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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Apr 06. 2022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지금의 제가 되어 있던데요.

 "지금의 즐거운유목민님에서 어떤 점이 나아졌으면 좋겠나요?"

 의사 선생님께서 물어보시자, 나는 고민 끝에 대답했다.


 "제 힘으로 돈을 벌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의 보살핌과 운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내 힘으로 일어서고 싶었나 보다. 지금껏 일기를 돌아보니 나의 쓸모보다는 나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지속 가능한 즐거움을 위해 나의 쓸모도 돌아볼 시간이 온 것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결심은 이미 했지만, 생계유지를 병행할 궁리는 부족했다. 해야 할 일을 마주하는 일은 개학을 앞두고 밀린 방학숙제를 걱정하는 것처럼 나를 끈질기게 괴롭힌다.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는 선생님의 덕담을 끝으로 오늘치 상담은 끝이 났다.


 돈을 번다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봤다. 돈은 가치를 수치로 나타낼 때 사용하는 단위다. 그러니 남에게 돈을 받았다는 것은 상대방이 나에게서 돈으로 환산된 가치 이상을 받았거나(후불) 받을 것이라고 기대(선불) 하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기회에 돈을 썼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내가 지불한 돈 이상의 가치를 나에게 제공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3개의 따끈한 붕어빵에서 얻는 약간의 에너지와 즐거움은 1000원 이상의 가치를 한다고 생각했다.


 또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생각해봤다. 일 자체에서 얻는 효용(즐거움, 보람, 돈)에서 일을 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시간, 돈, 에너지, 스트레스)을 뺀 이익이 가장 큰 일을 택하는 것이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나는 왜 그동안 돈을 벌지 못했을까. 남에게 평가받는 것을 두려워해서 그런 것 같다. 돈 값 못한다고 비난받으면 어떡하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비웃음을 사면 어떡하지. 돈을 받을 만한 가치가 나에게 하나도 없으면 어떡하지. '어떡하지'의 늪에 빠져 시작도 하지 않았었다. 막상 많은 칭찬을 받고 나면 허전해할 거면서 칭찬만 받고 비난을 피하기 위해 회피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경험 없이 회피만 하다 보니 일의 효용과 비용에 대해 알 턱이 없었다.


 "실패하고 실수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과거 상담 선생님께서 하신 질문이 떠오른다. 그땐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은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글을 쓰게 되던데요."


 실패 시뮬레이션을 위해 하루 1달러만 주어진 채로 살아봤지만 큰일이 생기지 않아 용기를 얻었다는 어느 갑부의 일화가 생각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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