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이태태

짧막한 일기 같던 글쓰기를 한 편의 긴 글로 마무리하겠다고 결심한 이후, 달리기를 주제로 한 책이 뭐가 있는지 살펴보지는 않았다. 나의 경쟁자가 누구인지, 어떤 내용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를 확인하고 나서 내 글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당연히 합리적인 글쓰기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시장분석이라는 핑계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었다가는 초라한 내 글이 창피해서 글 쓰는 것을 당장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일단 어떻게든 글을 마무리한 뒤에 다른 책들의 내용을 확인하기로 마음 먹었다. '생활러너'의 마지막 회차 글쓰기를 마친 후에야 서점에 갔고, 달리기에 대한 책을 여러 권 확인할 수 있었다.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던 내 예상이 맞는 것을 그곳에서 확인했을 뿐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은 생생한 묘사에서 내 글과 차원이 달랐고, 올림픽 금메달 주자의 글은 달리기 경험치 측면에서 내가 따라갈 수가 없었다. 지금껏 쓴 글을 모두 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충격과 공포의 시간이었다. 며칠 지나 시간이 좀 흐르자 마음이 바뀌었다. 달기기도 초보였는데, 이번에는 글쓰기가 초보이지 않은가.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있겠어. 혹시라도 앞으로도 계속해서 글을 쓰게 된다면, 언젠가는 지금보다는 덜 부끄러운 글이 나오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에 비교를 하면, 아직 10km 완주도 아닌, 달리기가 뭔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5km 완주자 정도가 내 글솜씨가 아닐까 싶다. 좀 더 뻔뻔해지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떨리는 마음으로 브런치에 첫 글을 올리자, 과연 내 글을 사람들이 읽어줄까 하는 두려움은 여전히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조금씩이나마 읽어주는 분들이 생겼고, 그 분들의 응원 덕분에 생활러너의 마지막 편까지 연재를 할 수가 있었다. 그 동안 시간을 내어 읽어주신 모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외에도 감사할 분들이 많다. 우리 가족, 사랑하는 여보와 아이들, 그리고 달리기에 아낌없는 조언을 해준 용용이, 동동이형, 훈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이 되어 준, 온라인 러닝크루 스땡런 회원님들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생활러너를 꿈꾸는 수많은 분들에게도 이 글이 기회가 되어 달리기의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오기를 빌며, 그 동안의 즐거웠던 생활러너의 글쓰기를 마무리한다. 글쓰기는 마무리되지만, 달리기는 내일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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