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아주 간단한 생각의 제련법 (호흡과 감각에 집중하기)
오전 11시. 창가로 따뜻한 햇살이 들어왔다. 지혁은 방금 만든 고무 찰흙을 손으로 꾹꾹 누르며 말했다.
“강쌤. 아까 말씀하신 생각의 제련은 어떻게 하는거에요? 대략적으로는 알겠는데 혼자 하면 잘 안될꺼 같아요.”
강쌤은 자신의 머리를 가르키며 말했다.
“지혁. 여러 생각이 많이 들면 머리가 무거워지는 것 경험해봤지?”
“네. 생각이 너무 많으면 머리도 무거워지고, 가슴도 답답해지잖아요.”
“그래, 우리의 몸과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거야. 생각이 많아지면서 마음이 흙탕물처럼 뿌옇게 되면 그것을 잠시 바라보라고 그랬지.”
“네. 하지만 정말 힘든상황에서는 그 생각에서 빠져나오기조차 쉽지 않잖아요.”
“그렇지. 그럼 내가 쉽게 이 두뇌라는 머신을 쉴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을 지혁에게 소개해 줘볼께.”
“간단한 방법이요.”
“그래. 아주 간단한 방법. 지금 해볼까?”
“네.”
“좋아 지혁. 우선 눈을 감고 편하게 앉아봐.”
지혁은 눈을 감고 의자에 편하게 앉았다.
“자, 우선 호흡에 집중해볼까? 지금 숨이 어디에서부터 들어오고, 어디로부터 나가는지를 느끼면서 호흡을 해봐. 그리고 지금부터는 아주 편안하게 호흡을 해보는거야. 깊게 들여 마시고, 깊게 내쉬는거지. 다시 깊게 들여 마시고, 깊게 내쉬고, 깊게 들여 마시고, 깊게 내시고...”
지혁은 눈을 감고 자신의 호흡을 느껴보았다.
“자, 지혁. 그 다음에는 지금 들리는 소리에 집중을 해볼까? 지금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말야.”
강쌤은 지혁에 말하고 잠시 조용한 침묵을 지켰다. 지혁은 눈을 감은채 지금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가만히 들어보았다. 펠릿 난로가 타는 소리부터 창 밖의 새소리. 간간히 저 멀리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 방금 전까지는 전혀 듣지 못했던 소리들이 들렸다.
“좋아. 잘하고 있어. 지혁. 이번에는 지금 어떤 향이 나는지 한번 집중해볼까?”
지혁은 강쌤의 말대로 지금 어떤 향이 나는지 집중을 해봤다. 아까 마신 생강차의 향이 은은하게 났다. 나무 냄새와 흙 냄새도 났다. 향을 더 자세히 맡기 위해 지혁은 숨을 크게 들이 마셨다.
“자, 이번에는 나의 몸에 느껴지는 촉각들에 집중해볼까? 옷은 어떤 느낌으로 몸에 닿아 있는지, 내 몸이 의자에 어떻게 앉아 있고, 어떤 무게감을 느끼는지 말야.”
지혁은 몸의 감각들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셔츠가 살갗에 닿은 느낌. 옷의 적당한 무게감. 의자에 닿아 있는 무게감까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몸을 두르고 있었다.
“자, 다시 호흡에 집중해볼까. 길고 편안하게 들여마시고, 길고 편안하게 내시고, 아주 편안해질때까지 길고 편안하게 숨을 쉬면서 자신의 호흡을 들여다 봐바.”
지혁은 다시 자신의 호흡에 집중을 했다. 다른 생각은 일체 나지 않았다. 그저 호흡에만 집중을 했다.
“이제 천천히 눈을 떠볼까?”
강쌤의 말에 지혁은 눈을 떴다.
“어때? 지혁”
“엄청 편안해진 기분이에요.”
“그렇지. 방금 시간 상으로는 3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충분히 쉰 것 같은 느낌이지?”
“네. 정말 마음이 고요해진거 같아요. 왜 그런거죠?”
“지금 지혁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을 한거야. 생각이 너무 빨리 달려나가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있지를 못하거든. 지금 이 순간에 충분히 거하지 못하면 생각에는 결핍이 생겨나기 시작하지. 그 결핍의 공간에 부정적인 에너지가 들어오면 머리가 무거워지는거고. 머리가 무거워지면 가슴이 답답해지는거지.
만약 그런 상태를 ‘인지’했다면 그 즉시 그게 어디든 잠시 눈을 감고 지금의 감각에 집중을 해보는거야.. 호흡에 집중하고, 청각과 후각 그리고 촉각에 집중을 하는거지. 그러면 지금 존재하고 있는 나에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에너지가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렇군요. 그런데 강쌤의 말씀대로라면 미래를 상상하는 것도 결핍이 생겨나는거 아닌가요? 지금 이 순간이 아니잖아요. 원하고 바라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창조라면서요. 그런데 미래를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지 않으니까 결핍이 생겨나는거 아닐까요?”
지혁은 오늘 아침에 상상을 하던 순간을 떠올리며 물어보았다.
“그래. 지혁. 그럴수도 있지. 하지만 내가 말하는 상상은 그런게 아니야. 지금 지혁이 말하는 것은 지금 여기에서 미래를 상상하는거지. 그러면 결핍을 느끼게 돼. 결핍을 느끼지 않고 에너지를 올리려면 지금 여기에서 미래를 상상하는 방법이 아닌 지혁이 원하는 상황 그 자체가 바로 지금 여기여야 돼.”
“제가 상상하는 것이 바로 여기여야 된다고요?”
“그렇지. 지금 여기서 미래를 상상하는게 아니라 미래 그 시점 자체에 지혁이 들어가 있어야 하는거지. 그래서 그 상상이 지금 이 순간으로 느껴져야 되는거야. 그럼 언젠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이루어진 그 순간에 지혁이 존재하고 있는거지. 그럼 상상이라도 지금 이 순간이기 때문에 결핍보다는 오히려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을 거야.”
“약간 어려운거 같아요.”
지혁은 강쌤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쌤은 씨익 웃으면서 지혁의 빈 잔에 다시 따뜻한 생강차를 따라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