와 똑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이다.”

“조금.. 과격한 말이네요.”

“그래. 과격하지. 하지만 이 말은 내가 한 것이 아니라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야. 나는 이 말을 이렇게 바꿔서 말하고 싶어. 어제와 똑같이 생각하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이다.”

“하하하. 웬지 말이 되는거 같아요.”

“그런데 지혁. 궁금하지 않아? 왜 이런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걸까?”

“그러게요. 그건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네요. 왜 생기는 걸까요?”

“자, 이해하기 쉽게 이렇게 생각해보자. 자동차에 있는 엔진을 떠올려봐. 그 엔진이 돌아가려면 뭐가 필요하지?”

“연료요”

“그래. 연료가 필요하지. 그 연료를 엔진에 넣으면 엔진이 돌아가기 시작하겠지. 그러면서 각종 떨림과 소음과 열이 발생할 거야. 그치?”

“네. 그렇겠죠. 그런데 그거랑 오만가지 생각이랑 무슨 상관이죠?”

“과학자들은 우리의 뇌를 하나의 ‘머신’으로 보고 있어. 엔진이 철과 여러 가지 재질로 만들어진 머신이라면, 우리의 뇌는 단백질과 지방 그리고 다른 재료들로 만들어진 머신인거지. 그 머신에 이런 차나 음식, 물, 공기 같은 연료를 넣어주면 어떻게 되겠어? 그 머신이 움직이겠지. 뇌라는 머신이 움직이면서 내는 자연스러운 소음과 떨림이 바로 그 오만가지 생각인거야. 그러니까 가만히 있어도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인거지.”

“뇌가 머신이다. 엄청 재미있는 발상이네요. 말이 되는 거 같기도 하고 말이죠.”

“문제는 이 오만가지 생각 때문에 생각의 순도가 자꾸 떨어지고 탁해진다는거야. 그렇게 되면 생각이 가진 창조력이 약해지거나 외곡되어서 나타나게 돼.”


강쌤은 다시 생강차를 한 모금 마셨다.


“내가 미국에 처음 넘어갔을 때 이야기를 조금 해줄게. 미국에 처음 넘어가서 1년 반 정도 한인 교회에 가서 살게 되었어. 거기에 게스트 하우스가 있었는데 그 곳에서 지내면서 주일날에는 교회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는거였지. 그 1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정말 걱정을 많이 했던 것 같어. 생각이 현실을 만드는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아직 확실하게 나의 삶에 적용을 하지 못했던 시기였지. 그렇게 꿈꾸던 미국 생활이였는데 말야.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니까 진짜 말 그대로 현실이더라고.

매일매일이 걱정이었어. 이번 달 생활비는 어디에서 구하지? 미국에서 앞으로 뭐를 해야되지? 내가 과연 여기에 온 것이 잘한 결정이었을까? 이 곳을 떠나면 어디에서 살지? 등등 하루에도 몇 시간씩 걱정을 하곤 했지.”

강쌤의 말을 들으며 지혁은 현재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지금 지혁이 처한 상황이 딱 그 상황이었다. 친구들은 모두 젊은 나이에 사장이 된 지혁을 부러워했지만 지혁의 마음 속은 걱정으로 가득 차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걱정을 하니까 오히려 걱정꺼리만 더 생기더라고. 머리가 무거워지니까 마음도 무거워지고, 마음이 무거워지니까 몸도 무거워지는거야. 그래서 휴일에는 잠만 자게 되고 말야.”

“쌤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 신기해요. 저는 쌤이라면 어떤 일이든 척척해내실꺼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 그렇게 봐주니 고마운걸. 어찌 되었든 그렇게 9개월쯤 걱정이라는 걱정은 모두 다 하고 있을 때였어. 어느날 밤에 꿈을 꾸게 된거야. 오늘 아침에 지혁이 꾼 그 꿈처럼 생생한 꿈이었지. 꿈에서 나는 나를 보았어. 꿈 속에 있는 나는 여전히 걱정을 하고 있더라고. 돈은 어떻게 마련해야되지? 어디에서 살아야 되지? 어떻게 해야 되지? 수많은 걱정을 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된 거야. 잠시 뒤 꿈에서 목소리가 들렸어. 그 목소리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더라고.

‘아들아. 아들아.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그래서 내가 대답했지.

‘걱정거리가 너무 많아서 걱정을 하고 있어요.’

‘그래? 그럼 네가 거기에서 걱정을 한다고 해서 그 걱정거리들이 해결되느냐? 걱정을 한다고 해서 돈이 생기더냐? 걱정을 한다고 해서 잘 곳이 생기더냐? 걱정을 한다고 해서 일들이 잘 풀리더냐?’

목소리가 던진 질문에 꿈 속에 나는 ‘아니요.’라는 대답만 계속 했지.

그러니 목소리가 이렇게 물어보더라고. ‘그럼 왜 걱정을 하고 있느냐?’

그 질문을 받고나서 나는 잠에서 깨었지.”

“뭔가 의미심장한 꿈이네요.”

“그래. 그리고 그때 깨달았지. 걱정을 한다고 해서 나한테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말야. 만약 걱정을 엄청 많이 하면 돈이 생기다면. 혹은 걱정을 엄청 많이 하면 갑자기 일이 잘풀린다면 그때는 걱정을 해야겠지. 그것도 열렬히 말야. 하지만 걱정을 해도 안 풀릴 일들은 안 풀리고, 걱정을 안 해도 풀릴 일들은 풀리더라고. 걱정은 마치 흙탕물 같은 거야. 한 번 휘젖고 나면 마음 속을 가득 채우지. 그 걱정을 없애려고 하면 할수록 물은 계속 뿌옇게 흐려지는거지.”

“그럼 걱정이 들 때는 어떻게 해요?”

“걱정이 들 때는 그저 가만히 자기 마음을 들여다 보면 돼. 마치 흙탕물을 보는 것처럼 말야. 나 자신에게서 약간 떨어져서 자신을 보는거지. ‘아.. 지금 내가 걱정이라는 것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말야. 그렇게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걱정이 사라지기 시작할 거야. 다른 감정들도 마찬가지야. 마음이 무거워질 때면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는거지. 그게 잘 안 될때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어 보는거야. 특히 내쉴 때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숨과 함께 나간다고 상상을 하면서 내쉬는거지. 이렇게 해보면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쌤 말씀을 듣고 나니 정말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어요. 저도 앞으로 걱정이 들 때마다 제 마음을 한 번씩 들여다 봐야겠어요. 숨도 깊게 쉬어보고요.”

“그래. 지혁이라면 잘 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의 찌거기들이 가라 앉은 다음에 생각의 순도를 높이는 작업을 시작해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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